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발표: “선사시대 원시인의 재난과 대처양식에 대한 분석심리학적 연구 : 신화와 암각화를 중심으로”. 心性硏究 제32권 제2호

한국분석심리학회 학술지 ‘심성연구’ 제32권 2호에 논문 “선사시대 원시인의 재난과 대처양식에 대한 분석심리학적 연구 : 신화와 암각화를 중심으로”를 발표했습니다.

선사시대 원시인의 재난과 대처양식에 대한 분석심리학적 연구 : 신화와 암각화를 중심으로
Disaster : Concepts and Responses in Prehistoric Times from the Viewpoint of Analytical Psychology

선사시대 원시인의 재난과 대처양식에 대한 분석심리학적 연구: 신화와 암각화를 중심으로

정찬승

국문초록

재난(災難)은 외면적으로는 인간과 사회에 감당하기 힘든 피해를 주는 엄청난 사건이며, 내면적으로는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온갖 종류의 개인적, 집단적 콤플렉스들을 자극한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는 많은 인명이 갑자기 사망한 인재이며,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큰 심리적 충격을 받았다. 저자는 이 사고의 재난정신건강지원에 직접 참여하면서, 현대 기술 문명의 발달에 대한 자만심이 무너지고 거대한 슬픔과 무력감에 빠진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의식적, 무의식적 반응들을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연구해야 할 필요성을 실감했다.
본 연구는 신화와 암각화를 중심으로 선사시대 인간의 재난에 대한 관념과 대처양식을 조사하여, 그 속에 나타난 보편적, 원초적, 원형적 인간 심성과 문화적 특수성을 찾아내고 그 의미와 지혜를 발견하여 현대의 재난대응의 문제점과 개선의 방향을 고찰하고자 한다.
세계 도처의 창세신화들은 태초에 우주적 창조의 일부로서 재난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류는 선사시대로부터 세계의 주기적 경신(更新)이라는 파괴와 창조의 양면성의 관념에서 재난을 이해하고 대처했으며, 금기의 위반이 재난을 일으킨다는 관념을 갖고 있었다. 재난은 외견상 파괴적 작용을 통해서 의식의 근본적 경신(更新)을 지향하는 ‘자기(Self)’의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재난이라는 정신적 위기 상황에서 행해진 다양한 의례는 무의식과의 소통을 통해 인간 의식을 새롭게 하고, 전체 정신의 조화를 추구하는 정신적 재생의 기회가 됐다.
현대 사회는 재난대응에 있어서 외면적, 기술적, 행정적 대응에만 치중한 나머지 고통받는 인간의 심성과 내면적 대처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우리는 재난의 발생을 결정할 수는 없지만, 재난의 대처방식을 결정할 수는 있다. 외면적 재난대응을 힘써 발달시킴과 동시에, 재난의 의미를 성찰하여 인간의 심성을 살피는 내면적 재난대응을 함으로써 인간은 재난을 통해 고통의 의미를 발견하고 성숙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중심 단어: 재난, 신화, 암각화, 선사시대, 분석심리학

ABSTRACT

Disaster: Concepts and Responses in Prehistoric Times
from the Viewpoint of Analytical Psychology

Chan-Seung Chung, M.D., Ph.D.

Disaster is externally an incident that causes enormous damage to society and humanity. Disaster also internally stimulate a variety of personal and collective complexes in the human mind. The sinking of Sewol Ferry in 2014 was a disaster that took away countless lives. People not only in South Korea but around the world were deeply affected by the incident. While directly taking part in disaster mental health support and meeting with people who were sunk in sorrow and helplessness and feeling the collapse of conceit against modern technological civilization, I realised the need to conduct study and research on the conscious and unconscious response from the viewpoint of analytical psychology.
This research investigates the response and management of disaster in prehistoric times mainly through myths and petroglyphs. This study aims to consider the problems and improvements of disaster response in the modern times by finding the distinct cultural characteristics and the universal, fundamental, and archetypal human nature inherent in the concepts of disaster and responses to disaster and discovering their meaning and wisdom.
Creation myths around the world show that in the beginning there was a disaster as part of the universal creation. Humanity has understood disaster as a periodic renewal of the world by the oppositeness between destruction and creation and had the idea that violation of taboo to be the cause of disaster since prehistoric times. Disaster could be interpreted as the intention of the Self that renews the fundamental consciousness through the externally appearing destructive action.
Various rituals performed by man on earth renovates the human consciousness during a mental crisis situation, such as a disaster, and corresponds with the unconscious to create an opportunity for psychological regeneration that seeks harmony.
Modern society has neglected the importance of internal dealing and the suffering human soul and concentrated on the external, technological and administrative actions related with disaster response. We cannot determine the occurrence of a disaster, but we can determine how to deal with the disaster. While developing external disaster response, we need to ponder on the meaning of disaster and conduct internal disaster response that care for human mind. Through this, we will understand the meaning of pain and have renewed mature psyche.

KEY WORDS: Disaster, Myth, Petroglyphs, Prehistoric Times, Analytical Psychology

인터뷰: 지진 불안, 자연스러운 반응…정보 공유하며 극복해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진으로 인한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뉴스리뷰]

[앵커]

지진으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자칫 트라우마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지진 등 재난으로 인한 불안은 대부분 정상적인 반응인데요.

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있어야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고 합니다.

김지수 기자입니다.

[기자]

사람들이 지진으로부터 큰 공포를 느끼는 건 지진이 보이지 않는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지진으로 땅 전체가 흔들리는 느낌은 인간의 근원적 불안과 공포심을 자극하는데다 여진에 대한 예기 불안도 존재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때 느끼는 불안은 정상적인 반응이라며 정확한 정보 파악에 따른 대처를 통해 해소해야 한다고 당부합니다.

<정찬승 /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이사> “이럴 때 (지진 등 재난 때) 겪는 불안이나 괴로움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걸 반드시 마음에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불안이나 괴로움, 놀람 등의 반응을 겪더라도 이것이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는 걸 알고 계셔야 합니다…만약 이런 감정을 감당하기 어렵다면 주위 사람들에게 털어놓는 게 좋습니다.”

지진을 경험했다면 충분한 휴식 등으로 몸과 마음을 돌봐야 합니다.

아이들이 경험했다면 아이를 혼자 두지 말아야 하고 반항적·이기적인 태도를 보이더라도 스트레스 반응인 만큼 야단치지 말고 받아줘야 합니다.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도 불안을 해소할 수 있으며 긴급재난문자 발송은 이런 점에서 도움이 됩니다.

<백종우 /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정부도 굉장히 솔직하고 나쁜 소식부터 먼저 알리는 게 이런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진정을 찾고 현실적인 대처를 할 수 있는데 국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진 경험 후 불면과 식욕 저하 등으로 일상생활이 힘들다거나 술, 담배 등에 자꾸 의존하려고 한다면 전문가 상담이 필요합니다.

http://www.yonhapnewstv.co.kr/MYH20171116015500038/?did=1825m

 

9월 20일: 재난정신건강위원회 월례집담회 강의

정찬승 원장은 2017년 9월 20일 수요일 재난정신건강위원회 월례집담회에서 “재난과 대처양식에 대한 분석심리학적 연구: 한국의 전통문화를 중심으로” 제하의 강의를 했습니다. 주로 선사시대 재난관과 대처양식에 대한 상징적 의미를 고찰했습니다.

6월 20일: 재난정신건강서비스 발전을 위한 국제세미나 개최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재난 유형별, 시기별 재난정신건강서비스 모형 및 평가기술 개발” 연구와 관련하여 국제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Ananda Galappatti(아난다 갈라파티)는 스리랑카의 의료인류학자이며, 정신건강과 사회복지 서비스의 국제적 네트워크 MHPSS(Mental Health and Psychosocial Support Nerwork, http://mhpss.net)를 구축하여 이끌고 있는 훌륭한 활동가입니다.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부(WHO WPRO) 전문가 회의에서 만난 인연으로 흔쾌히 초청에 응하여 멋진 강의를 들려주었습니다.

후쿠시마보다 피해가 컸던 미야기 지역의 재난정신건강센터를 이끌고 있는 후쿠치 나루(Naru Fukuchi)는 훌륭한 정신과의사이자 좋은 리더입니다. 재난 현장과 재난 후에 겪은 풍부한 경험과 특히 아동들의 정신건강지원을 실천한 체험을 공유해주었습니다. 2016년 여름 동일본대지진 피해지역의 재난정신건강 탐방에서 만나 한국의 재난정신건강 체계를 마련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행사명 : 재난정신건강서비스 발전을 위한 국제세미나
일정 : 2017년 06월 20일(화) 13:00 ~ 17:30
대상 : 재난심리지원 관련 실무자 및 관계자
장소 : 서울성모병원 의생명연구원 대강당 (서울시 서초구 반포대로 222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주최주관 :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단 재난정신건강모형 및 평가기술 개발 연구팀, 경기도정신건강증진센터

재난정신건강서비스 발전을 위한 국제세미나

6월 5일: 재난정신건강지원 정보콘텐츠 및 플랫폼 개발 워크숍 참석

재난시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지원하기 위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보급하기 위해 대구에서 열린 워크숍에 참석했습니다.

과제명: 재난 유형과 개입시기에 따른 재난정신건강지원서비스 모형 및 업무수행전략 개발

주최: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단
일시: 2017년 6월 5일 ~ 6일
장소: 대구 라온제나 호텔

공부하는 즐거움 (국제학술대회 참석후기)

제 7회 분석심리학과 중국문화 국제학술대회가 2015년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마카오 시립대학에서 ‘Confronting Collective Trauma: Archetype, Culture and Healing’을 주제로 열렸다. 국제분석심리학회, 국제모래놀이치료학회, 마카오 시립대학, 동방심리분석연구원이 공동 주최하고 마카오 재단에서 후원하는 학술대회였다. 나는 발표를 맡은 이부영 선생님, 이주현 선생님과 함께 학술대회에 참석하고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이번 학술대회 참석의 계기는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우리나라 국민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에서 슬픔과 애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을 포함하여 수많은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일선으로 달려가서 감당하기 힘든 압도적인 심리적 트라우마의 치유에 힘을 썼다. 특히 융학파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재난에 대한 심리적 대응의 정책 수립과 현장 지원,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상담에 자원하여 재난의 현장을 직접 체험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와 유가족, 일반인, 그리고 치료자들까지 의식과 무의식에 깊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트라우마 자체의 해결에 더하여 무의식의 콤플렉스의 작용을 연구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부영 선생님의 지도 아래 김지연 선생님, 이주현 선생님, 그리고 나는 ‘재난과 심혼’ 연구회를 조직하여 2015년 2월 8일 제1차 연구회의를 시작으로 매월 1회 재난과 인간의 심혼에 대한 역사적 자료와 신화, 민담, 꿈 자료 등을 수집하여 분석하는 연구작업을 진행해왔다. 열띤 토론과 지도를 통해 고대로부터 인류가 겪어온 재난의 심리적 의미에 대해 깊이 고찰했으며, 현대의 재난 피해자와 치료자에게 분석심리학적 접근이 큰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됐다.

마침 ‘집단적 트라우마’를 주제로 하는 분석심리학 관련 국제학술대회가 열려 연구성과를 종합하여 체계화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 참석과 발표를 결정했다. 안타깝게도 김지연 선생님은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지만, 그간 연구성과를 집약하여 원고를 작성해주셨기에 내가 학술대회에서 대독하는 것으로 했다.

우리 일행은 2015년 10월 20일 인천 국제공항에서 만나 여정에 올랐다. 나는 국제분석심리학회가 주관하는 학술대회에는 처음 참석했지만, 이부영 선생님께서 주요 임원들과 학회의 역사에 대해 사전에 잘 설명해주셔서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마카오 공항에 도착하니 마카오 시립대학의 대학원생들이 진행요원으로 나서서 친절히 안내해준 덕에 무사히 학회장을 찾아갔다. 환영연에서는 마카오 시립대학의 총장인 Yan Zexian의 환영사를 시작으로 한국 분석심리학회와 인연이 깊은 Tom Kirsch, Murray Stein 등의 분석가들의 인사가 이어졌다. 한국에 와서 강의한 적이 있는 John Beebe를 포함해 Joe Cambray 등 외국의 분석가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사실 국제분석심리학회에 처음 얼굴을 내민 나와 이주현 선생님으로서는 이런 환대를 기대하기 어려웠으나, 외국의 분석가들의 이부영 선생님에 대한 존경은 대단하여 그 뒤에 서있기만 해도 많은 인사를 받을 수 있었다. 학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날인 20일의 환영연은 다채로운 공연과 음악, 와인과 다과로 흥이 넘쳤다. 그 행사를 주관한 인물은 마카오 시립대학의 Shen Heyong인데, 분석심리학의 보급과 국제교류에 매우 열성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21일 아침의 개회식은 중국다운 으리으리한 음악과 화려한 영상, 귀빈들에게 선사하는 꽃다발로 시작됐다. 학술대회라기보다 축제라고 할만한 흥겨운 개회식이었다. 다음으로 문화적 트라우마, 폭력, 그 치료에 대해 Murray Stein이 강의했고, 역경(易經)에 대한 강의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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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venth International Conference of Analytical Psychology and Chinese Culture 개회식

오후에는 국제분석심리학회에서 최초로 수련생들이 발표하는 자리가 ‘The First Students (Routers) Forum of Analytical Psychology and Eastern Culture’로 마련되었다. 나와 이주현 선생님, 그 자리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김지연 선생님이 외국의 다른 수련생들과 함께 발표했다. 세 명의 발표가 한 주제에 걸쳐 이루어진 만큼 큰 제목은 ‘Disaster and Psyche in Korean Culture’로 정했고 3부로 나누었다. 나는 그중 한국의 재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연구를 ‘part 1. Disaster in Korean Culture in Historical Perspectives’의 제목으로 발표했다. 김지연 선생님은 ‘part 2. Dealing with Disaster in Myths and Folktales – in Search for  Cultural and Archetypal Patterns’을 제목으로 신화와 민담에 나타난 재난의 원형에 대해 정리해주었고 내가 김지연 선생님의 사진을 보여주고 대독했다. 이주현 선생님은 ‘part 3. Experiences of Jungian Psychiatrists in Crisis Intervention on Sewol Ferry Disaster April 16, 2014 – with Special Reference to the Archetypal Constellations in Dreams’를 제목으로 하여 피해자와 유가족, 치료자의 꿈 자료를 수집하여 분석한 내용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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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aster in Korean Culture in Historical Perspectives 강연

세 강연을 마치자 많은 분석가들이 큰 관심을 표시했다. 특히 국제분석심리학회의 현 학회장인 Tom Kelly는 재난 현장에서 정통적인 분석심리학적 접근이 이렇게 훌륭하게 이루어졌고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는 데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우리나라에 친숙한 San Francisco의 John Beebe는 이주현 선생님과 꿈의 의미에 대해 깊이 토론하며, ‘한국의 동료들이 강연하는 것을 보니 분석심리학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극찬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22일 오전에는 Tom Kirsch가 ‘트라우마 경험과 회상’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체험한 내용을 강연했는데, 출산 과정에서 상완골이 골절된 것으로 시작하여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런던 폭격 현장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일, 여러 가지 암에 걸리고 치료받으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여전히 무의식의 메시지에 귀 기울이는 모습이 감명 깊었다. Tom Kirsch는 프로이트가 트라우마 이론을 세웠지만, 융은 트라우마를 그렇게 강조하지 않았다는 점을 거론하며, 자신이 그토록 많은 소위 트라우마 경험을 갖고 있지만, 정작 젊은 시절 분석을 받을 때에 자신의 어린 시절의 충격적인 경험들에 대해 그리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해야 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분석가가 된 후에도 피분석자들과 트라우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Tom Kirsch는 여러 장소와 시기에 겪은 트라우마들이 자신의 내면에 있으며, 그것들이 자신을 다문화적 인간으로 만들었다면서 트라우마의 목적의미에 대해 말했다.

이어서 이부영 선생님이 ‘Neo‐Confucian Concepts of 4 Beginnings and 7 Feelings: A consideration from Jungian Psychology’의 제목으로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의 분석심리학적 고찰을 강연하셨다. 퇴계와 율곡, 융의 사상을 비교하여 많은 청중들이 그 깊이와 통찰에 큰 감명을 받아서 강연 후 따로 찾아와서 질문을 하고 원고를 받을 수 있는지 요청하는 분석가들이 많았다. 이부영 선생님에 대한 세계 분석가들의 존경심은 그 철저한 학문적 태도와 작업에 있다는 걸 실감했다.

점심시간에는 한국의 참석자들이 모여 마카오의 전망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성공적인 발표를 자축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저녁에는 만찬에 참석하여 세계 각국에서 온 참가자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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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영 선생님과 함께

마지막 날인 23일 오전에는 일본의 Toshio Kawai가 ‘Cultural Trauma and Treatment’라는 제목으로 정신분석가인 선친과 그 형제들이 일본의 침략전쟁에서 받은 트라우마에 대해서 장황하게 얘기했다. 나는 그가 동일본 대지진으로 트라우마를 겪은 피해자와의 정신분석 작업을 통해 경험한 내용과 그들의 무의식에 대해 강연하기를 기대했는데, 자신의 이야기도 아닌 선친의 경험과 일본의 침략전쟁에서 자신들을 피해자로서 외부에 표현하려는 태도에 대해 무척 실망했다.

학회 기간 내내 중국의 학생들과 학자들은 대단한 열의를 보이며 강의를 흡수했다. 그들은 중국 내의 정신건강 문제의 심각성과 그 해결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며 진지한 태도로 분석심리학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그들보다 분석심리학을 먼저 접하고 연구하게 된 사람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꼈다. 학술대회가 치러지는 동안 주최 측은 강연자와 청중을 위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동시통역을 제공하여 영어가 능통하지 않은 중국의 청중에게 분석심리학을 철저히 교육하고자 하는 의지가 대단함을 느꼈다. 원로 분석가들을 인터뷰하여 시청각 자료를 확보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나는 중국인들의 순수한 열의에 감동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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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분석심리학회 회장 Tom Kelly(윗줄 왼쪽에서 두 번째), 차기 회장 Marianne Müller(윗줄 가운데)와 함께

학술대회를 모두 마친 후에는 마카오를 둘러보는 기회를 가졌다. 흔히 도박의 도시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마카오는 포르투갈의 오랜 식민지로 이색적인 문화와 풍경을 갖고 있는 도시다. 특히 천주교 성지가 곳곳에 있으며, 김대건 신부가 신학생으로 유학을 한 곳이다. 불야성을 이루는 카지노보다도 소박하고 오밀조밀한 거리와 유적이 무척 마음에 드는 도시다.

한적한 카페에 앉아서 이부영 선생님과 학술대회에서 경험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Tom Kirsch와 Toshio Kawai를 비교하며 후자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얘기했는데, 이부영 선생님의 대답은 의외였다. Toshio Kawai는 자신이 경험한 것을 말해야 했기 때문에 선친과 그 형제들의 트라우마를 얘기한 것이며, 또한 피해자든 가해자든 트라우마에 집착하는데, 정말 그런 게 있느냐는 것이다. 나는 그 말씀을 듣고 마음이 더욱 불편해졌다. 내 콤플렉스를 건드린 것이다. 한참을 곰곰 생각해보니 그것은 내 무의식의 투사 때문에 일어난 감정이었다. 나는 실제로 일본의 침략을 경험하지 않았다. 그것이 내 개인의 트라우마가 될 리가 없었다. 오히려 내 무의식의 파렴치한 가해자와 처량한 피해자의 원형이 일본과 한국에 투사된 것이다. 이 깨달음은 이후에 내 진료와 분석에 큰 도움이 되었다. 피해의식은 사람을 사로잡는 강력한 콤플렉스다. 그 콤플렉스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언제나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도로 세상을 왜곡하게 된다. 나는 이 부분이 이번 학술대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융이 트라우마 심리학, 즉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현재의 심리적 고통을 설명하려는 태도를 환원적이고 인과론적인 태도라며 비판했다는 점을 상기하게 됐다. 오히려 현재 그 사람이 겪고 있는 문제가 중요할 수 있다. 트라우마는 비극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를 성숙한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목적의미가 있다. 트라우마의 고통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고통의 의미이며, 치료자는 그것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사람인 것이다.

학술대회에 참석하고 강연하는 일은 무척 부담스럽다. 하지만,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서, 그리고 많은 학자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새로운 자극과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시적이고 낭만적인 수준의 강연을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의식에 대한 진지하고 철저한 탐구의 자세이며 그런 태도를 통해서 우리는 비로소 무의식에 접근할 수 있다. 이번 학술대회 참석은 공부하는 즐거움을 가르쳐준 소중한 기회였다. 바쁘신 와중에도 세심하고 철저하게 연구모임을 지도해주신 이부영 선생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

  • 이 글은 한국융연구원 소식지 ‘길’에 투고한 원고를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학회명: The Seventh International Conference of Analytical Psychology and Chinese Culture
주제: Confronting Collective Trauma: Archetype, Culture and Healing
일시: Oct. 21 -23, 2015
장소: City University of Macau, Macau, People’s Republic of China

재난심리학 강의 동영상

정찬승 박사의 재난심리학 강의 Disaster Psychology from Chanseung Chung on Vimeo

정찬승 원장이 재난심리학에 대해 강의한 동영상입니다. 이 영상은 <경기도 재난심리지원 전문인력 역량강화 교육>에서 <재난 유형별 핵심감정 이해하기> 시간에 녹화한 것입니다.

행사명 : 2015 경기도 재난심리지원 전문인력 역량강화 2차 교육 ‘재난유형별 초기정보제공과 핵심감정 다루기’
일시 : 2015. 07. 21(화) 09:30 ~ 16:30
장소 : 경기도여성비젼센터 1층 대강당
참가대상 : 경기도 건강증진과 및 안전기획과 담당자, 경기도 31개 시·군 보건소, 정신건강증진센터, 자살예방센터, 전국 17개 시·도 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 및 자살예방센터, 중앙자살예방센터 외.
주최 : 경기도
주관 : 경기도재난심리지원센터

재난심리학강의록 다운로드

재난심리학 강의록

재난을 당한 사람들의 심리반응에 대한 강의록을 업로드합니다. 이 내용은 <경기도 재난심리지원 전문인력 역량강화 교육>에서 <재난 유형별 핵심감정 이해하기> 시간에 강의한 내용을 일부 편집한 것입니다.

재난과 트라우마는 그 특성상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갑자기 찾아오기 때문에 큰 충격과 혼란을 일으킵니다. 국가, 사회, 개인이 미리 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 강의록에는 재난을 당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심리반응과 각 재난 유형에 따른 특징들을 정리했습니다.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재난심리학강의록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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