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고통 받는 사람이며 우리 모두가 치유하는 사람입니다. (감염병 심리사회방역지침 서문)

우리 모두가 고통 받는 사람이며 우리 모두가 치유하는 사람입니다

재난은 개인과 사회가 감당하기 힘든 큰 충격을 가져옵니다. 재난을 직접 겪은 생존자, 그들의 가족,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분들의 유가족, 현장에서 구조에 참여하며 돕는 분들, 지역에 사는 주민들, 여러 매체를 통해 재난을 생생하게 목격하는 온 국민이 재난의 영향을 받습니다. 재난 앞에서 인간은 모든 능력을 발휘하여 그 충격에 대응합니다. 재난이 가져온 피해를 최소화하고 개인과 사회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그때 반드시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 있습니다. 재난으로 인한 눈에 보이는 충격 못지않게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트라우마도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정신건강전문가들이 재난 대응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는 바로 재난으로 인한 마음의 고통을 예방하고 치유하기 위해서입니다.

특정 지역에서 일어나 그 영향이 비교적 분명한 화재나 사고 등과 달리 감염병은 대다수 시민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재난입니다. 감염병 유행은 사람들의 생활과 마음을 변화시킵니다. 병원균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예측하기 어렵고 아직 치료제가 나오지 않았으니 조절하기 어렵다는 점이 사람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줍니다. 병에 걸리지도 않은 사람들이 불안과 우울에 고통을 받습니다. 감염병에 걸리거나 노출된 사람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무엇보다 큰 마음의 고통은 편견과 낙인입니다. 감염병이 치료된 후에는 마음의 상처가 남지 않아야 합니다.

재난이 가져온 혼란에는 검증되고 합의된 치유와 회복의 길이 필요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사회복지사, 심리학자, 간호사, 상담가, 응급의학과 의사, 연구자, 행정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동안 트라우마와 스트레스를 연구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의 수십 명의 다학제 전문가들이 모여서 감염병 심리사회방역지침을 펴냅니다. 지금까지의 재난 정신건강지침은 주로 재난을 당한 사람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펴내는 심리사회방역지침은 사람과 사회가 감염병으로 인한 마음의 고통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구체적이고도 전방위적인 실천 방법입니다. 대상자, 관심 주제, 시기에 따라 무려 28개 주제를 정해서 각 주제 속에서 직접 피해자와 가족, 취약 계층, 지인, 지역사회, 재난 업무 종사자, 전문가, 종교, 언론, 국민, 정부가 감염병이 주는 마음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실천해야 할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합니다. 전문가들의 연구와 임상경험, 치열한 토론과 합의, 철저한 문헌 조사를 통해서 고통받는 한 사람을 위해 온 세상이 힘을 합해 돕는 마음을 이 지침에 담았습니다.

감염병의 고통은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니며 우리 모두가 도와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고통 받는 사람이며 우리 모두가 치유하는 사람입니다. 형형색색 다양하면서도 서로를 돕기 위해 하나 되는 마음, 그 마음이라면 감염병은 어떠한 상처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질 것입니다.

정찬승
감염병 심리사회방역지침 편집인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융학파 분석가

• 이 문서는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에서 제작한 ‘감염병 심리사회방역지침(202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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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ggested citation:
Korean Society for Traumatic Stress Studies. (2020). Guidelines on psychosocial care for infectious disease management. Gyeongsan: KSTSS.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2020). 감염병 심리사회방역지침. 경산: KST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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