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 코로나 레드, 코로나 블랙
언론과 대중은 코로나 블루, 코로나 레드, 코로나 블랙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 코로나19로 인한 우울, 분노, 절망을 표현하고 있다. 과연 우리의 정신은 우울과 분노, 절망으로 가득 차 있을까?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코로나19가 국민에게 큰 스트레스라는 점에 주목하고,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코로나19 국민정신건강실태조사’를 실시했다. 2020년 3월에 1차 조사를 시작으로 5월에 2차, 9월에 보건복지부와 함께 3차 조사를 진행하고 10월 16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3차 조사 결과 걱정과 두려움, 불안, 우울이 3월에 시행한 1차 조사에 비해 모두 높게 나타났다. 우울 위험군은 응답자 중 22.1%나 되었으며, 여성의 경우 26.2%가 우울 위험군에 해당했다. 자살을 생각한 사람도 13.8%나 되었다. 젊은이의 정신 건강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20대와 30대의 우울과 불안이 매우 높게 나타났으며, 3월·5월·9월 각 조사에서 꾸준히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청년 중 자살을 생각한 사람은 19.9%에 달했다.
건강한 스트레스 대처와 회복탄력성 강화
코로나19 국민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는 일견 참담한 수준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치만 보고 국민의 정신 건강에 절망해서는 안 된다.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로운 가능성이 보인다. 우울증 증상으로 열거된 항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피로감’과 ‘흥미와 즐거움의 상실’이며, 우울증의 심각한 증상인 ‘자살 충동’과 ‘말과 행동이 느려짐’을 느꼈다고 응답한 사람은 그보다 훨씬 적다.
우리에게는 세 가지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는 심각한 우울과 불안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 치료와 자살 예방 대책이다. 둘째는 피로와 지루함을 호소하는 어른과 아이들을 위한 활력 충전이다. 어른들은 철저한 기준이나 완벽주의를 버려야 한다. 자신과 가족, 이웃에게 관대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랜 기간 학교 등교 없이 온라인 수업을 해온 아이들 또한 놀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셋째는 우울하거나 불안한 마음은 지극히 비정상적인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정상적 반응임을 인정하고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단, 이러한 정신적 고통이 너무 심해 일상이 위협받고 정상적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면 혼자 마음속에 묻어둘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나 관련 기관, 정신 건강 전문의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시기에는 사회 활동과 여가 생활이 제약을 받기 때문에 스트레스 대처가 어려워진다. 건강한 스트레스 대처 방법을 알고 건강한 마음을 회복하는 회복탄력성을 길러야 한다. ‘감염병 심리사회방역지침’에 담긴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방법을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1. 변화를 수용하기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여러 가지 변화를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2. 서로 돕는 관계 맺기
이타적 활동은 남을 도울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존감을 살려준다.
3. 희망과 자신감 지키기
부정적인 말들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의 힘과 가능성을 믿는다.
4. 통제할 수 있는 문제에 집중하기
통제할 수 없는 큰 사건이 아니라 스스로 해결하고 계획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 자기 효능감과 조절감이 커진다.
글 정찬승
마음드림의원 원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재난정신건강위원회 홍보국장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
서울시 시정종합월간지 서울사랑 2020년 11월호 특집 · 코로나19 극복 위한 마음 건강 코너에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전문가의 조언 ‘감염병 중기의 마음 건강’ 제목으로 게재한 글입니다.
https://love.seoul.go.kr/asp/articleView.asp?intSeq=77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