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전염병, 자해로부터 청소년과 청년을 지키자
자해란 스스로 자신에게 상처를 내거나 자신을 해롭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온갖 도구와 방법으로 자신의 몸에 경미한 상처를 내거나 해를 끼치는 것이다. 청소년의 10~15%가 자해행동을 한 적이 있다고 보고했다.
특히 다른 국가에 비해 국내에서 두드러지게 주요 인터넷포털 사이트의 자해 관련 검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며, 자해 경험 게시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하나의 문화 증후군과 같이 전파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청소년이 자주 접속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자해 인증 사진과 영상이 무차별적으로 게재되면서 초등학생조차도 인터넷으로 자해도구나 방법을 쉽게 접할 수 있어 자해 행동이 확산되는 통로가 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염병처럼 무분별하게 번져가는 자해 행동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일종의 심리사회적 재난 상황으로 인식될 정도다. 자해 문제로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료를 받는 청소년과 청년의 수가 급증하고 있으며, 학교 상담실이나 지역사회의 청소년을 위한 기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 정신건강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정신건강전문가들은 자해 유행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자해 방법이나 사진, 영상을 담은 게시물을 인터넷에서 분별하고 차단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기구나 조직을 구성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린 바 있다.
자라나는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다. 청소년과 청년들의 자해 행동은 우리 사회 모두가 고민해야 할 심각한 문제다. 외면과 방관, 억압으로는 자기파괴적인 자해 행동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는 어둠 속에서 확산되는 자해 행동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해야할 지, 자해를 하는 사람과 그 가족을 도울 수 있는 효과 있고 검증된 치료적 접근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찰해야 한다. 마음의 고통 속에서 자신을 해하는 청소년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도움으로써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 가족, 학교, 전문가, 사회 및 국가는 자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모색해야 할 것이다.
글 _ 정찬승 (융 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위원회 상임위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이사
보건복지부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연구원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 2018년 9월 20일 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회와 교육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가 공동 주관하여 개최한 급증하는 자해에 대한 이해 및 대책을 위한 특별 심포지엄 “자해 대유행, 대한민국 어떻게 할 것인가?”를 위해 작성한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