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성에 탐닉하고 과도하게 몰두해서 일상생활에 문제가 일어날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조절이 안 되는 경우를 성중독(섹스 중독, Sexual addiction)이라고 합니다. 성관계의 횟수와 빈도가 많더라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조절이 가능하다면 성중독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성관계의 빈도가 많지 않더라도 성행위가 일상생활에 문제가 되고 조절이 불가능하다면 성중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성중독이 일으킬 수 있는 문제들
- 우울증, 불안장애, 불면증에 걸릴 가능성이 많아진다.
- 직장생활이나 학업에 능률이 떨어지고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는다.
- 부부관계가 악화된다.
- 성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첫 번째 사례
40대 직장인 A는 술만 마시면 여성 접대부가 나오는 주점으로 갑니다. 무난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지만, 어쨌든 술만 들어가면 여자를 품어야 성이 풀립니다. 게다가 그걸 당연한 코스라고 생각하고 죄책감도 못 느낍니다. 다음 날 정신이 들면 엄청난 지출에 후회를 하곤 합니다. 이런 버릇도 성중독인가요? 아니면 알코올 중독인가요?
답변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모든 중독자들의 특징입니다. 성중독자들은 성에 대한 무분별하고 도착적인 탐닉을 ‘모든 생물의 본능이다.’ ‘이것이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라며 일반화하고 정당화하려고 합니다. 또한 ‘나는 성중독이 아니라 술에 취했을 뿐이다’며 핑계를 댑니다. 매일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폭음을 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에는 알코올 중독에 걸려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한 가지 중독 문제를 갖게 되면 다른 중독에도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 사람의 경우 음주 문제와 성 문제를 함께 갖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두 번째 사례
30대 후반의 노총각 B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지만 연애를 해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포르노를 보며 자위행위를 하는 일이 습관이 되어 ‘너무 자위행위를 많이 하는 것 아닌가?’하고 고민을 합니다. 성욕이 주체가 안되면 가끔 유흥업소에 가곤 합니다.
답변
성인기에 일과 사랑을 해나가는 것은 정신건강에 매우 중요합니다. 이 사람은 일은 하지만 연애를 안 하거나 못합니다. 돈으로 성을 사거나 포르노그라피를 보며 자위행위를 통해 성욕을 해소하는 것은 일종의 자기성애(autoeroticism)에 불과합니다. 성행위에는 실제의 몸과 몸이 만나는 육체적인 결합과 더불어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정신적인 결합이 있어야 합니다. 돈으로 매수하는 성이나 동영상 또는 공상 속에서 하는 자위행위에서는 말초적인 쾌감만 있을 뿐 정신적인 충만감을 느낄 수 없습니다. 정신적인 결핍을 채우기 위해 더욱 말초적인 쾌락에 집착하여 탐닉하는 모순에 빠집니다. 그것은 창조성이 결여된, 소모적으로 무한 반복되는 자기성애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사람이 왜 현실의 여성과의 관계를 회피하고 있는지 알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트라우마, 혹은 미성숙한 측면이 있는지 알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여성도 성중독 문제를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남성은 육체적 쾌락만을 추구하는 데 비해, 여성은 정서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모든 사람은 개별적인 자기만의 사정이 있습니다.
사회가 도시화, 과밀화되고, 캐주얼 섹스를 유도하는 각종 스마트폰 앱들이 퍼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물질주의에 빠진 현대인들이 사랑의 정신적 가치를 망각하고 말초적인 자극에만 몰두하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온전한 성을 회복하는 것은 개인과 사회의 정신건강에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 이 글은 성중독에 대한 인터뷰 요청을 받고 준비한 원고를 중심으로 정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