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폭력 피해자 마음건강지침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폭력도 실생활에서의 폭력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트라우마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온라인이건 실생활이건 폭력과 괴롭힘은 결코 용납될 수 없습니다. 누구도 당신의 인권과 존엄성을 해쳐서는 안 됩니다.

1. 알리세요

혼자서만 괴로워하지 말고 가족, 친구, 믿을 만한 사람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세요.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 너무나 큰 고통을 가져옵니다. 도움과 조언을 받기 위해서는 일단 주위 사람에게 알려야 합니다.

2. 표현하세요

사이버 폭력은 실제 폭력만큼이나 고통스럽습니다. 마음의 상처, 우울, 불안, 분노를 가까운 사람에게 표현하세요. 마음의 고통을 듣게 된 분들은 피해를 당한 분을 비난하고 지적하지 말고, 따뜻하게 위로하고 공감해주세요.

3. 자신을 지키세요

지금부터라도 개인정보와 개인 공간을 철저하게 보호하세요. 다수의 사람으로부터 폭력, 괴롭힘, 명예훼손을 당할 때는 큰 충격을 받아서 멍한 상태에 빠지기 쉽습니다. 자기를 보호하기에도 벅찬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가장 우선 할 일은 추가 피해가 없도록 자신의 개인정보와 인터넷의 개인 공간을 지켜내는 것입니다. 댓글 쓰기를 차단하고 게시물들을 보호하는 등 보호조치를 시작하세요.

4. 휘말리지 마세요

많은 사람이 비난, 욕설, 폭언의 메시지를 보낸다면 응답하지 마세요. 무분별하게 당신을 공격하는 사람들에게 해명한다고 해도 상대방은 납득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당신의 대답이 오히려 상대방을 자극해서 더 큰 공격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5. 준비하세요

온라인에 올라온 당신에 대한 모든 폭력, 비난, 명예훼손을 철저히 보관하세요.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마음의 고통이 커서 그 글들을 보기조차 힘들다면 주위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증거를 보관해서 앞으로 있을 가해자 처벌을 위해 준비하세요.

6. 도움을 받으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버 폭력을 해결해줄 전문 기관, 마음의 고통을 치유해줄 정신건강전문가들이 당신을 돕기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용기를 내서 도움을 요청하세요.

  • 사이버 폭력 대응 전문 기관

경찰청(각종 사이버 범죄, 국번 없이 182)
여성긴급상담전화 (디지털 성범죄, 성폭력, 성매매 등, 국번 없이 1366)
한국인터넷진흥원(개인정보침해, 국번 없이 118) 등

  • 사이버 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재난정신건강위원회와 정신보건위원회 보도자료 제작을 위해 작성한 원고입니다.

정찬승 (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국제분석심리학회 정회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회 홍보국장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위원회 위원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갑질의 정신분석 강연 영상

코로나 블루로 인한 서울시민의 우울과 자살예방을 위한 3차 Webinar 
발표일: 2020년 6월 9일
발표자: 정찬승
주최 :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서울시 COVID19 심리지원단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사례의 성별, 직업 등은 임의로 변경하였습니다.

2020년 6월 9일: “갑질의 정신분석: 권력 콤플렉스의 문제” 강연 (코로나 블루로 인한 서울시민의 우울과 자살예방을 위한 3차 Webinar)

I. 들어가는 말

소위 ‘갑질’이란 우위에 있는 자가 열위에 있는 자에게 부당한 권력을 악랄하게 행사하는 행태를 칭한다. 통상 계약의 당사자를 순서대로 갑(甲), 을(乙)로 지칭하여, 우위인 측을 갑이라 하고 상대방을 을이라 한다. 갑과 을이 계약을 맺음으로써 갑을관계가 형성되는데, 최근 들어서 갑을관계는 지위, 계급의 고하(高下)를 표현하게 되어서 현재는 대기업과 협력업체, 업주와 종업원, 상사와 부하직원, 고객과 서비스업 종사자, 교수와 제자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소위 ‘갑질’이란 갑을관계의 ‘갑’에, 좋지 않은 행위를 비하하는 접미사인 ‘질’을 결합한 말로서, 권력을 가진 자가 약자에게 행하는 부당행위를 지적하여 비난하는 유행어라고 볼 수 있다.

연일 뉴스와 인터넷 매체들을 통해 갑질의 사례가 전해져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으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는 ‘갑질을 당했다’는 사람들이 빈번히 마음의 고통을 호소하여 상담과 치료를 받고 있다. 개인의 마음의 고통은 시대의 문제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시대의 문제가 개인을 아프게 할 때, 마음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갑질’ 현상에 대해서 심리학적으로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실감하게 됐다. 갑질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고찰하려고 할 때, 그 시대의 다수의 구성원이 공감하고 공유하는 유행어에는 집단 의식(collective consciousness)이 반영되며, 또한 그 기저에는 각 개인의 개인적 무의식과 집단적 무의식이 관련되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필자는 소위 ‘갑질’로 불리는 사회현상에 대해 임상에서 경험한 사례들을 고려하여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 의식과 무의식의 차원에서 이해하여 갑질이 발생하는 원인과 그 부정적인 영향을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II. 갑질의 사례와 유형

임상경험을 통해 만나는 갑질의 사례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지속적으로 약자를 얕잡아 보고 힘과 권력을 이용해 부당한 행위를 반복하는 상습적인 갑질이다. 둘째는 평소 평등한 관계를 유지해 오던 사람이 특정한 상황에서 돌변하여 부당한 권력을 휘두르려 하는 우발적인 갑질이다.

1. 상습적 갑질

상습적으로 갑질을 하는 자는 대부분의 인간관계, 사회적 상황에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약자를 굴복시키고 조종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공격적이며 오만하고 거들먹거리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고 타인이 복종하고 굴복할 때 만족감을 느낀다.

사례 A

대기업 브랜드의 하청을 받아 십여 년간 제조공장을 운영하던 A 사장은 적극적이고 활기찬 사람이다. 그러나 본사의 담당 팀장이 매출 하락을 이유로 A 사장에게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A 사장이 자초지종을 물었으나 본사의 팀장은 무례한 태도와 인격적인 모욕을 서슴지 않았다. A 사장은 본사의 매출 하락에 따른 계약 해지에 대해 납득은 했으나 담당 팀장의 안하무인의 빈정거리는 태도에 큰 충격을 받았다. A 사장은 분노에 휩싸였으나 점차 불안, 우울, 무기력에 빠져들고 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죽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사례 B

새로 임용된 젊은 여자 교사인 B는 최근 심한 우울감에 빠져들었다. 가라앉은 기분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젖어서 출근을 해도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정상적인 업무를 할 수 없었다. 꿈꾸던 교직이 하나도 즐겁지 않았고, 집중력이 전혀 발휘되지 않았고, 문서 작성에서도 실수가 잦아져 더욱 난처해졌다. B는 남자 교장으로부터 ‘시집은 언제 갈 거냐? 시집이나 빨리 가라’ ‘여자는 이래서 안 된다’ ‘그거 하나 제대로 못 하나?’는 등의 모욕과 비난을 들어왔다.

사례 C

중년이 된 C는 때때로 심한 우울감을 느끼고 아무런 의욕이 없어지는 상태가 되곤 한다. 그럴 때면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와의 일이 떠오른다. 연구보다는 보직 등 권력에 관심이 많은 지도교수는 겉으로는 매우 신사적인 사람이었지만 내부에서는 권위적인 태도로 제자들을 착취했다. C는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학자로서의 미래를 꿈꾸며 힘든 과정을 견뎌냈다. 어느 날 지도교수와의 면담에서 지도교수로부터 모멸감을 주는 말투로 ‘천한 것들에게 잘해줘 봤자 은혜를 모른다.’는 말과 함께 학위를 줄 생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C는 그동안 이용만 당했다는 억울함과 어려운 형편에도 최선을 다했던 그간의 열정이 무너져내리는 충격을 받았다. 학자로서 성공할 수 있는 다른 길이 없었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에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우울감은 삶의 의욕을 꺾어버리곤 했다.

사례 D

공공단체의 팀장인 D는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진료실을 찾아왔다. D는 자신의 사생활도 없이 직장을 위해 헌신해온 매우 성실한 사람이다. 그러나, 1년 전 새로 부임한 상사는 비상식적인 업무지시와 인격적인 모욕, 협박, 막말과 욕설로 직원들을 몰아세웠다. D는 1년간 어떻게든 상사의 지시를 따르려고 했으나, 상사는 일관성 없는 태도로 고성과 욕설, 성적 모욕으로 직원들을 다그쳤다. 상사가 그렇게 한 이유는 직원들이 그 상사와 경쟁하는 위치에 있는 다른 임원에게 충성하고 자신을 우습게 여긴다는 것이었다. D는 더는 버틸 수가 없었고, 불안과 공황발작, 우울감에 시달리다가 자신이 젊음을 바쳐 성장시킨 그 기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D를 몰아붙인 상사 또한 불면과 불안의 문제를 갖고 있으며 음주 문제 또한 심각했다.

상습적 갑질의 유형에서는 지속적으로 갑질이 일어나기 때문에 피해를 당한 사람은 심리적으로 만성적인 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치료를 받기에 이르는 경우가 생긴다. 이때의 특징적인 임상양상 중 하나가 심한 무력감에 빠져서 상황을 개선시킬 의욕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상습적인 갑질을 가한 사람은 타인의 심적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이 현저히 낮은 점에서 반사회적 인격 특성을, 권력에 몰두하고 자기중심적인 점에서 자기애적 인격 특성을 고려할 만하다. 상습적으로 갑질을 하는 자는 자신의 행동이 문제가 있다는 반성적 인식이 결여되어 있어서 그 행위 자체에 대해 상담을 받으려고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갑질을 당한 사람이 저항하려고 하면 더욱 철저히 비하하고 짓밟으려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자신이 권력의 중심에 서지 못한 경우에는 불안과 우울, 불면 등의 증상을 겪고 치료를 받으러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있다.

2. 우발적 갑질

평소 평등한 인간관계를 맺어오던 사람이, 특정한 상황에서 폭발적으로 힘을 남용하려 하여, 본인과 상대 모두 예상 밖의 상황에 당황하게 된다. 갑질을 하는 상황에서 감정조절이 되지 않아 본인도 불안과 공포에 압도되어 몸을 떠는 등의 신체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사례 E

상사로부터 심한 모욕과 비난을 들어온 E는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치료를 받고 있다. E는 퇴사 후 다른 직장에 취업하게 됐다.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한 E는 부하직원들의 태도가 불손하고 자신을 우습게 여기는 것 같아서 몹시 불편했다. E는 자신이 이전 직장에서 상사에게 당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최대한 부하직원들을 인격적으로 대해주려고 노력했으나, 마음이 점점 불편해졌다. 어느 날 E는 부하직원들의 무례한 태도에 마구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며 비난했고 거칠게 몰아붙였다. 퇴근 후에도 E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고 부하직원들에 대한 분한 마음과 더불어 자신이 그토록 분개해온 이전 상사가 한 짓을 자신이 똑같이 저지른 것 같아 더욱 절망적인 생각이 들었다.

우발적 갑질의 유형에서는 돌발적으로 갑질이 발생한다. 대개 일회성인 경우에 그쳐서 갑질을 한 사람도, 당한 사람도 진료나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는 드물다. 임상현장에서 관찰할 수 있는 사례는 기존의 정신분석을 받던 사례가 경험하는 것인데, 가해자는 평소에 타인과 평등한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해왔고, 다소 내향적인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평소 조용하고 소심했던 사람이 갑자기 권력을 잡게 되거나 자신의 지위가 위협받는다는 생각이 들 경우 폭발적으로 분노하고 주위 사람들을 억압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주위로부터는 ‘그 사람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 ‘원래 그렇지 않은 사람인데…’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본인도 놀라고 흥분해서 후회하거나 부끄러워하는 등 내적 갈등을 겪는다. 갑질을 당한 사람은 돌변한 상대방의 태도에 당혹감을 느끼고 신뢰가 무너지고 실망하게 된다.

III. 갑질의 분석심리학적 이해

– 권력 콤플렉스

상습적이든 우발적이든 갑질을 당한 사람은 압도적인 권력의 공격에 무너져 이후로 의욕과 희망을 잃게 된다. 갑질을 한 사람도 뭔가에 홀린 듯이 화를 쏟아내고 소리를 지른 후 자괴감과 우울, 불안에 빠지는 일이 흔하다. 이것은 모두 자아와 이질적인 어떤 무의식적인 심리적 내용, 즉 콤플렉스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모든 인간은 무의식에 권력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갑질을 하는 사람은 무의식적인 권력 콤플렉스와 자아를 동일시하거나 권력 콤플렉스에 의해 사로잡힌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객관적인 상황 판단을 하기보다는 권력에 의해 모든 것을 판단한다. 특히 권력에 집중할수록 타인과 자신의 감정에 대한 인지가 현저히 떨어진다. 이는 건강한 자아기능을 손상시키고 신경증적인 상태에 처하게 된다. 칼 구스타프 융이 지적한 대로 권력에 대한 집착은 본인이 표현하거나 인식하기를 꺼리고 있는 지독한 열등의식의 과보상인 경우가 많다. 갑질을 하는 자는 그 무의식에 자신도 모르는 심각한 열등의식이 도사리고 있어서 이를 부정하고자 겉으로는 더욱 안하무인의 폭군 행세를 한다. 

– 그림자의 투사

갑질의 상황에서 갑과 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둘 다 자신을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을 자주 본다. 갑은 을이 무능하고 게으르고 무책임하다고 비난하며, 을은 갑이 독재적이고 오만하고 폭력적이라고 비난한다. 둘 다 자신이 혐오하는 것을 상대방에게서 보고 비난한다. 이것은 자신의 무의식에 억압된 열등한 인격인 그림자상을 상대방에게 투사하는 현상이다. 투사는 혐오스러운 인격이나 부도덕함이 자신에게는 없고 남에게만 있다고 생각하는 자기방어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그림자가 자신의 무의식에 있다는 것을 의식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갑은 자신의 감추어진 열등의식을 직시하고 인정해야 하며, 을은 자기 내면에서 발휘되지 못한 채 버려져 있던 권력욕을 발견하고 실현시켜야 한다. 

– 갑질의 목적의미

과연 갑질의 등장이 나쁘기만 한 것인가? 갑질은 앞에서 살펴보았든 ‘힘’을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을 비하하는 유행어다. 우리는 갑질이라는 유행어를 통해서 현재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을 인식할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상호 간에 그림자 투사를 통해서 각자의 내면에 억압되어 있는 그림자를 인식할 기회가 생겼다.

주목해야 할 것은 갑질의 피해자인 을은 분노에 떨면서도 한없는 무력감에 빠져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의욕을 잃은 상태가 지속된다는 점이다. 실제 정신분석을 하면 초기에는 갑질을 당한 사람의 꿈에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트라우마 재경험 증상에 해당하는 반복적으로 갑질을 당하는 상황이 등장한다. 갑질은 피해자의 마음에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긴다. 그러나, 정신분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공격적이고 가학적이기만 했던 꿈속의 갑이 손을 내밀어 화해와 협력을 청해 오는 경우가 있다. 이를 계기로 피분석자는 기력을 회복하고 삶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이는 자신의 무의식의 그림자와 권력 콤플렉스를 의식화하는 작업과 관계가 있다. 이것은 소심하고 무력한 자에게 자신의 무의식의 힘을 의식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병적 세계관의 개선

갑질은 기본적으로 독재자나 폭군과 같은 권력의 오남용이다. 권력의 우위에 있는 자는 당연히 이런 갑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열세에 있는 자는 자신이 당해야만 할 뿐 다른 방법은 없다는 무력감에 젖어 있다. 여기에는 지위고하에 대한 뿌리 깊은 계급의식이 내재해 있다. 집단이 구분하는 계급만 보일 뿐 각각의 개인의 고유한 존재는 보이지 않는다. 또한, 한국 근현대사의 일제강점과 한국전쟁, 군부독재라는 오랜 수난이 한국인의 마음속에 남긴 악영향이 있다. 정신적 가치와 인간 존중의 전통은 땅에 떨어지고 오로지 권력만을 추구하는 행태가 사회 곳곳을 병들게 했다.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는 평등의식이 결여되었을 때 갑질이 나온다. 현대의 갑질은 무엇보다도 돈과 관계가 깊다. 돈은 권력의 다른 이름이다. 현대의 배금주의적인 문화의 개선이 시급히 요구된다. 

호프만슈탈의 희곡 예더만(Jedermann, 1911)은 오만한 부자 예더만이 불시에 찾아온 죽음의 신에 끌려가게 되자 돈과 권력에 취해 수치심을 모르고 살아온 인생을 반성하는 줄거리다. 예더만이 그토록 자신만만하게 주무르던 ‘재물’에게 죽음의 길로 동행해달라고 청하자 재물이 던지는 냉소는 현대인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재물이 예더만에게)
바보 같으니라고. 자넨 초라한 얼간이, 지독한 바보야. 
예더만, 생각해 봐. 
난 이 세상에 남아 있지만 자넨 어디에 남는가?
내가 자네 마음속에 찔러 넣어둔 것이 있어. 
자넨 그걸 위해 일했지. 
그건 사치와 겉치레, 자만과 허풍, 
그리고 저주스러운 음탕함이지. 
이 모든 것들을 내가 자네에게 불어넣었지. 
자네가 지금껏 고집을 꺾지 않고 
사지를 다 뻗은 채 땅바닥에 지쳐 나동그라지지 않고 
여전히 목을 쳐들고 있게 해준 것은, 
오로지 돈과 재산 덕분이지. 
자네의 모든 용기는 바로 이곳에서 솟아오르는 거야. 
보게, 돈이 다시 돈궤 속으로 떨어져 가는군. 
이것으로 자네 행복은 끝장이야. 
이제 곧 자네 의식도 사라져 버릴 거야. 
두 번 다시 나를 만나는 일은 없을 거야. 
이 속세에 있는 동안만 자네에게 나를 빌려주었던 거야. 
그러니 나는 자네가 가는 길을 함께 가지는 않아. 
가지 않고 이곳에 남아, 자네가 외톨이로 
완전히 벌거숭이가 되어 고난에 빠지도록 내버려 둘 테야. 
자네가 손을 내밀어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 
이를 갈고, 이를 드러내도 아무런 소용이 없어. 
자넨 어머니의 배 속에서 나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벌거숭이가 되어서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거야. 
(Hugo Von Hofmannsthal 저, 곽복록 역, 호프만스탈, 예더만, 지식공작소 중 일부 수정 인용)

– 갑과 을을 넘어서

갑질은 사회적 문제로서 올바른 평등의식을 심어주는 교육을 통해 우선 해결해야 한다. 계급의식을 버리고, 약자를 배려하며, 각 개인의 개성과 존엄성을 존중하는 교육, 힘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힘은 남을 착취하고 억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생을 개척하고 이웃을 돕기 위한 것임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갑질에 대한 사회적 반성과 제도적 근절 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갑질을 멸시하고 금기시하는 집단적 대책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는 갑질 문제를 기회로 삼아 모든 사람의 심성에 깃들어 있는 무의식의 힘, 권력 콤플렉스를 발견하고 그것을 건강하게 의식화해야 한다. 

고유한 개인으로서의 인간은 갑과 을이라는 이분법으로 구분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페르소나에 불과한 갑 또는 을에 자신을 전적으로 동일시할 경우 심각한 신경증이 발생한다. 많은 한국인이 자신을 을로서 피해자라고 생각하여 갑질이라는 유행어가 탄생했지만, 피해의식에 사로잡히면 모든 인간관계를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구도로 왜곡하게 된다.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갑과 을이 공존한다. 이를 인식하여 자신의 힘과 권력을 건강하게 발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누군가가 마음의 치료를 받고자 할 때 그는 단지 ‘갑질’ 등 하나의 문제만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 전체를 가지고 치료자 앞에 마주 앉는다. 갑질은 하나의 계기일 뿐이다. 부모와의 갈등, 워커홀릭으로 자신을 잃어버린 생활, 뿌리 깊은 열등감, 과거 상실의 반복 등 모든 개인적 과거사와 함께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하는 인생의 문제가 펼쳐진다. 

그런 사람을 갑과 을 중에 하나로 규정하는 것은 그 사람의 내적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이다. 치료자는 그의 무의식에 접근하여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의식의 범위를 확장시켜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도록 해주어야 한다. 을의 마음속에 갑이, 갑의 마음속에 을이 숨어 있음을 발견하는 것은 무척 고통스럽고 피하고 싶은 일이지만, 그림자를 외면하고 타인에게서만 그것을 찾으려고 하는 이상 우리는 상호비방과 증오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림자를 직면하고 의식화할 때 그는 갑과 을의 종속관계를 뛰어넘어 독립적인 온전한 인격체가 될 수 있다.

코로나 블루로 인한 서울시민의 우울과 자살예방을 위한 3차 Webinar 
발표일: 2020년 6월 9일
발표자: 정찬승
주최 :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서울시 COVID19 심리지원단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사례의 성별, 직업 등은 임의로 변경하였습니다.
코로나 블루로 인한 서울시민의 우울과 자살예방을 위한 3차 Webinar 에서 발표한 원고입니다. (주최: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서울시COVID19심리지원단)
과거 정신강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을 수정, 보완했습니다. 

정찬승 (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국제분석심리학회 정회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회 홍보국장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위원회 위원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2020년 5월 13일: We are all suffering and healing individuals. 감염병 심리사회방역지침 영어판 발표

We are all suffering and healing individuals.

Disasters affect individuals and communities to the extent that they cannot cope on their own. Affected people include disaster survivors and their families, bereaved families of victims, volunteers and staff helping at disaster rescue sites, residents of disaster-hit regions, and all the people who vividly witness disaster scenes through mass media. In the face of a disaster, people respond to its impact by doing everything within their power to control it. They do their best to minimize the damage caused by the disaster and to speed up the recovery of individuals and communities.

Amidst this process, there is something that must be borne in mind: the invisible trauma left on the mind, which is just as important as the visible impact of the disaster. Mental health professionals are committed to disaster management to prevent and heal the inner pain left by the impact of such disasters. 

Unlike fires or accidents, which have clearly delineable impacts as they are limited to specific areas, outbreaks of infectious diseases are disasters that directly affect most citizens. These outbreaks can change people’s lives and minds. It is a major stressor for people that they cannot control epidemics because the pathogens are invisible and difficult to predict, and no remedy has yet been found. People at a low or no risk of getting sick also suffer from anxiety and depression.

The psychological pain of those already infected by or exposed to the pathogens is beyond description. Moreover, prejudice and stigma exacerbate the pain more than anything else. Therefore, care needs to be taken to clear the mind of traces of injury after physical recovery.

The chaos brought about by a disaster requires a proven and agreed-upon way of healing and recovery. Therefore, a team of multidisciplinary specialists from the Korean Society for Traumatic Stress Studies including psychiatrists, social workers, psychologists, nurses, counselors, emergency physicians, researchers, and administrators with extensive experience in dealing with trauma and stress, joined their efforts to publish the Guidelines on Psychosocial Care for Infectious Disease Management.

The primary concern of mental health guidelines for disaster management so far has been to teach people affected by a disaster on how to respond. The guidelines we present contain concrete and all-encompassing practical directions for victims and families, vulnerable groups, friends and acquaintances, communities, disaster workers, specialists, faith-based communities, the media, the general public, and the government to prevent and heal the emotional pain caused by the epidemic.

The guidelines include twenty-eight topics covering different target groups, interests, issues, and stages. The guidelines contain the collective heart of the entire world keen to help one suffering individuals. They contain results agreed upon through a thorough review of literature, research, intense discussion, and the clinical experience of specialists.

Helping those suffering from an infectious disease is not the sole responsibility of one person; we all must help. We are all suffering and healing individuals. Our minds, diverse and variegated as they may be, can be united as one collective mind to help each other—as long as each of us decides, epidemics will disappear and leave no scars in our minds.

Chan-Seung Chung, MD, Ph.D.
Editor
Chair of Public Relations, Korean Society for Traumatic Stress Studies
Psychiatrist
Jungian Analyst

  • Companies and organizations wishing to use any material should request permission from KSTSS ( kstss2015@gmail.com ).
  • Suggested Citation:
  • Korean Society for Traumatic Stress Studies. (2020). Guidelines on psychosocial care for infectious disease management. Gyeongsan: KSTSS.

“생명 위협하는 ‘인포데믹’… 건강한 판단력 갖춰야” 동아일보 칼럼

정찬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0초 동안 숨을 참을 수 있으면 코로나19가 아니다” “무슨 약을 먹으면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된 거짓 정보를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런 잘못된 정보를 맹신하고 행동에 옮겨서 사망한 사례도 있다. 거짓 정보는 사람들을 기만해 판단력을 흐리게 할 뿐만 아니라 생명을 위협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제네바 본부는 7일부터 이틀에 걸쳐서 정보전염병에 대한 전문가 자문 회의를 개최했다. ‘인포데믹(infodemic·정보전염병)’이란 전염병이 창궐한 시기에 믿을 만한 정보와 지침을 찾기 힘들 정도로 온갖 정보가 쏟아지는 현상을 표현하기 위해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을 합해서 만든 말이다.

재난이 발생하면 유언비어를 포함한 온갖 정보가 사람들을 미혹한다. 최근에는 언론과 소셜미디어의 발달 때문에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로 정보 쓰나미가 일어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시의적절한 주제 선정에 호응해 전 세계에서 1300여 명의 전문가들이 세미나에 참석했다. 물론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제네바로 날아간 것이 아니라 각자 자신의 연구실과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참석해서 열띤 강연과 토론을 펼쳤다. 발표자들은 전 세계의 거짓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분석하는 눈부신 기술을 선보였고 이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올바른 정보를 배포하는 전략을 제안했다.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기구는 각 나라의 정부, 전문가, 언론이 협력해 정보전염병에 대응하는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거짓 정보를 적극적으로 물리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완전히 박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과학기술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전문가와 기관만을 위한 대책이 나올 뿐이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거짓 정보가 아니라 바로 사람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는 국민을 위한 감염병 마음건강 지침에서 “믿을 만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만 얻으라”고 강조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건강한 판단력을 갖춰 스스로 거짓 정보를 물리치고 올바른 정보를 도움이 되는 만큼 얻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사람의 마음을 병들게 해 건강을 위협하는 정보전염병을 질병이라고 규정한다. 모든 사람은 질병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정부, 전문가, 언론은 올바른 건강정보를 보급하고 거짓 정보를 낱낱이 밝혀서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고 거짓 정보와 정보 홍수에 취약한 그룹을 위한 맞춤형 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히 노인과 아이가 정보전염병에 취약하다. 잘못된 건강정보는 면역력이 약한 노인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재난 상황에서 어른들이 당황하면 어린이와 청소년이 무시당하기 쉽다. 왜곡된 정보는 아직 판단력이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의 건강한 세계관 형성을 방해한다.

세계보건기구 전문가 자문회의 토론장에서 필자는 올바른 건강정보를 얻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라고 선언할 것을 제안했다.

건강정보에 관한 인권 선언문을 발표하는 것이 정보전염병 위기 상황에서 해법을 마련하는 기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보는 이제 삶을 지탱하는 필수 자원이 됐다. 모든 사람이 올바른 건강정보를 얻고 잘못된 정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정부, 언론, 그리고 전문가 집단은 국민의 건강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정확한 정보를 보급하고 거짓 정보를 검증할 의무가 있다. 모든 사람은 건강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얻어서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지킬 권리가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1946년부터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라고 정의해 왔다. 우리는 이제 건강을 정의함에 있어서 정보 측면으로 안녕한 상태가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생명을 지키는 정보 건강이 필요하다.

정찬승 (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국제분석심리학회 정회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회 홍보국장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위원회 위원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연구원 역임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2020년 4월 22일 동아일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421/100740129/1

2020년 4월 13일: [출근길 인터뷰] 코로나19 두려움 실태조사…심리 방역도 중요

[출근길 인터뷰] 코로나19 두려움 실태조사…심리 방역도 중요

[앵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불안감과 우울감을 느낀다는 사람이 많은데요.

국민 10명 중 2명은 주변의 관심이 필요한 정도의 증상을 겪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박진형의 출근길 인터뷰 오늘은 정찬승 한국 트라우마스트레스 학회 홍보위원장을 만나 이번 조사 결과의 의미를 짚어보겠습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박진형 기자 나와 주시죠.

[기자]

박진형의 출근길 인터뷰 오늘은 정찬승 홍보위원장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정찬승 / 한국 트라우마스트레스 학회 홍보위원장]

안녕하십니까? 정찬승입니다.

[기자]

코로나19 장기화에서 한국 트라우마스트레스 학회에서 조사를 했다는데 어떤 조사였습니까?

[정찬승 / 한국 트라우마스트레스 학회 홍보위원장]

3월에 전국에 걸쳐서 1,000명 국민을 대상으로 해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했습니다. 그래서 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국민에게 어떤 걱정과 염려를 유발하는지 또 국민들은 그로 인해서 우울과 불안의 피해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어떤 서비스를 국가에게 요구하는지 등 다양한 분야로 조사를 했습니다.

[기자]

조사 결과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이 있다면 어떤 게 있었을까요?

[정찬승 / 한국 트라우마스트레스 학회 홍보위원장]

특이하게 나타나는 것이 국민들의 걱정과 염려의 순위였는데요. 제일 첫 번째로 걱정하는 것이 자신의 안위가 아니라 자기 가족의 건강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나타난 것이 만약에 자기가 감염이 되면 그로 인해서 가족이 감염될까 봐 걱정하는 것이었고 또 세 번째는 자기가 감염되면 자기의 직장이나 이웃에게 피해를 줄까 봐 걱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자기 자신의 건강, 자기가 코로나에 감염될지에 대한 걱정은 6위에 머물렀습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얼마나 이타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그런 심성을 알 수 있습니다.

[기자]

보통은 자기자신에 대한 안위 또 건강을 생각하기보다는 다르면 다른 사람을 생각했다는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긴 한데 또 하나 대구지역에서 눈에 띄는 결과가 나왔다고요.

[정찬승 / 한국 트라우마스트레스 학회 홍보위원장]

네 맞습니다. 대구지역은 이전에 실시되었던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우울과 불안 등 포함해서 정신건강 문제가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대구지역의 우울과 불안이 전국 최상위권으로 올라갔습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국민의 정신건강을 직접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봤을 때 향후에 어떤 대책을 좀 만들어놓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인가 이런 생각도 하셨는지요?

[정찬승 / 한국 트라우마스트레스 학회 홍보위원장]

맞습니다. 이런 조사의 목적은 이 결과를 도출해서 좋은 정책을 실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나타난 우울과 불안으로 가장 고통받고 있는 그룹이 누구인지가 중요한데요. 바로 30대, 60대 그리고 여성에서 이런 우울과 불안의 문제가 두드러졌습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60대는 본인의 면역력도 약하고 또 고령층에서 이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치명적인 결과가 자주 보고됨에 따라서 걱정을 많이 하는 것은 당연한데 그렇다면 왜 30대 여성인가, 30대 여성들이 자기의 건강과 생명만을 위해서, 생명만을 염려해서 우울하고 불안한 것이 아닙니다. 30대 여성을 놓고 보면 그분들이 돌봐야 할 자녀들이 있습니다. 또 그분들이 염려해야 할 자신들의 부모님들 그리고 고령의 부모님들이 있고 또 30대라면 가장 활발하게 일할 나이가 아닙니까? 그런데 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서 자신의 직장이 위협을 받고 또 자신의 사업이 위협을 받습니다. 자신의 생계문제까지 이런 모든 사회문제가 바로 30대 여성에게 응축이 되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책을 세움에 있어서 어느 곳부터 시작해야 되는지 잘 도출해낸 연구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끝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불안감, 우울감이 또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한테 좀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으신지요?

[정찬승 / 한국 트라우마스트레스 학회 홍보위원장]

사회에 이런 큰 변고가 있을 때 정신적으로 동요하는 것은 굉장히 당연한 일입니다. 우울하고 불안하고 걱정되고 또 염려되고 이러한 마음이 드는 것 자체를 비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지극히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정신적인 고통이 너무 심할 때 그리고 이런 심한 정신적인 고통으로 인해서 자기의 일상이 위협받고 정상적인 생활이 방해되고 불가능해질 때는 반드시 그걸 혼자 마음속에 묻어둘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또 정신건강 전문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기자]

오늘 바쁘신데도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박진형을 출근길 인터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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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2020년 3월 21일: 우리 모두가 고통 받는 사람이며 우리 모두가 치유하는 사람입니다. (감염병 심리사회방역지침 발표)

우리 모두가 고통 받는 사람이며 우리 모두가 치유하는 사람입니다

재난은 개인과 사회가 감당하기 힘든 큰 충격을 가져옵니다. 재난을 직접 겪은 생존자, 그들의 가족,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분들의 유가족, 현장에서 구조에 참여하며 돕는 분들, 지역에 사는 주민들, 여러 매체를 통해 재난을 생생하게 목격하는 온 국민이 재난의 영향을 받습니다. 재난 앞에서 인간은 모든 능력을 발휘하여 그 충격에 대응합니다. 재난이 가져온 피해를 최소화하고 개인과 사회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그때 반드시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 있습니다. 재난으로 인한 눈에 보이는 충격 못지않게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트라우마도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정신건강전문가들이 재난 대응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는 바로 재난으로 인한 마음의 고통을 예방하고 치유하기 위해서입니다.

특정 지역에서 일어나 그 영향이 비교적 분명한 화재나 사고 등과 달리 감염병은 대다수 시민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재난입니다. 감염병 유행은 사람들의 생활과 마음을 변화시킵니다. 병원균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예측하기 어렵고 아직 치료제가 나오지 않았으니 조절하기 어렵다는 점이 사람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줍니다. 병에 걸리지도 않은 사람들이 불안과 우울에 고통을 받습니다. 감염병에 걸리거나 노출된 사람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무엇보다 큰 마음의 고통은 편견과 낙인입니다. 감염병이 치료된 후에는 마음의 상처가 남지 않아야 합니다.

재난이 가져온 혼란에는 검증되고 합의된 치유와 회복의 길이 필요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사회복지사, 심리학자, 간호사, 상담가, 응급의학과 의사, 연구자, 행정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동안 트라우마와 스트레스를 연구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의 수십 명의 다학제 전문가들이 모여서 감염병 심리사회방역지침을 펴냅니다. 지금까지의 재난 정신건강지침은 주로 재난을 당한 사람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펴내는 심리사회방역지침은 사람과 사회가 감염병으로 인한 마음의 고통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구체적이고도 전방위적인 실천 방법입니다. 대상자, 관심 주제, 시기에 따라 무려 28개 주제를 정해서 각 주제 속에서 직접 피해자와 가족, 취약 계층, 지인, 지역사회, 재난 업무 종사자, 전문가, 종교, 언론, 국민, 정부가 감염병이 주는 마음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실천해야 할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합니다. 전문가들의 연구와 임상경험, 치열한 토론과 합의, 철저한 문헌 조사를 통해서 고통받는 한 사람을 위해 온 세상이 힘을 합해 돕는 마음을 이 지침에 담았습니다.

감염병의 고통은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니며 우리 모두가 도와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고통 받는 사람이며 우리 모두가 치유하는 사람입니다. 형형색색 다양하면서도 서로를 돕기 위해 하나 되는 마음, 그 마음이라면 감염병은 어떠한 상처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질 것입니다.

정찬승
감염병 심리사회방역지침 편집인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융학파 분석가

• 이 문서는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에서 제작한 ‘감염병 심리사회방역지침(202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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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사, 공유, 배포를 할 때는 정보의 출처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밝혀주세요.
•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http://kstss.kr

Copyright © 2020 Korean Society for Traumatic Stress Studies. All Rights Reserved.

Suggested citation:
Korean Society for Traumatic Stress Studies. (2020). Guidelines on psychosocial care for infectious disease management. Gyeongsan: KSTSS.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2020). 감염병 심리사회방역지침. 경산: KSTSS.

2020년 2월 10일: 심리방역에 대한 생방송 대담

MBC 생방송 오늘 아침 대담
2020년 2월 10일 월요일

사스 사태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환자, 격리자는 물론이고 그분들을 돕는 의료인 등 지원팀의 심리적 스트레스가 매우 크고 불안, 우울, 불면증, 공황장애 등 트라우마 반응까지 겪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감염병에 의한 신체 질병만이 아니라 마음의 고통까지 얻는 것입니다. 감염병 치료와 더불어 적극적으로 심리지원을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일반인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불안과 우울에 빠질 수 있으니 그 분들에게 심리적인 교육과 도움을 주는 것이 결국에는 감염병을 극복하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감염병에 대한 불안은 정상적인 스트레스 반응이며, 정도가 심하고 고통스러울 때는 정신건강전문가의 상담을 받으면 도움이 됩니다.

한 마디로 심리방역은 감염병으로 인한 마음의 고통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포와 불확실성에 차분하게 대응하고 환자와 격리자를 낙인 찍지 않는 것입니다.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않고, 정확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만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환자와 격리자, 지원팀을 멀리하고 꺼려하지 말고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병원에서 퇴원하고 입소시설에서 퇴소한 환자와 격리자를 따뜻하게 환영해주세요. 격리를 마친 분들은 정부와 의료진이 보장하는 바이러스가 전혀 검출되지 않은 안전한 사람들입니다. 지원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현장 지원을 마치고 직장으로 복귀한 분들을 따뜻하게 환대해주세요.

정찬승 (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국제분석심리학회 정회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회 홍보국장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연구원 역임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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