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6 조선일보 칼럼 ‘계엄 스트레스? 일상 회복하려면 유튜브보다 신문 읽어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정치적 혼란으로 큰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국민을 위해 회복을 위한 안내를 기고했습니다. 정치적 의견은 배제하고 정신건강 가이드만을 제시했습니다.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계엄 스트레스? 일상 회복하려면 유튜브보다 신문 읽어라>
정찬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회공헌특임이사
“어제 한숨도 못 잤어요. 밤새 비상계엄 뉴스만 봤어요. 여기저기 돌려봐도 한숨만 나오고, 이러다 전쟁이라도 날까 봐 너무 불안했어요.”
진료를 받으러 온 노인이 퀭한 눈빛으로 힘없이 말한다. 2024년 12월 3일, 갑작스러운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한국 사회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가 제한되고 긴장감이 고조됐다. 많은 사람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렸다. 국회에 난입한 군대의 모습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비상계엄의 가장 큰 심리적 영향은 불안과 공포다. 억압적인 상황에서 개인은 무력감을 느끼고, 이는 정신 건강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화재, 붕괴, 홍수 등 특정 장소에서 일어난 재난은 피해가 그 지역에 국한되고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난데없이 전국을 뒤덮은 비상계엄은 온 국민의 일상과 안전을 위협하여 모두가 직접 피해자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든 우울, 불면, 무기력, 절망감, 집중력 저하, 분노, 음주량 증가 등을 겪을 수 있다. 특히 고령자들 가운데 과거의 계엄의 트라우마가 떠오르는 경우 강도 높은 불안에 시달리기도 한다. 정치적 혼란이 주는 스트레스는 국경을 넘어 보편적이다. 미국심리학회 연구에서도 ‘정치적 우려’가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혔으며, 미국 성인의 77%가 국가의 미래를 삶의 중요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느낀다고 답했다.
정치적 혼란이 주는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에서 회복하려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실천할 수 있다. 첫째, 일상 회복. 규칙적인 식사, 수면, 운동으로 정상적인 일상을 돌보자. 스트레스로 인한 지나친 음주와 흡연은 피해야 한다. 둘째, 현실 집중. 파국적인 상황을 상상하여 과도한 불안에 떨지 말고 현재의 일에 집중하는 게 좋다. 셋째, 미디어 소비 조절. 필요한 만큼만 뉴스를 읽고, 지나친 유튜브나 영상 시청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수동적으로 영향을 받는 영상 시청보다는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해석할 수 있는 신문 읽기가 좋다. 뉴스나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지나친 불안과 흥분에 빠지는 사람의 경우 미디어 소비를 제한해야 한다. 넷째, 공동체 회복. 가족, 친구, 이웃과 긍정적으로 소통하여 불안을 낮추는 게 현명하다. 정치에 관한 대화를 할 때 지나치게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내기보다는 희망을 찾는 대화를 하는 것이 좋다. 다섯째, 자녀와의 대화. 아이들의 불안을 덜어줄 수 있도록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설명하자. 계엄이나 정치적 혼란을 경험한 적이 없는 아이들은 더 큰 불안과 공포를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이 질문하면 적극적으로 대답해 주고 올바른 시각과 대처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느닷없는 비상계엄에 많은 시민이 심각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겪고 있지만, 우리는 회복할 것이다. 역사가 말해주듯 정치적 혼란을 극복하는 힘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숙한 대처와 수준 높은 민주주의 의식에서 나온다.
조선일보 2024.12.6

https://www.chosun.com/opinion/contribution/2024/12/05/LPP4G73F75AA3BRED436K5YGAM/?fbclid=IwY2xjawQkpK1leHRuA2FlbQIxMABicmlkETFLdEhDaGpWZXJXd09kZ3Rnc3J0YwZhcHBfaWQQMjIyMDM5MTc4ODIwMDg5MgABHpopyJdnR_-ZDW6fBRC4GxHD4jDvzEbybfJCKmhzdtM_GwiSImAS0LkuPckj_aem_OP8h1PFwn2I1KPIYt1gln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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