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 ‘코로나 레드’ ‘코로나 블랙’이란 신조어는 각각 코로나19로 인한 우울, 분노, 절망을 표현한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최근 발표한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큰 ‘우울 위험군’은 9월 조사에서 22.1%로, 지난 3월(17.5%)과 5월(18.6%)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의 경우 26.2%가 우울 위험군이었다. 자살을 생각한 사람도 13.8%나 됐다. 2018년 성인 중 자살을 생각한 사람 비율(4.7%)의 3배 가까이 됐다. 특히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 대상자 중 20·30대의 우울·불안 정도가 가장 높았다.
코로나 블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집단의 병적인 측면에만 집착하지 말고 개인의 다양한 면모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 우울증 증상 중 ‘피로감’과 ‘흥미·즐거움 상실’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눈에 띈다. 이런 증상은 누구나 겪는 정상적인 스트레스 반응이기도 하다. ‘코로나 블루 대책’이란 보건정책은 자칫 국민 대다수가 우울하고 불안하다는 암시를 주어 불필요한 걱정을 하게 만들 수 있다. 고통이 심한 사람을 간과해서는 안 되지만 단지 피곤하고 일상에 재미가 없어진 사람들까지 획일적으로 환자 취급해서는 안된다. 질병 중심이 아니라 인간 중심 대책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심각한 우울과 불안을 겪는 이들을 위한 심리치료 및 자살 예방 대책과 함께 피로감·지루함을 호소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코로나 블루를 날려버릴 활력 충전이 필요하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재난정신건강위원회 홍보국장
- 조선일보에 2020년 10월 22일자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 https://www.chosun.com/opinion/podium/2020/10/22/2HP4HTQUXZD6NEBPEOXD6M5G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