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3.19 동아일보 칼럼. “연예인 보호 위해 정신건강 보듬어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 특히 연예인은 풍부한 감성과 창의성을 가진 만큼 정신 건강 문제를 겪는 경우가 빈번하다.

비판과 거절에 민감하고 불규칙한 작업 패턴, 선택받아야 한다는 불안감, 재정적 불안정, 동료와의 관계 문제, 항상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까지….

유명 연예인은 사생활의 상실, 미디어와 팬의 끊임없는 감시, 주목받는 가운데 느끼는 고립감과 같은 독특한 스트레스를 겪는다. 무명 연예인은 눈에 띄지 않는 존재라는 열등감, 경제적 어려움, 성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매몰된다. 명성의 유무와 관계없이 모두가 힘겨운 정신 건강 문제에 직면한다. 인기의 상실을 겪는 과정에서 스타 연예인은 정체성의 혼란, 무가치한 존재가 된 느낌, 불안과 공포, 우울, 무력감, 절망감에 빠져든다. 대중의 무분별한 공격을 받으면 심각한 트라우마를 가질 수 있다.

연예인은 업계와 대중의 변덕스러움에 대비해야 한다. 불가피한 변화에 따른 고통을 완화할 수 있도록 동료나 정신 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대중에게 노출되는 연예인으로서의 이미지보다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잘 지켜내는 것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 고통이 심하다면 반드시 진료와 상담을 받아야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 시각 때문에 치료 기회를 갖지 못하는 연예인이 많은 것이 무척 안타깝다. 스타 연예인은 힘든 속마음을 털어놓기 어렵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도움받을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편견과 선입견을 변화시켜 개선한 것도 연예인이다. 공황장애와 우울증 같은 정신적 고통과 치료 과정을 용기 내어 공개함으로써 대중에게 정신과 진료에 대한 높은 문턱을 낮추는 바람직한 변화가 있었다.

때로는 대중이 연예인에게 과도한 윤리적 기준을 들이대며 비난과 혐오를 퍼부을 때가 있다. 사회적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대중은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낼 희생양을 찾는다. 인기 스타의 음험한 소문과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조롱하고 화풀이를 한다. 연예인도 사람이다. 연예인에게 쏟아지는 실망, 혐오, 비난, 낙인은 그 대상이 되는 사람에게 매우 심각한 정신적인 위기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그런 부정적인 정서를 쏟아내는 사람 자신의 마음을 황폐화하고 사회 전체의 건전성을 해친다.

연예인은 우리 사회의 문화적 상징이다. 우리는 그들이 작품에서 주는 감동에 울고 웃으며 공감과 위로를 받는다. 연예인의 자살은 많은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며 베르테르 효과라고 하는 모방 자살의 위험을 불러온다. 같은 일을 하는 동료 연예인은 더 큰 영향을 받고 정신 건강 위기를 겪는다. 사람을 살리고 사회를 지키기 위해서는 연예인에 대한 적극적인 인권 보호와 정신 건강 지원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회공헌특임이사

“연예인 보호 위해 정신건강 보듬어야”. 정찬승. 동아일보. 2025년 3월 19일

https://www.donga.com/news/It/article/all/20250318/131230160/2?fbclid=IwY2xjawQnAa9leHRuA2FlbQIxMABicmlkETFLdEhDaGpWZXJXd09kZ3Rnc3J0YwZhcHBfaWQQMjIyMDM5MTc4ODIwMDg5MgABHoCc_JYOE9MKcfl0YrQnsvSxEDfnKNz6vFT6R1Z9u40-k6-VlCyCESbBQXFV_aem_W3vGjT5CxjX92XLHsOvj7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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