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 여행일지: 아름다운 만남
경청을 통한 공감으로 당신의 마음에 닿기를
마음드림의원 정찬승 원장
‘나의 전문성’과 ‘사회적인 책무’가 만나는 지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실천할 수 있는 사회적인 공헌이 시작된다. 다가올 미래는 지금보다 정신건강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날 전망인데, 기존 진료실 안에서의 진료만 고수한다면 사회적인 역할이나 수요에 대응할 수 없고, 궁극적으로 환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폭이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 자신의 치료적인 영역 확장을 위해서도 사회적인 역할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 정찬승 원장의 지론이다.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이해와 공감을 넓히는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결국은 돌고 돌아 내 진료실과 내 마음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 정찬승 원장이 각계각층의 다양한 부름을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는 이유다.
사람에 대한 관심, 심리에 대한 관심으로 선택한 길
마음드림의원 개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융학과 분석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회공헌위원장으로 불리는 정찬승 원장은 의사로서 진료, 연구, 교육, 봉사라는 네 가지 주제를 소명으로 삼았다. 한 사람이 겪는 마음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무의식을 탐구하는 개인적인 작업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우리 사회에서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정신건강 지원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책읽기 좋아하고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 작가를 꿈꿨던 선생님이 많습니다. 저도 그중 하나였고요. 국어선생님이나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의대에 진학해서 적성에 맞지 않을까 봐 고민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책 많이 보고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정신의학과가 있었고, 좋은 교수님들 덕분에 분석심리학이라는 매력적인 학문을 접하면서 이게 내 길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7년, 개원의 14년 차를 맞은 정찬승 원장은 정신건강 분야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참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을 한다. 무엇보다 예전에 비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점을 큰 변화로 꼽는다.
“예전 같으면 심한 우울증이나 조현병, 양극성장애 같은 중증 정신질환이 발병해야 병원을 찾았는데 이제는 사소하고 작은 변화라 하더라도 의사와 상담을 원하는 분이 많아졌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가벼운 문제라고 해도 본인에게는 아주 중요하게 다가오기 때문에 치료를 받는 범위가 확대되었어요. 또 하나, 환자들이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점도 두드러진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엔 병원이 고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부분이 있다 보니 환자가 의사를 무조건 신뢰하고 따르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약을 먹을 것인지, 정신분석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가벼운 상담을 받고 싶다는 식으로 환자가 자신의 치료 방법을 정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정찬승 원장은 이러한 변화가 긍정적이며 반갑다는 반응이다. 치료 관계에서 의사와 환자의 신뢰를 통한 공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특히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에서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고통을 지닌 사람들을 돕는 유일한 길, 공감
수술을 하는 과에서는 의사와 환자 간 신뢰에서 비롯된 라포르가 좋을 때 수술 결과 또한 좋다. 외래 치료도 마찬가지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좋은 라포르를 맺기 위해 강조하는 것이 공감이다. 그리고 공감은 경청에서 시작된다.
“환자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하고 또 잘 들어야 환자가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아주 작은 문제로 내원했는데 듣고 보니 이분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 경우가 많거든요. 한 젊은이가 지금 밖에 나가기 싫다는 문제로 병원에 왔는데 자세히 들어보면 청소년기에 겪었던 학교 폭력, 부모님의 몰이해로 인한 고립 등으로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는, 굉장히 뿌리 깊은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의사는 경청을 통해 환자와 공감하게 되고, 신기하게 공감하는 순간부터 환자는 조금씩 자기 증상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는 사람이 생겼고, 혼자 괴로워하던 고통을 헤쳐나갈 수 있는 동행이 생겼다는 용기가 생겨나거든요.”
정찬승 원장은 ‘누군가가 힘들다고 말한다면 외면하지 말고 잘 경청하고 공감해주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타인을 공감하면 자신이 인격적으로 더 성숙할 수 있다. 반면 공감하지 않고 혐오한다면 혐오를 당하는 사람에게도 해롭지만, 혐오를 하는 사람의 인격도 파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공감한다는 것은 무척 피곤한 일일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은 사람들을 보려고 노력해야 하고, 틀리지 않는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해야 하며 정말 주의를 기울여야 하거든요.”
그래서 공감은 아주 수고로운 일이지만, 내가 성숙하고 사회도 성숙하는 길이다. 이러한 확고한 소신으로 정찬승 원장은 우리 사회 소외된 곳, 관심받지 못하는 이들을 향하기로 했다.
‘의사는 진료실 밖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정찬승 원장은 의료계 안팎의 다양한 위기 상황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정신건강을 위한 공공의 가치를 실현해오고 있다. 그 시작은 ‘의사는 진료실 밖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의과대학에서 하는 교육은 병원이라는 공간 안에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병원을 벗어나서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교육은 많지 않았어요. 특히 정신건강의학과는 의료봉사를 가도 크게 할 일이 없어 안타깝게 생각했었는데,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당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홍보기획위원회에서 보직을 맡고 있었던 정 원장은 가슴 아픈 참사가 발생했을 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재난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해외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트라우마 케어를 하는 등 사회적인 역할들을 이미 병원 밖에서 엄청나게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사태는 장기화되고,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단발성으로 대응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재난정신건강위원회를 발족하고 자원봉사자 모집 공지를 올렸더니 순식간에 전문의 선생님 300명이 신청하셨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라는 단일 과목에서 봉사하겠다고 그렇게 많은 인원이 나선 건 정말 전무후무한 일이어서 다들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전 국민이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어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었고, 이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도 똑같이 느끼는 고통이었다. 그래서 안산으로, 팽목항으로 달려가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상담을 전개했다. 그 덕분에 트라우마에 대한 관심이 전국적으로 높아지고 상담을 통한 치유의 효과를 경험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가적으로 가슴 아픈 참사와 재난을 겪으며 그래도 희망의 끈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마음이 얼마나 다치기 쉬운 것이고, 또 얼마나 위로를 받아야 되는지, 트라우마에 대해 정말 주의 깊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 사회가 공감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듯 정찬승 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회공헌위원회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진료실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세월호 참사 재난정신건강 지원, 코로나19 심리사회방역지침 제작, 이태원 참사 상실과 애도 상담 안내서, 언론인·문화예술인·이주민 정신건강 지원,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글로벌 정신건강지원팀 등 아프고 소외된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다양한 아웃리치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있었던 의료대란 후에는 동료들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정찬승 원장은 지난해 정신건강을 위한 러닝 크루 ‘마인드런’을 조직해 함께 달리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의사들만 뛰는 것이 아니라 환자들, 시민들과도 함께 할 수 없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지난해 ‘마인드런 페스티벌’ 행사를 열어 3,000여 명이 참가해 5km, 10km를 함께 달렸습니다. 국민 정신건강 증진과 정신의학 영역의 확장이라는 목표 아래 의사와 환자, 가족과 시민이 같은 출발선에 섰고, 치료실 안의 관계가 아니라 달리는 길 위에서 ‘동료 러너’로 올해도 다시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2026년 10월 17일 여의도에서 개최하는 마인드런 페스티벌에 많은 참여 부탁드린다는 유쾌한 당부를 끝으로 정찬승 원장과의 만남을 마무리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소식지 <아름다운 만남> 인터뷰
http://hirasabo.or.kr/260304/section3_1.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