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학교폭력위원회에 보내는 편지

이 글은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마음건강을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과 선생님, 학생과 부모님 모두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학교폭력 문제로 진료실을 찾는 학생과 부모, 교사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두가 학교폭력이라는 감당하기 힘든 트라우마 때문에 고통을 받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의 마음건강을 중심으로 편지 형식의 글을 적어서 언론 매체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마음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인쇄하여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제출 자료에 첨부하셔도 좋습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과 선생님, 학생과 부모님께,

학교폭력은 아이의 몸과 마음은 물론이요, 사회생활과 아이의 미래까지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습니다. 폭력을 당한 많은 아이들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 찾아옵니다.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는 우울증, 불안증, 공황발작, 공포, 불면증, 함구증, 대인기피, 악몽, 해리증상 등 스트레스 반응 때문에 고통받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혼자 있을 때도 가해학생이 욕설을 뱉는 환청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왜 진작 어른들께 말씀드리지 않았을까?’ ‘왜 그냥 참고만 있었을까?’ ‘그냥 참는 게 더 나았을까?’하는 죄책감과 후회가 머리를 어지럽힙니다.

부모 역시 마음이 아프고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어른이지만 처음 겪는 일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사랑하는 자녀의 일이기에 더욱 마음이 아프고 경황이 없습니다. 여기저기 도움을 청하고 싶지만,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분은 바로 선생님입니다. 다년간의 교직 경험으로 아이나 부모보다 훨씬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해법을 제시해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학교폭력이 일어난 학급의 선생님 또한 큰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과 두려움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으러 오는 일도 많습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본 경험이 없거나, 이전에 아주 힘든 사례를 맡은 선생님은 지레 겁을 먹습니다. 선생님도 우울증, 불안증, 불면증으로 마음의 고통을 겪습니다.

뒤바뀐 피해자와 가해자

학교폭력은 아이와 부모, 교사 모두의 마음을 힘들게 합니다. 이렇게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해결해주는 것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라는 시스템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실상을 보면 피해학생의 부모가 선생님과 만나면 은근히 ‘피해학생의 학교생활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까지 가기를 정말 원하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심한 처벌의 경우에 가해학생의 생활기록부에 남는다. 정말 그리되면 좋겠냐?’는 말도 듣습니다. 이 부분에서 부모는 교사와 학교를 불신하기 시작합니다. 피해자 측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번거로워지고 껄끄러워지니 이쯤에서 적당히 멈추라’라는 압력을 느끼는 것입니다.

일부 선생님은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이 싫고 골치 아픈 행정절차를 진행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낍니다. 게다가 피해학생의 성난 부모가 선생님과 학교를 비난하고 공격한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피해학생과 부모의 분노는 폭력에 대한 당연하고 정상적인 반응인데도 불구하고 어떤 선생님은 이런 부모가 두려워 방어적인 태도를 취해 오히려 가해학생 편을 들거나 그 입장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피해학생를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태입니다. 피해학생과 부모가 ‘가해학생이 합당한 처벌을 받기 원한다. 용서와 화해는 그다음 문제다’라고 올바른 말을 해도 어떤 선생님은 ‘가해학생이 아직 어려서 뭘 잘 몰라서 그랬다’ ‘아이들은 아직 배우는 중이니 실수를 한다’라면서 적당히 접는 것이 좋겠다는 암시를 합니다.

어느새 폭력을 당한 피해자 측은 너무 매정한 가해자 취급을 받고, 폭력을 가한 가해자 측은 눈물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리는 피해자 행세를 합니다. 가해학생의 부모는 쉴새 없이 피해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하고 찾아와서 용서와 화해를 해달라고 애원합니다. 가해학생의 부모는 ‘내 자식이 너무 힘들어한다. 제발 용서하라’며 슬픔과 혼란에 빠진 피해학생의 부모를 비난하고 괴롭힙니다. 집단폭력의 경우 다수의 부모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와 문자메시지는 피해학생 부모에게 견디기 힘든 폭력이고 트라우마입니다.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즉시 분리하는 것이 원칙이듯 양측의 부모들도 즉시 분리하고 차단해야 합니다. 피해학생 부모는 어느 누구도 가해학생 부모의 전화를 받거나 대면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피해학생의 부모도 보호받아야 합니다.

피해자다움의 강요

선생님은 피해자의 행동과 심리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어떤 선생님은 ‘피해학생이 학교에서 잘 놀고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가해학생과도 장난을 치고 논다’며 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말합니다.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못하다’는 말이죠. 이것은 폭력의 속성에 무지하고 피해학생의 마음에 공감하기를 포기한 끔찍한 언행입니다. 어떤 피해학생은 우울과 불안이 겉으로 다 드러납니다. 하지만, 어떤 피해학생은 전보다 더 밝게 놀고 발표도 많이 합니다. 이것은 깊은 우울과 불안을 감당할 수 없어서 오히려 반대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어린이의 미숙한 방어기제입니다. 아이와 조금만 깊이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곧 그 아이는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커다란 눈물을 뚝뚝 흘립니다. ‘너무 괴롭고 밤마다 나쁜 꿈을 꾼다’는 말을 그제서야 합니다.

피해학생이 건강한 모습으로 뛰어놀면 마음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려는 그 아이의 노력을 칭찬해주고 더욱 공감해주어야 합니다. 웃는 얼굴에 감추어진 아이의 마음은 여전히 상처투성이입니다. ‘피해학생 같이 안 보인다’ ‘다 괜찮아진 것 같다’는 선생님의 무책임한 말은 아이와 부모에게 너무나 큰 절망과 불신을 줍니다. 폭력 피해자를 대하는 가장 좋은 태도는 공손함과 정중함입니다. 선생님은 피해학생과 부모를 각별히 사려 깊고 진지하게 대해야 합니다. 선생님의 가벼운 언행은 아이와 부모의 트라우마를 더욱 악화시킵니다. 뭐라도 말을 해야 할 것 같다면, ‘어떻게 도와드릴까요?’라고 묻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모든 학교폭력이 이렇게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피해학생과 부모라면 많이 공감할 것입니다.

학교폭력 무관용 원칙

잘못된 방향으로 학교폭력 문제가 흘러가는 것은 원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을 근절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학교폭력 무관용 원칙’입니다. 학교폭력에는 절대로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공정함’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합당한 처분이 내려지기 전에 어른들이 요구하는 화해와 용서에 피해학생이 섣불리 동의하면, 가해학생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개를 치고 피해학생의 마음속에는 울분이 쌓입니다. 아이의 마음속에 쌓인 울분은 어른들이 만든 ‘불공정함’ 때문입니다. 공정하고 합당한 처벌 이후에 용서와 화해가 가능합니다. 강요된 용서와 화해는 피해학생에 대한 또 다른 폭력입니다. 이것은 피해학생의 마음에 온전히 공감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잘못된 인식 때문입니다. 어떤 학교폭력이든 어른 자신을 그 폭력의 피해자라고 상상해보세요. 그러면 아이에게 요구하는 용서와 화해가 얼마나 불공정하고 어이없는 짓인지 짐작이 갈 것입니다.

폭력을 방관하고 묵인하는 관용적 태도는 이제 설 자리를 잃게 되었습니다. 군대에서도 폭력이 사라지고, 회사 내 폭력도 신고 즉시 조치가 취해집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발전입니다. 학교만 하더라도 ‘체벌을 금지하면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학생 체벌 금지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나서 교사가 자행하던 체벌을 가장한 폭력은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학교는 점점 밝아지고 건강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모두 폭력에 대한 무관용 원칙 덕분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학교폭력입니다. 정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은 사소한 괴롭힘도 범죄라는 인식 하에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학교폭력이 은폐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응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사소한 폭력도 범죄며, 반드시 합당한 처벌을 받는다는 학교폭력 무관용 원칙이 지켜지면, 아이들은 경각심을 갖게 되고 학교폭력 예방효과도 나타날 것입니다. 혼란스러운 교사의 역할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은 수습할 것이 아니라 근절해야 할 것입니다.

그릇된 동정심

학교폭력을 처리할 때 왜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걸까요? 가해학생과 부모는 반성문과 사과문을 내고 불쌍한 표정으로 동정심에 호소합니다. 다른 어른들이 보기에는 당장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주고픈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그릇된 동정심은 가해학생의 교육에도 나쁜 영향을 끼칩니다. 가해학생은 ‘눈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는 요령이 아니라 ‘폭력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배워야 합니다. 그래야만 장래의 폭력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가해학생과 부모의 불쌍한 표정과 눈물만 보아서는 안 됩니다.

제출한 반성문과 사과문을 자세히 보면 그 영악함에 놀랍니다. ‘나는 장난으로 그런 건데 너에게 그렇게 상처가 되었다니 미안해’ ‘네가 싫다는 말을 하지 않아서 나쁜 행동인 줄 몰랐어’ ‘나는 그 말이 그렇게 나쁜 말인지 몰랐어. 네가 기분 나빴다니 미안해’라는 말로 교묘하게 자신의 폭력 책임을 축소하고 피해학생에게 책임을 떠넘깁니다. 사과문과 반성문이 아니라 핑계문과 변명문입니다. 아이들의 질투와 폭력성은 어른들의 것보다 훨씬 적나라합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상대가 가장 아파할 말과 행동을 알고 있습니다. 불리한 내용을 감춘 교묘한 핑계와 변명은 피해학생에게 2차 가해가 됩니다. 가해학생의 교묘한 변명이 아니라 피해학생의 트라우마가 모든 판단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교묘한 사과문과 반성문은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피해학생과 부모는 더욱 분개하고 가해학생 측은 요령껏 빠져나갈 궁리를 하며 사과하는 척, 반성하는 척 연기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집단폭력의 경우 가해학생들의 부모들이 채팅방을 열고 야합하여 말을 맞추고 사건을 조작하기도 합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입단속을 시키고 반성문과 사과문에 쓸 교묘한 말들을 가르칩니다. 부모들의 이기적인 행동은 가해학생들의 양심을 파괴하고 더 지독한 폭력성을 심어줍니다. 그릇된 동정심에서 나온 그릇된 행태는 아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망칩니다.

진실로 반성하는 가해학생은 진심을 담아, 자신의 잘못을 자세히 쓰고, 책임을 인정하고 처벌을 달게 받겠다는 내용을 써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입니다.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피해학생과 부모의 상처를 위로하고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올바른 중립성

선생님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처벌을 요구하는 피해학생 측과 용서를 구하는 가해학생 측 사이에서 고민합니다. 이때 올바로 알아야 할 것이 ‘중립성’의 개념입니다. 어떤 선생님은 ‘피해학생도 가해학생도 모두 내 학생이다’고 말하며 자신은 중립을 지키겠다고 합니다. 중립성을 오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립성을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사이에 정확히 중간에 서서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라는 물리적인 중립성으로 오해하면 안 됩니다. 올바른 중립성이란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태도’입니다. 중립성은 자기 자신의 선입견과 편견으로부터의 중립성을 말합니다.

선생님은 가장 상처받고 억울한 피해학생 곁에 서서 보호해주어야 합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위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피해학생도 돕고, 가해학생도 도와야 한다’는 잘못된 중립성이 아니라, 객관적인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피해학생을 돕고 가해학생에게는 합당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올바른 태도입니다. 학교폭력 사건의 중심은 철저히 피해학생의 트라우마라는 것을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편견과 선입견을 배제한 중립(neutrality)을 지키고, 피해학생의 트라우마에 중심(center)을 두세요.

어른들은 당연히 가해학생의 고통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합니다. 가해학생이 자신이 저지른 폭력에 대한 합당한 처분 때문에 겪는 고통은 그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필요한 고통입니다. 모든 고통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전혀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의 과보호가 도덕성이 결여된 아이를 만듭니다. 아이가 심각한 폭력을 저질러서 합당한 처분을 받은 경우에도 성적과 입시에 눈이 먼 부모는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처분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분노합니다. 성공만능주의에 물든 부모는 아이를 망칩니다. 가해학생의 부모 또한 큰 고통을 겪습니다. 하지만, 합당한 처분을 인정하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부모의 태도는 아이를 바른길로 인도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학교 교육의 중심은 입시가 아니라 성숙입니다.

트라우마의 이해

때로는 피해학생의 고통을 망각하고 어른을 중심으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집단폭력이 발생하자 선생님이 가해학생들과 피해학생을 한 테이블에 모아두고 진술서를 쓰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해학생들은 대충 몇 줄 쓰고 나갑니다. 피해학생은 어떨까요? 피해학생은 오랜 기간 집단폭력을 당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진술서에 쓸 말이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트라우마 반응 중 해리증상 때문에 정신이 멍하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최근에 겪었던 일이 부분 부분 잘 기억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속으로는 심각한 트라우마 반응이 진행됩니다. 우울, 불안, 공황발작, 놀람, 해리증상, 공포, 불면증, 야뇨증, 함구증, 대인기피, 등교거부, 죄책감, 분노, 기억상실, 악몽, 해리증상, 환각 등 고통스러운 트라우마 증상이 아이를 괴롭힐 수 있습니다. 트라우마 반응은 즉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한참 지나서 지연된 트라우마 반응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가 트라우마 상태라는 것을 인지하고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해주고 아이가 안정된 것을 확인한 후에 자세한 진술을 받아야 합니다. 이때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아이를 배려해야 합니다. 진술서를 쓰려면 끔찍한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데 그것이 아이에게는 다시 트라우마가 됩니다.

피해학생의 부모 또한 트라우마를 겪습니다. 학교에서 연락이 오고 가해학생의 부모들이 서둘러 전화를 걸어서 덮어놓고 사과를 받아달라고 합니다. 피해학생의 부모는 갑자기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에 놀람, 충격, 분노, 우울, 불안, 무력감 등의 온갖 감정에 압도당하고 이후로 며칠 동안 일부 기억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누가 옆에서 말을 걸어도 얼이 빠진 사람처럼 멍하게 있다가 놀라곤 합니다. 이런 상태는 갑자기 닥친 트라우마에 대한 당연한 반응입니다. 만약 증상이 심하거나 일상생활에 괴로움을 겪는다면 바로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선생님은 피해학생과 부모에게 폭력 사실은 물론이고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주어야 합니다. 아이와 부모는 자신이 겪고 있는 혼란스러운 정신상태가 트라우마 반응이라는 것을 모릅니다. 트라우마에 대해 알려주고 필요한 경우 꼭 상담과 치료를 받으라고 알려줄 사람은 바로 선생님입니다. 선생님 또한 갑자기 벌어진 일에 놀라고 당황합니다. 선생님이 부모와 면담하다가 덜덜 떨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합니다.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선생님의 마음건강이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습니다. 동료 선생님들이 지지와 위로, 도움을 주어 이 상황을 잘 해결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필요한 경우 선생님도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피해학생 중심의 해결

학교폭력을 처리할 때 아이의 고통을 외면하고 어른의 편리를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명심해주세요. 가장 괴로운 사람은 피해학생입니다. 모든 순간에 피해학생의 마음을 살피고 공감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까지 소집되는 학교폭력 사건은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큰 스트레스입니다. 거짓과 위선이 난무하고 변명과 핑계로 뒤범벅된 해결은 아이들의 마음에 폭력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원칙이 지켜지지 않거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결론이 부적절하다고 생각될 때, 피해학생 측은 사법체계에 도움을 청하게 되고, 길고 고통스러운 소송이 시작됩니다. 학교와 교사에게 실망하여 이미 화가 날 대로 난 피해학생 측의 공격적인 태도는 가해학생이나 교사에게 큰 부담을 주어 비극적이고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이런 참혹한 사태까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어른들이 할 일입니다. 그래서 원칙이 필요하고, 정해진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학교폭력 해결의 목표는 용서와 화해가 아닙니다. 피해학생의 고통을 외면하고 용서와 화해를 유도하는 것은 아이의 인권을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어른들의 폭력을 생각해보세요. 누구도 피해자에게 가해자를 용서하고 화해하라는 말을 함부로 꺼내지 못합니다. 피해학생과 부모는 겪지 않아도 될, 겪지 말아야 할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학업과 직업, 일상에 큰 지장을 받습니다. 폭력에 대한 올바른 해결은 피해자의 울분을 풀어주고 가해자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우선입니다. 합당한 처벌과 진심 어린 사과만이 트라우마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학교폭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보고 배웁니다. 피해학생의 부모는 침착하게 아이를 보호하고 공감해주어야 하며 가해학생의 부모는 아이가 합당한 처분을 받아들이고 반성하도록 해야 합니다. 선생님은 아이와 부모가 이런 과정을 잘 헤쳐 나가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리는 것을 꺼리지 말고 오히려 권장해야 합니다. 폭력에 대한 신고와 처벌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교육해야 합니다. 감추어진 폭력은 더욱 잔악해지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을 때 학교폭력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치유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폭력에 휘말린 우리 아이들의 마음건강을 지키는 길입니다.

정찬승 (국제공인 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국제분석심리학회 정회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위원회 상임위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이사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
보건복지부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연구원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http://www.maumdream.com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선생님, 학부모, 학생들을 위해 정신의학신문에 투고한 글입니다.

*아래 첨부파일을 다운로드 받아서 인쇄하면 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학교폭력위원회에 보내는 편지_인쇄용.PDF

2019년 4월 3일: 국가트라우마센터 자문회의 참석

국가트라우마센터 자문회의에 참석하여 대국민 교육 및 홍보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 일시: 2019. 4. 3.(수) 16:00~17:00

– 장소: 국립정신건강센터(서울 광진구 용마산로 127) 국가트라우마사업부 회의실(4층)

– 자문위원 : 직역별 전문가 3명
정찬승(마음드림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박만기(한국산업기술대학교 디자인학부 외래교수)
전사원(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 금연홍보팀장)

– 논의 안건
트라우마 대국민 인식 전환을 위한 영상물 활용 및 홍보방안 등
* 재난 트라우마 최소화를 위한 ‘마음근력 키우는 건강 수칙’
* 찾아가는 재난 정신건강 서비스 ‘안심버스’
* 국가트라우마센터 아카이브

2018년 7월 19일: 국가트라우마센터 자문회의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 내방하여 재난정신건강 및 트라우마 예방 교육자료 제작 방안에 대한 자문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일시: 2018년 7월 19일 목요일 오후 1시~2시

장소: 마음드림의원

트라우마 치유 분야 추천도서

빨간모자와 늑대의 트라우마 케어 : 과거의 상처를 넘어 지금의 나를 사랑하는 힘을 되찾자!
시라카와 니시 미야코 저, 프리렉, 2017년

일본의 정신과의사인 시라카와 니시 미야코는 동일본대지진 피해지역의 재난정신건강지원 등에서 풍부한 임상경험 쌓은 트라우마 전문가다. 트라우마에 대한 넓은 지식과 깊은 통찰을 ‘빨간모자와 늑대’ 민담 속 주인공들을 등장시켜 쉽고 흥미롭게 잘 전달한다. 일반인, 환자, 치료자, 상담가 등 모든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훌륭한 책이다.

트라우마 : 가정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주디스 허먼 저, 열린책들, 2012년

1997년 출간된 트라우마 분야의 명저다. 주디스 허먼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트라우마로 인한 ‘복합성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제안하고 널리 인정받았다. 트라우마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중요한 책이다.

멘붕 탈출법 : 십대를 위한 9가지 트라우마 회복스킬
이주현 저, 학지사, 2015년

이주현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쓴 매우 실용적인 트라우마 회복 지침서다. 저자는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헌신적으로 피해자와 유가족을 돌보았고, 국내외 여러 전문가와 긴밀하게 협업하여 우리 실정에 가장 적합한 지침서를 펴냈다. 십대뿐만이 아니라 일반인과 전문가 모두에게 권할만한 실용적인 책이다.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뉴스레터(2018년 3월호), 계간 미술치료(2018년 봄호)에 기고한 글의 일부를 수정했습니다.

글 _ 정찬승 (융 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위원회 상임위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이사
보건복지부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연구원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발걸음

2016년 6월 19일 한국에서 출발한 트라우마-재난정신건강 전문가들과 함께 도쿄역에서 후쿠시마행 신칸센에 몸을 맡겼다. 목적지는 동일본대지진의 가장 큰 피해지역인 후쿠시마현과 미야기현의 재난정신건강센터. 자연재난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늘 지진의 위협을 받고 있다. 1995년 한신대지진으로 인해 효고현, 고베시를 중심으로 6천여 명이 사망하고 약 2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2011년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때는 사망자와 실종자가 2만여 명에 이르고 이재민이 33만여 명에 달했다. 일본은 재난 피해가 심각한 지역의 시민들이 심리적 고통으로부터 회복하는 것을 돕기 위해 트라우마 대응 체계를 발달시켜 왔다. 재난정신건강센터인 ‘마음의 케어 센터’를 세워서 피해자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일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후 가장 큰 피해를 당한 안산시에 ‘안산온마음센터’를 설립하여 피해자와 시민들의 트라우마 회복에 힘쓰고 있다. 이번 일본 방문의 목적은 보건복지부 중앙정신건강사업지원단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연구원들과 안산온마음센터 학술용역연구사업 연구원들이 참여하여 한일 간의 트라우마 치유 환경과 경험, 지혜를 공유하기 위함이었다.

열차가 후쿠시마 역에 도착하자 일행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시내 주요 지역에 세워진 방사능 측정기의 전광판에는 방사능 수치가 붉은색으로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후쿠시마 현립 의과대학 병원에 설치된 후쿠시마 마음의 케어 센터에서 만난 센터장 마에다 교수는 지진과 쓰나미에 이어 원자력발전소의 사고가 터진 후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의 불신이라고 했다. 시민들은 정부에서 발표하는 피해 상황과 대책을 믿지 못하고, 도움을 주러 온 센터의 직원들에게 의혹의 눈길을 던지며 멀리했다. 원전사고가 나자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피신 갔다가 다시 마을로 돌아온 이웃을 따돌리는 일도 일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난정신건강센터에서는 수십 명의 직원이 쉴 틈 없이 일하고 있었다. 각 지역 피해자들의 상태를 파악하고 현장지원을 나가고 자료를 정리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렇게 5년을 달려온 것이다. 예로부터 아름다운 자연과 신선한 농수산물, 온천이 유명한 후쿠시마에는 재난이 휩쓸고 간 후 상처와 불신, 피로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사진1 후쿠시마 마음의 케어 센터 방문

일반적으로 재난을 당한 직후에는 피해자와 현장 지원자, 시민들 모두 공동체의 재건을 위해 힘과 용기를 다해 발 벗고 나서게 된다. 이 시기를 영웅기라고 부른다. 고난 앞에서 결코 굴하지 않는 영웅처럼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재난을 이겨내려는 것이다. 그 후 수개월 동안은 공동체가 협력하여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신혼기가 온다. 한신대지진 현장의 정신건강지원을 지휘한 일본의 원로 정신과 의사 신푸쿠 나오타카 교수는 지진으로 고베시가 초토화되어 도시 행정, 방범체계가 무너졌을 때도 일본인이 저지른 범죄는 한 건도 없다고 소개한 적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인내와 노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여러 가지 행정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나 보상 문제 등 현실적 갈등이 불거지면서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는 환멸기에 빠지게 된다. 이 시기를 잘 극복해야만 재난 지역의 일상이 회복되어 현실적인 재건을 도모하는 재건기가 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후쿠시마는 불신과 갈등에 지친 나머지 지원자들마저 정서적으로 소진된 모습이었다.

다음 목적지는 미야기현의 중심도시 센다이였다. 진앙에서 가장 가까웠던 센다이는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미야기 마음의 케어 센터에서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워크숍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전문가들은 서로 많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젊은 리더인 정신과 의사 후쿠치 나루 센터장은 세심하고 배려가 깊은 사람이었다. 5년 동안의 심리지원을 통해서 얻은 경험과 데이터를 정리하여 트라우마의 심리를 분석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재난을 겪은 어린이를 교육하기 위해 스케치북에 직접 그려 만든 트라우마 회복 교재였다. 일본에는 두루마리 그림[에마키, 繪卷]이라 하여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전통 회화 양식이 있는데, 그것에서 착상하여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재난이 일어났을 때 우리의 마음이 어떻게 달라지고 우리가 그 마음을 어떻게 하면 잘 달래고 회복할 수 있는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알려주는 교재를 일종의 글씨 없는 큰 그림책으로 직접 만든 것이다.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스케치북에 일일이 그리는 수고를 한 이유는 재난 현장에서는 전력과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2 미야기 마음의 케어 센터의 아동용 트라우마 회복 교재

나는 소아과 의사로서 수련을 마친 후 다시 정신의학, 그중에서도 소아청소년 정신의학을 전공한 후쿠치 선생의 자상함과 세심함에 크게 감탄했다. 그의 이런 따뜻한 태도는 시민들과 마음의 케어 센터 직원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쳐서 미야기현은 가장 큰 피해지역임에도 갈등과 소진을 극복하고 재건이 잘 이루어지게 됐다. 우리는 이 인연을 소중히 이어나가기로 하고 2017년 6월 서울에서 개최한 ‘재난정신건강서비스 발전을 위한 국제 세미나’에 그를 연자로 초청했다. 후쿠치 선생은 2016년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부 전문가회의를 통해 연결되어 초청한 스리랑카의 아난다 갈라파티(Mental Health & Psychosocial Support Network: MHPSS의 설립자)와 함께 큰 환대를 받았다.

사진3 재난정신건강서비스 발전을 위한 국제 세미나

후쿠시마와 미야기의 일정을 마친 한국의 연구원들은 도쿄로 돌아와 4월에 발생한 구마모토 지진의 재난정신건강지원 실무를 맡고 있는 규슈 의과대학의 쿠가 교수와 세계보건기구의 카야노 선생을 만나 전반적이고도 실용적인 재난정신건강 지원 체계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짧고도 강렬한 일본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좋은 기회였다.

사진4 규슈 의과대학의 쿠가 교수와 세계보건기구의 카야노 선생과 함께

사실상 한국에서 ‘재난정신건강’이라는 분야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라고 볼 수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생존자들은 기존의 다른 재난과 달리 신체적 외상이 거의 없었으며 심리적 외상, 즉 트라우마가 가장 큰 문제가 됐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내에 재난정신건강위원회가 설치되고 전문가들이 결집했으며, 이는 이듬해 메르스 유행 등 각종 재난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기반이 됐다. 안산시의 안산온마음센터는 트라우마 치유에 집중하는 첫 번째 공공 치유기관으로서 자리를 잡았다. 이제 2018년 상반기에는 국립정신건강센터 내에 국가재난트라우마센터를 설치하여 국가 차원의 트라우마 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심리지원을 펼칠 예정이다. 짧은 기간 내에 이만큼의 체계를 잡아갈 수 있었던 데에는 과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트라우마 분야의 연구와 임상경험을 축적해 온 여러 전문가의 공이 크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재난과 트라우마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 것은 건물 붕괴, 교량 붕괴, 선박 침몰, 대형 화재 등 주로 사회재난의 비중이 컸으며, 마음속 트라우마를 치유하기보다는 관련자 처벌과 보상 문제 등에만 정부와 언론의 관심이 치우친 탓이 있다. 이제는 시민들의 의식이 성숙함에 따라서 보이지 않는 마음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국가 또한 국민의 트라우마 치유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특히 2017년 11월에 발생한 포항 지진으로 많은 시민이 극심한 스트레스 반응을 겪었고, 이것은 재난정신건강과 트라우마 치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여러 해 동안 성실하게 구축해 온 재난정신건강 정보센터의 재난정신건강 가이드라인이 피해지역 주민들을 상담하고 시민들의 마음을 돌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었다.

개인과 그 사회가 감당하기 힘든 피해를 입히는 큰 사건을 재난이라고 한다. 재난에 대해서는 생명과 건물, 재산, 환경을 지키는 외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압도적인 위력에 의해 무너지는 것은 우리의 신체와 외적 자원들만이 아니다. 우리의 마음이 무너져 무력감에 빠져들면 외적 대응이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다. 재난 상황에서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내적 대응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국가적인 큰 재난과 사회적인 여러 캠페인을 통해 갈수록 트라우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트라우마의 중요성을 인지한 우리 사회가 긍정적인 태도로 힘을 모으는 영웅기, 혹은 신혼기를 보내며 순항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뜨거운 관심이 환멸에 빠지지 않고 안정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개인 각자의 마음의 성숙이 중요하다. 집단의 유행은 망각되지만 개인의 성숙은 결코 의미 없이 사라지지 않는다. 개인에 있어서도, 사회에 있어서도 이미 발생한 트라우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할 일은 트라우마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변화시켜 그 고통을 딛고 일어나 새로운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뉴스레터(2018년 3월호), 계간 미술치료(2018년 봄호)에 기고한 글의 일부를 수정했습니다.

글 _ 정찬승 (융 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위원회 상임위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이사
보건복지부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연구원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http://www.maumdream.com

2018년 2월 4일: 재난정신건강지원 정보콘텐츠 및 플랫폼 개발 워크숍 참석

재난시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지원하기 위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보급하기 위해 대구에서 열린 워크숍에 참석했습니다.

과제명: 재난 유형과 개입시기에 따른 재난정신건강지원서비스 모형 및 업무수행전략 개발
주최: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단
일시: 2018년 2월 4일 일요일
장소: 대구 라온제나 호텔

논문 발표: “선사시대 원시인의 재난과 대처양식에 대한 분석심리학적 연구 : 신화와 암각화를 중심으로”. 心性硏究 제32권 제2호

한국분석심리학회 학술지 ‘심성연구’ 제32권 2호에 논문 “선사시대 원시인의 재난과 대처양식에 대한 분석심리학적 연구 : 신화와 암각화를 중심으로”를 발표했습니다.

선사시대 원시인의 재난과 대처양식에 대한 분석심리학적 연구 : 신화와 암각화를 중심으로
Disaster : Concepts and Responses in Prehistoric Times from the Viewpoint of Analytical Psychology

선사시대 원시인의 재난과 대처양식에 대한 분석심리학적 연구: 신화와 암각화를 중심으로

정찬승

국문초록

재난(災難)은 외면적으로는 인간과 사회에 감당하기 힘든 피해를 주는 엄청난 사건이며, 내면적으로는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온갖 종류의 개인적, 집단적 콤플렉스들을 자극한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는 많은 인명이 갑자기 사망한 인재이며,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큰 심리적 충격을 받았다. 저자는 이 사고의 재난정신건강지원에 직접 참여하면서, 현대 기술 문명의 발달에 대한 자만심이 무너지고 거대한 슬픔과 무력감에 빠진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의식적, 무의식적 반응들을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연구해야 할 필요성을 실감했다.
본 연구는 신화와 암각화를 중심으로 선사시대 인간의 재난에 대한 관념과 대처양식을 조사하여, 그 속에 나타난 보편적, 원초적, 원형적 인간 심성과 문화적 특수성을 찾아내고 그 의미와 지혜를 발견하여 현대의 재난대응의 문제점과 개선의 방향을 고찰하고자 한다.
세계 도처의 창세신화들은 태초에 우주적 창조의 일부로서 재난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류는 선사시대로부터 세계의 주기적 경신(更新)이라는 파괴와 창조의 양면성의 관념에서 재난을 이해하고 대처했으며, 금기의 위반이 재난을 일으킨다는 관념을 갖고 있었다. 재난은 외견상 파괴적 작용을 통해서 의식의 근본적 경신(更新)을 지향하는 ‘자기(Self)’의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재난이라는 정신적 위기 상황에서 행해진 다양한 의례는 무의식과의 소통을 통해 인간 의식을 새롭게 하고, 전체 정신의 조화를 추구하는 정신적 재생의 기회가 됐다.
현대 사회는 재난대응에 있어서 외면적, 기술적, 행정적 대응에만 치중한 나머지 고통받는 인간의 심성과 내면적 대처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우리는 재난의 발생을 결정할 수는 없지만, 재난의 대처방식을 결정할 수는 있다. 외면적 재난대응을 힘써 발달시킴과 동시에, 재난의 의미를 성찰하여 인간의 심성을 살피는 내면적 재난대응을 함으로써 인간은 재난을 통해 고통의 의미를 발견하고 성숙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중심 단어: 재난, 신화, 암각화, 선사시대, 분석심리학

ABSTRACT

Disaster: Concepts and Responses in Prehistoric Times
from the Viewpoint of Analytical Psychology

Chan-Seung Chung, M.D., Ph.D.

Disaster is externally an incident that causes enormous damage to society and humanity. Disaster also internally stimulate a variety of personal and collective complexes in the human mind. The sinking of Sewol Ferry in 2014 was a disaster that took away countless lives. People not only in South Korea but around the world were deeply affected by the incident. While directly taking part in disaster mental health support and meeting with people who were sunk in sorrow and helplessness and feeling the collapse of conceit against modern technological civilization, I realised the need to conduct study and research on the conscious and unconscious response from the viewpoint of analytical psychology.
This research investigates the response and management of disaster in prehistoric times mainly through myths and petroglyphs. This study aims to consider the problems and improvements of disaster response in the modern times by finding the distinct cultural characteristics and the universal, fundamental, and archetypal human nature inherent in the concepts of disaster and responses to disaster and discovering their meaning and wisdom.
Creation myths around the world show that in the beginning there was a disaster as part of the universal creation. Humanity has understood disaster as a periodic renewal of the world by the oppositeness between destruction and creation and had the idea that violation of taboo to be the cause of disaster since prehistoric times. Disaster could be interpreted as the intention of the Self that renews the fundamental consciousness through the externally appearing destructive action.
Various rituals performed by man on earth renovates the human consciousness during a mental crisis situation, such as a disaster, and corresponds with the unconscious to create an opportunity for psychological regeneration that seeks harmony.
Modern society has neglected the importance of internal dealing and the suffering human soul and concentrated on the external, technological and administrative actions related with disaster response. We cannot determine the occurrence of a disaster, but we can determine how to deal with the disaster. While developing external disaster response, we need to ponder on the meaning of disaster and conduct internal disaster response that care for human mind. Through this, we will understand the meaning of pain and have renewed mature psyche.

KEY WORDS: Disaster, Myth, Petroglyphs, Prehistoric Times, Analytical Psychology

인터뷰: “Dealing with disaster trauma” TBS eFM “This Morning”

TBS eFM의 “This Morning”에서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트라우마와 그 대처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 특히 마음을 안정시키는 안정화 기법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We cannot determine the occurrence of a disaster, but we can determine how to deal with the disaster.”

News Focus 1 with Chung Chanseung : Dealing with disaster trauma

TBS eFM “This Morning” with Alex Jensen. 101.3Mhz 7:30AM. 22 Nov 2017

 

안정화 기법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에서 재난 상황에 대한 심리적 대처 방법을 소개해드립니다. 재난 뿐만 아니라 트라우마, 불안, 공황, 스트레스에서도 유용한 ‘안정화 기법’입니다.

안정화 기법

재난을 겪은 후에는 마음과 몸의 변화나 고통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스트레스 반응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증상이 심할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재난을 겪은 후에 스스로 해볼 수 있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 심호흡

“여러분이 긴장을 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후~’하고 한숨을 내쉬게 되지요. 그것이 바로 심호흡이에요. 심호흡은 숨을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후~’ 소리를 내면서 풍선을 불듯이 천천히 끝까지 내쉬는 거예요. 가슴에서 숨이 빠져나가는 느낌에 집중하면서 천천히 내쉬세요.”

  • 복식호흡

“복식호흡은 숨을 들이쉬면서 아랫배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게 하고, 숨을 내쉴 때 꺼지게 하는 거예요. 이때는 코로만 숨을 쉬세요. 천천히 깊게, 숨을 아랫배까지 내려보낸다고 상상해 보세요. 천천히 일정하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아랫배가 묵직해지는 느낌에 집중하세요.”

  • 착지법

“착지법은 땅에 발을 딛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지금 여기’로 돌아오는 거예요. 발바닥을 바닥에 붙이고, 발이 땅에 닿아있는 느낌에 집중하세요. 발뒤꿈치를 들었다가 ‘쿵’ 내려놓으세요. 그리고 발뒤꿈치에 지긋이 힘을 주면서 단단한 바닥을 느껴보세요.”

  • 나비 포옹법

“나비 포옹법은 갑자기 긴장이 되어 가슴이 두근대거나, 괴로운 장면이 떠오를 때, 그것이 빨리 지나가게끔 자신의 몸을 좌우로 두드려 주고 ‘셀프 토닥토닥’하면서 스스로 안심시켜 주는 방법이에요. 두 팔을 가슴 위에서 교차시킨 상태에서 양측 팔뚝에 양 손을 두고 나비가 날갯짓하듯이 좌우를 번갈아 살짝살짝 10~15번 정도 두드리면 돼요.”

 

안정화 기법

  • 위 내용은 현재 개발 중인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의 자료입니다. 널리 공유해주세요. 출처는 다음과 같이 밝히면 됩니다. “출처: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http://www.traumainfo.org)”
  •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http://www.traumainfo.org)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단의 연구과제로 재난 시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과 정보를 알리기 위한 홈페이지입니다.
  • 본 연구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의 지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HM15C1112)
    재난정신건강지원 정보콘텐츠 및 플랫폼 개발 연구
Scroll to top
Call Now Bu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