에세이
2023년 2월 3일: 칼럼. 가장 위험한 건 고립…치유의 시작은 ‘연결’[건강한 정신, 행복한 마음]
정찬승 원장·사회공헌특임이사 (1) 재난정신건강 정보·의견 공유 통해 문제 해결할 ‘재난회복 지원그룹’ 모임 꼭 필요 “보고 듣고 연결하라” 3원칙 지켜 트라우마 극복 심리적 응급처치 “이태원에서 집까지 혼자 다리를 끌며 새벽에 두 시간을 걸어왔어요. 너무 서러웠는데 멍하기만 하고 눈물도 안 나왔어요. 더 슬픈 건,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다는 거예요.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2023년 1월 9일: 도서 발간 《그대의 마음에 닿았습니다 – 지식이 아닌 공감을 전하는 아홉 명의 정신과 의사 이야기》
신간 《그대의 마음에 닿았습니다 – 지식이 아닌 공감을 전하는 아홉 명의 정신과 의사 이야기》. 9인의 정신과 의사: 김은영, 정찬승, 심민영, 천영훈, 백종우, 이정현, 백명재, 전진용, 정찬영. 도서출판 플로어웍스. 2023년. 존경하고 사랑하는 동료들과 함께 책을 냈습니다. 모두 진료실 너머 고통의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극한의 감정이 들끓는 재난과 트라우마
10.29 이태원 사고 대응 트라우마 예방 및 회복을 위한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활동
정찬승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회공헌특임이사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회 홍보국장 I. 사고 발생 직후의 신속한 정신건강 대응 2022년 10월 29일 밤 이태원에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고가 일어났고, 언론과 개인이 참상을 촬영하여 무분별하게 방송과 인터넷에 퍼뜨리기 시작했다. 재난정신건강위원회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난이 시작된 직후에 정신건강 대응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을 갖고 즉시 성명서를 작성하여 배포하기로
학교폭력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편지
정찬승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학교폭력은 아이의 몸과 마음은 물론이요, 사회생활과 아이의 미래까지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습니다. 폭력을 당한 많은 아이들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 찾아옵니다.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는 우울증, 불안증, 공황발작, 공포, 불면증, 함구증, 대인기피, 악몽, 해리증상 등 스트레스 반응 때문에 고통받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혼자 있을 때도 가해학생이 욕설을 뱉는
We are all suffering and healing individuals. 감염병 심리사회방역지침 영어판 서문
We are all suffering and healing individuals. Disasters affect individuals and communities to the extent that they cannot cope on their own. Affected people include disaster survivors and their families, bereaved families of victims, volunteers and staff helping at disaster rescue sites, residents of disaster-hit regions, and all the people
우리 모두가 고통 받는 사람이며 우리 모두가 치유하는 사람입니다. (감염병 심리사회방역지침 서문)
우리 모두가 고통 받는 사람이며 우리 모두가 치유하는 사람입니다 재난은 개인과 사회가 감당하기 힘든 큰 충격을 가져옵니다. 재난을 직접 겪은 생존자, 그들의 가족,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분들의 유가족, 현장에서 구조에 참여하며 돕는 분들, 지역에 사는 주민들, 여러 매체를 통해 재난을 생생하게 목격하는 온 국민이 재난의 영향을 받습니다. 재난 앞에서 인간은
건물과 마음: 건축을 통한 치유
정신분석은 인간 정신의 심층을 이해하기 위해 꿈을 분석한다. 꿈에는 온갖 사람과 동물이 등장하고 심지어 현실에 없는 괴물이나 신, 요정과 이물이 찾아오기도 한다. 꿈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는 그 사람의 무의식의 콤플렉스를 반영하는 상징이다. 상징을 자세히 살펴보고 이해하기 시작하면 그 사람의 심혼에 깃든 비밀의 문이 열리고 치유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그때
원형의 힘: 국제분석심리학회 학술대회 참관기
원형의 힘 – 국제분석심리학회 학술대회 참관기 – 정찬승 (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Chung Chan-Seung, M.D., Ph.D., Jungian Analyst maumom@gmail.com 깊은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져 오히려 엄청난 감동을 선사하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비창의 4악장 연주를 마치고 서둘러 짐을 챙겨 공항으로 향했다. 오케스트라 연주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오랫동안 기다려온 국제분석심리학회의 개회식에 참석하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학교폭력위원회에 보내는 편지
이 글은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마음건강을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과 선생님, 학생과 부모님 모두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학교폭력 문제로 진료실을 찾는 학생과 부모, 교사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두가 학교폭력이라는 감당하기 힘든 트라우마 때문에 고통을 받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의 마음건강을 중심으로 편지 형식의 글을 적어서 언론 매체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마음건강의
[한국일보-대한신경정신의학회 공동 기획] ‘한국인은 불안하다’ ⑩ 마음속 울화가 엉키고 맺혀 생기는 화병, 속 깊은 대화로 치유해야 – 정찬승 마음드림의원 원장
마음속 울화가 엉키고 맺혀 생기는 화병, 속 깊은 대화로 치유해야 [한국일보-대한신경정신의학회 공동 기획] ‘한국인은 불안하다’ ⑩정찬승 마음드림의원 원장 경직된 표정의 중년 여성이 가슴이 터질 것처럼 답답하고 묵직한 덩어리가 치밀어 오른다면서 진료를 받으러 왔다. 몸의 불편함을 호소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슬픔과 설움이 가득했다. 전형적인 신체증상을 동반한 우울증 또는 화병의 증상이었다. 게다가 사람이
내향형 의사의 세계 참여
판단과 행동의 기준을 주체에 두는 사람을 내향형으로, 객체에 두는 사람을 외향형으로 분류할 때 나는 내향형에 해당할 것이다. 학교와 병원에 적응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습득해야 하는 외적 적응을 제외하고는 내면세계에 대한 관심에 머물러온 데다가, 외적 활동을 할 때마다 큰 피로감과 어색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성장시켜준 스승과 학회에 대한 봉사의 마음으로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발걸음
2016년 6월 19일 한국에서 출발한 트라우마-재난정신건강 전문가들과 함께 도쿄역에서 후쿠시마행 신칸센에 몸을 맡겼다. 목적지는 동일본대지진의 가장 큰 피해지역인 후쿠시마현과 미야기현의 재난정신건강센터. 자연재난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늘 지진의 위협을 받고 있다. 1995년 한신대지진으로 인해 효고현, 고베시를 중심으로 6천여 명이 사망하고 약 2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2011년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때는
나의 분석심리학 입문기
의과대학 시절 처음 분석심리학 이론을 접할 때는 그리 큰 흥미를 갖지 못했다. 하지만, 병원 실습 기간 중에 분석심리학회의 주최로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기초강좌에 참석하여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이부영 선생님과 이죽내 선생님의 강의가 지금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어떤 충격이었을까? 이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인간의 정신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있었다. 내가 어렴풋이
우리 안의 갑과 을 – ‘갑질’의 심층심리학적 이해
I. 들어가는 말 최근 대한민국에서는 우위에 있는 자가 하위에 있는 자에게 부당한 권력을 행사하는 사건들을 소위 ‘갑질’이라고 칭하며, 이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통상 계약의 당사자를 순서대로 갑(甲), 을(乙)로 지칭하여, 우위인 측을 갑이라 하고 상대방을 을이라 한다. 갑과 을이 계약을 맺음으로써 갑을관계가 형성되는데, 최근 들어서 갑을관계는 지위, 계급의 고하(高下)를
공부하는 즐거움 (국제학술대회 참석후기)
제 7회 분석심리학과 중국문화 국제학술대회가 2015년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마카오 시립대학에서 ‘Confronting Collective Trauma: Archetype, Culture and Healing’을 주제로 열렸다. 국제분석심리학회, 국제모래놀이치료학회, 마카오 시립대학, 동방심리분석연구원이 공동 주최하고 마카오 재단에서 후원하는 학술대회였다. 나는 발표를 맡은 이부영 선생님, 이주현 선생님과 함께 학술대회에 참석하고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이번 학술대회 참석의 계기는 2014년으로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부 전문가그룹회의 참석을 마치고
2016년 1월 13일 수요일, 방배동의 아담한 진료실에서 오전 진료를 마친 나는 펄펄 내리는 눈을 헤치며 조심스레 운전을 하여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서 만난 박한선 선생은 멋진 카우보이 모자와 커다란 배낭을 짊어진, 영락없는 인류학자였다. 우리는 공항 라운지에 마주 앉아서 이번에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 위치한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부 사무처에서 열리는 전문가그룹회의가 얼마나 중요한 일이며, 거기에서
A Jungian Encounters Disaster
I had not much interest in the world and my surroundings. I rarely watch the news on TV so my only source was through the news I hear on the radio while commuting to work. When the Sewol Ferry disaster occurred, I became aware of the seriousness and urgency of
정신분석 에세이 ‘治癒(치유)의 나무’
내 진료실 한쪽에는 커다란 나무가 자라고 있다. 크고 튼튼한 둥치에 쭉쭉 뻗은 굵은 가지들, 무성한 잎사귀들을 보면 저절로 힘이 솟는다. 나에게 정신분석을 받은 한 여성이 선물한 생명력이 넘치는 나무다. 그녀가 처음 나를 찾아온 것은 어느 해 가을이었다. 그녀는 초점을 잃은 눈동자로 병원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도무지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했다. 그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