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의 힘: 국제분석심리학회 학술대회 참관기

원형의 힘

– 국제분석심리학회 학술대회 참관기 –

 

정찬승 (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Chung Chan-Seung, M.D., Ph.D., Jungian Analyst

maumom@gmail.com

 

깊은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져 오히려 엄청난 감동을 선사하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비창의 4악장 연주를 마치고 서둘러 짐을 챙겨 공항으로 향했다. 오케스트라 연주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오랫동안 기다려온 국제분석심리학회의 개회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차이콥스키의 진중한 감동이 예술의 도시로 향하는 발걸음에 힘을 실어주었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는 2009년 알츠하이머 협회가 개최한 국제학회에 치매 연구자로서 수만 명에 달하는 뇌 영상 자료와 치매 연구 자료를 분석해서 발표하기 위해 방문한 적이 있다. 10년 만에 같은 도시를 전혀 다른 자격인 융학파 분석가가 되어 찾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1907년 32세의 젊은 카를 구스타프 융이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내방하여 중대한 첫 만남을 가졌던 바로 그 빈! 근대의 영광을 간직한 우아한 건축물과 여름의 끝자락에 어김없이 열리는 라트하우스 광장의 축제가 방문객을 환영해주었다. 밝은 금발 머리에 선명한 붉은색과 흰색이 인상적인 친절한 시민들도 여전했다.

학회가 열린 빈 국립대학교(Universität Wien)는 1365년에 설립되어 수많은 위대한 학자를 배출한, 중부 유럽에서 3번째로 오래된 대학이다. 찬란한 문화 예술을 꽃피운 아름다운 도시의 유서 깊은 대학으로 전 세계 1,200명 이상의 참가자가 몰려들었다. 국제분석심리학회 사상 최고의 대성황이었다. 나이 지긋한 분석가가 대부분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젊은 수련생들도 많이 참석해서 그야말로 분석심리학을 중심으로 한 집중력과 다양성이 충만한 학회였다.

 

매일 오전 Plenary Lectures가 열린 대강당은 앉을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다양한 주제의 강연이 화려하게 펼쳐진 훌륭한 공부의 기회였다.

덴마크의 Ole Vedfelt는 ‘Integration versus conflict between schools of dream theory and dreamwork – Integrating the psychological core qualities of dreams with the contemporary knowledge of the dreaming brain’이라는 장황한 제목으로 뇌과학과 꿈의 해석을 연결하는 매우 명료한 강연을 해서 큰 호응을 얻었다. 뇌의 각 영역에 따른 꿈의 발현을 예시로 들고 알기 쉬운 사례를 들었는데, 복잡한 여러 가설들의 통합을 위한 노고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예시로 든 꿈의 상징을 집단 무의식의 원형상으로서의 측면을 파고들기보다는 뇌의 생물학적 속성으로 환원시키려는 가벼운 접근 방식 때문에 나로서는 크게 동의하기 어려웠다.

점심시간에 이나미 선생님의 소개를 받아 뉴욕에서 온 Beth Darlington과 Royce Froehlich를 만나 식사를 하며 환담을 나누었다. 두 분의 이나미 선생님에 대한 진한 애정과 존중을 마음 가득 느낄 수 있었다. 이나미 선생님이 뉴욕 수학 시절 얼마나 열심히 연구하고 좋은 교분을 쌓았을지 미루어 짐작이 갔다. 뉴욕의 여러 분석가들이 이나미 선생님을 그리워하며 안부를 전해달라고 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특유의 재치와 예리한 통찰로 웃음이 그칠 새 없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 와중에도 일부 분석가들이 정신분석 이론을 뇌 영상 등 뇌과학을 통해 입증하려는 시도의 모순성을 경계했다. 뇌의 구조와 기능 연구를 지고의 심판자처럼 떠받들어 고도의 정신분석 이론을 검증하는 행태가 얼마나 한심한 유물론적 어리석음인가 하는 것이다.

 

수요일 오전에는 융과 프로이트의 서간문을 중심으로 문헌을 재구성하여 두 거장의 대화를 창작하여 마치 연극을 하듯 두 명이 낭독하는 특이한 발표가 있었다. 빈이라는 도시가 그들의 만남의 무대이기에 더욱 흥미진진했다. 서로에 대한 매혹과 집착, 애증을 극적으로 펼쳐 보여서 청중이 폭소하는 일이 많았다. 융과 프로이트의 학문적 고민과 갈등보다는 투사와 전이에 초점을 두고, 가상의 대화를 창작한 허구성 때문에 나는 이것이 학술 발표라기보다는 여흥 거리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발표 후 갈채가 잦아들자 몇몇 분석가들이 점잖게 문제점을 지적했다.

목요일 저녁에는 Murray Stein과 Henry Abramovitch가 집필한 희곡 ‘The Analyst and the Rabbi’를 무대에서 연기한 필름을 감상했다. 첼로 선율을 곁들여 융과 랍비 Leo Baeck의 진지한 대화가 아니마의 매개로 이어지는 밀도 높은 작품이었다. 나치즘과 반유대주의 등 시대적 배경 속에서 그림자를 의식화하는 것을 주제로 했다. 상영 후 Murray Stein을 비롯해서 영상 제작에 참여한 스태프들의 좌담과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Murray Stein은 희곡 집필의 계기를 설명하며, 실제로 있었던 융과 랍비의 만남이 매우 중요했을 터인데, 그들이 나눈 대화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전혀 없기에 강한 호기심을 느껴서 여러 방면의 조사를 거쳐서 창작했다고 밝혔다. 한 분석가가 일어서서 ‘이것은 실제 융과 랍비가 나눈 대화가 아니다. 당신 안에 있는 것이 표현된 것이다. 당신은 이 작품을 통해 당신 무의식의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나?’라고 질문했다. Murray Stein은 즉답을 피했다.

융은 특출나게 비범한 데다가 매력적이기까지 한 위대한 인물이다. 융을 소재로 소설가나 작가가 허구의 작업을 한 것은 이미 얼마든지 있고 납득이 간다. 그러나, 학술대회에서 학설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학자 개인을 소재로 삼아 뭔가를 만들고 발표하는 것이 그리 큰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융을 통해 세상에 나온 분석심리학이 다시 융의 개인사에 대한 관심으로 환원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물론 융의 일생과 주요 사건들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분석심리학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융이 공개를 금한 ‘붉은 책(Das Rote Buch)’을 출간한 것만으로도 이런 작업의 범위는 충분하고도 넘칠 지경이다. 도저히 알 길 없는 융의 개인적 만남과 대화에까지 자신의 상상력을 보탠 극작이 과연 분석심리학을 심화시킬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융이라면 이런 행태에 대해 뭐라고 할까?

 

몇몇 연자들은 융의 저작이나 원형에 대한 언급 없이 각종 타 학파의 이론과 뒤섞여 정체가 모호한 발표를 하기도 했다. 특히 트라우마에 대한 이론과 사례에서 그런 경우가 많았는데, 객관적 현실의 중요한 실제 인물상에 집중한 나머지 주관 단계의 심오한 내적 원형상에 대해서까지는 언급되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그러나, 이런 발표는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많은 발표는 주관 단계 해석과 집단 무의식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했다.

미국의 Donald E. Kalsched는 ‘Opening the closed heart: Affect focused clinical work with the victims of early trauma’ 제하로 자신의 트라우마와 분석을 통해 얻은 치유와 통찰을 공개하고 아동기 트라우마를 경험한 분석 사례를 정리해서 발표하여 큰 감동을 주었다. 또한 마지막 날 Peter Ammann, Fred Borchard, Renee Ramsden, Nomfundo Mlisa는 ‘Encountering the other: Jungian analysts and traditional healers in South Africa’라는 제목으로 남아프리카의 전통 치료사와 융학파 분석가가 정기적으로 만나서 교류하며 치유와 상징에 관해 토론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고하여 그 체험을 공유하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학회 참가자 전체가 참석한 Plenary Lectures에 대한 평가는 청중의 반응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청중은 집단 무의식의 원형상이 강력하게 표현되는 강연에 진심이 담긴 반응을 보였다. 세계 각지에서 온 분석가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훌륭한 강의를 한 연자는 질문에 답하는 태도에서도 과연 진심 어린 공감이 느껴졌다. 어떤 참가자는 원형상이 불러일으킨 정신적 흥분 때문에 격앙된 반응을 하기도 했다. 이것은 국내학회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현상이며, 원형이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방증이기도 하다.

 

오전의 열기 넘치는 Plenary Lectures가 끝나면, 오후에는 수십 개의 강의실에서 Break-out Sessions가 열렸다. 세계 각지에서 날아온 분석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연구한 주제를 발표했고, 그것을 선택하여 듣는 것은 큰 기쁨이었다. 나는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않도록 다양한 주제를 듣기로 했다. 집단 무의식의 원형상에 대한 많은 인상적인 발표가 있었고, 특히 이번 학술대회 주제인 ‘Encountering the Other: Within us, between us and in the world’와 관련해서 국가, 인종, 젠더 등 모든 종류의 다양성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두드러졌다. 샌프란시스코 융 연구소는 ‘Reflections on the exclusion and inclusion of ethnically and economically diverse populations in the experience of the C. G. Jung Institute of San Francisco: Organizational change and “the other”’ 제하로 경제 수준, 인종, 젠더 등 모든 다양성을 존중하고 통합하려는 실제 노력을 보여주어 정책에 대한 식견을 넓혀주었다.

 

학회에 함께 참석한 한국의 분석가 중에 강연을 한 분은 이보섭 선생님(Der Kindarchetyp im Film “Little Buddha”), 이문성 선생님(Jungian understanding of “the pairs of Dharma” of Zen Buddhism), 이나미 선생님(Genetics and evolutionary psychiatry as “the others of Jungian psychology”)이 있다. 시간이 겹쳐서 모든 강연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간의 연구를 중심으로 훌륭히 전달하셨으리라 생각한다. 다행히 이나미 선생님의 강연에 참석할 수 있었는데, 새로운 주제와 개념이 빛나는 멋진 시간이었다. 강연 중에 많은 질문이 쏟아졌고 진지한 토론이 펼쳐졌다.

 

나는 화요일 오후 Break-out Sessions에 제1호 강의실에서 강연을 했다. 존경하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콘라트 로렌츠가 배우고 가르친 강단에 서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영광이었다. 동시간에 수십 개의 강의실에서 다양한 강연이 열리는데도 불구하고, 학회에 처음 등장한 젊은 분석가의 강연을 듣기 위해 많은 분석가들이 진지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그것은 강연의 주제 때문일 것이다. 나는 비극적인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한국융연구원에서 1년여간 진행한 재난심리연구 모임의 성과를 요약해서 ‘재난의 심리적 의미(The Psychological Meaning of Disaster)’를 발표했다. 연구의 계기와 배경, 연구원들에 대해서 소개한 후 재난 생존자, 유가족, 치료자의 꿈을 분석하고 신화, 민담, 한국의 전통과 연결하여 확충하는 작업과 방대한 연구조사를 통해 도출한 재난이 인간 심성에 주는 의미에 대해 전달했다.

강연이 끝난 후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고, 이후에도 여러 분석가와 수련생이 찾아와 자신도 그 참사에 큰 충격을 받고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데, 이렇게 한국인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그 의미를 발견해가는 과정을 전해줘서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많이 받았다. 학회를 마무리하는 만찬장에서는 미국의 한 분석가로부터 내 강연이 이번 학회에서 가장 훌륭하고 감동적이었다는 찬사까지 받았다. 전하기에도 쑥스러운 이러한 호평은 생존자와 유가족을 오랫동안 만나고 도운 이주현 선생님에게 돌아가야 마땅하다. 또한 민담과 신화를 잘 정리한 김지연 선생님과 모든 연구를 지원하고 깊은 통찰로 지도해주신 이부영 선생님이 받아야 할 영광이다.

 

학회가 열린 빈 국립대학교와 만찬 행사가 열린 Palais Ferstel에서는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많은 분석가들과 만나 인사를 드렸다. Joseph Cambray, Lynda Carter, Ann Belford Ulanov 등 여러 분석가들이 한국에서의 추억을 얘기하며 이부영 선생님께 감사와 안부 인사를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만찬장에는 이문성 선생님 내외분과 이보섭 선생님이 참석했다. 이보섭 선생님의 정성이 담긴 배려로 많은 주요 인사들을 소개받을 수 있었다. 분석가이자 Daimon 출판사 편집자인 Robert Hinshaw는 내년에 볼링겐 타워를 안내하겠다며 기꺼이 한국의 분석가들을 초대했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열린 태도로 환영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며, 이보섭 선생님이 그간 쌓아온 넓고 깊은 신뢰와 우정에 감탄했다.

학회의 백미는 진솔한 마음이 통하는 동료와의 만남이다. 옆좌석에 나란히 앉아서 내 강의를 들었다며 인사를 건네고, 생소한 북유럽과 동유럽의 분석가들을 안내해준 리투아니아 수련생의 순수한 친절이 기억난다. 로스앤젤레스의 Judith Hecker는 사려 깊은 맑은 눈으로 세월호 참사의 트라우마와 회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미국에 오거든 꼭 자기 집으로 오라고 당부하며 과분한 초대를 했다. 호텔에서 조식을 하던 중 우연히 대화를 시작한 미국의 Karen Smyers와의 만남도 즐거운 추억이다. 내 바로 다음 순서였던 그녀의 강연 제목은 ‘When Jungian theory itself is other to one’s soul: Gender-fluid models of individuation from ancient Egyptian myth’였다. 비록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내가 그 제목과 얼굴을 기억하자 그녀는 금세 밝은 표정으로 자신의 암 투병 경험과 그 가운데 발견한 고통과 치유의 의미, 그리고 이집트 신화가 준 지혜를 들려주었다. 우리는 젠더 이슈와 분석심리학의 원형에 대해 공감대를 이루었다. 그 대화를 통해 나는 임상에서 젠더 이슈를 가진 피분석자와 분석을 진행하며 겪는 난관을 해결할 실마리를 얻었다. 그것은 어떤 합리적인 개념의 발견이라기보다는 진실한 만남이 주는 정서적 변화라고 생각한다. 학회를 마치고 들른 빈 미술사박물관에서 재회한 그녀는 자신의 주제인 이집트 예술을 감상하러 왔다며, 3년 후 꼭 다시 만나자면서도 암이 허락해주어야 하는 것 아니겠냐며 소리 내어 웃었다. 나는 그녀와 다시 만나 새로운 체험과 이집트 신화 연구를 듣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여러 크고 작은 학회에 관여하고 참가해 왔지만, 이처럼 곳곳에서 학자들과 만나 공감하고 대화하며 자신의 삶과 원형적 체험을 공유하는 기회는 일찍이 가져본 적이 없다. 그 따뜻한 환대와 공감이야말로 깊은 인간 심성의 본질을 체득한 개인이 전달하는 최고의 선물일 것이다.

 

학회장과 만찬장에서의 새로운 기류 중 하나는 동유럽과 동아시아 분석가 그룹의 급성장이다. 대만에서는 동아시아문화정신의학회를 통해 익히 안면이 있는 Hao-Wei Wang이 수십 명의 동료와 함께 참가했는데, 최근에 분석가가 대거 배출되어 대만이 약 30명의 분석가가 활동하는 그룹이 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국제분석심리학회 신임 회장에 취임한 일본의 Toshio Kawai는 세계 각지에서 융학파 분석가 그룹이 발전하고 확장되어 큰 변화가 있다며 여러 계획을 제안했다. 나는 한국융연구원이나 한국융분석가협회의 대표자로서 참석한 것이 아니라 그저 배우기 위해 참석한 것이라서 여러 제안에 확답하지는 않았고, 한국에 가서 잘 전하겠노라고만 해두었다.

졸필로 참관기를 자세히 기록하는 것은 늘 감사드리는 이부영 원장님과 고마운 선배 및 동료 분석가들에게 경과를 보고하고, 한국융연구원에서 정통 분석심리학을 공부하는 후배 수련생들을 격려하기 위한 어떤 의무감 때문이다. 학술대회에 함께 참가하여 부족한 후배를 아끼고 챙겨주신 선배 분석가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바쁜 일정 가운데 학회장 안팎에서 교류를 터주고 응원해주신 이나미 선생님과는 함께 있기만 해도 저절로 어깨가 펴졌다. 이문성 선생님 내외분이 베풀어준 후의도 잊을 수 없다. 한국인 참가자들을 모아 열어주신 만찬으로 웃음과 생기를 찾아 남은 일정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 라트하우스 광장 축제에서 술잔을 기울이다가 갑자기 쏟아진 폭우에 흠뻑 젖으면서도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이보섭 선생님의 인도를 받아 역사적인 카페에 앉아서 나눈 속 깊은 대화, 동행하여 돌아본 유서 깊은 멜크 수도원, 10년 만에 방문해서 새로운 감동을 맛본 알베르티나 미술관은 평생 가져갈 소중한 추억이다. 나는 전심으로 후배를 위해 애써주신 이보섭 선생님의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고자 소박하고 정겨운 호이리게로 안내하여 녹음이 우거진 정원에서 와인의 흥취와 함께 빈의 마지막 밤을 만끽했다.

 

만찬에 동석한 스위스의 Kristina Schellinski가 내 첫 참가를 축하하며 진지하게 물었다. 이 학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것이 무엇이냐고.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원형의 힘’이라고 답했다. 그녀는 뜻밖의 대답에 놀라면서도 이어지는 내 말에 곧 수긍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분석심리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하여 느낀 첫인상은 분석심리학의 확장이다. 분석심리학은 그 개념도 확장되고 양적으로도 팽창하고 있다. 그에 따른 오염의 위험성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서 더러 불편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간소하고 얄팍해진 분석가 수련 과정을 쫓아다니고 유명 인사와의 무의미한 친분을 과시하는 등 외적 페르조나의 팽창이 급속도로 이루어지는 만큼 분석심리학은 오염의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런 경계심은 실재하는 것이기도 하고 내 그림자의 투사이기도 하다. 그 후 여러 강연과 만남을 통해 확신한 것은 확장이든 오염이든 그것을 압도하는 집단 무의식의 원형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분석심리학자들의 가슴에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이다. 분석심리학의 중심에서는 전체정신의 중심인 자기원형이 그 탐구자들을 끊임없이 온전함으로 이끌어줄 것이며, 급속한 확장에 가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무의식의 심층을 깊이 진지하게 고찰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실한 분석가들이 그 진의를 생생한 체험으로 드러낼 것이다.

 

각국의 대표단은 클림트의 벽화로 화려하게 장식된 연회장에서 열린 회의를 통해 2022년 국제분석심리학회 개최지로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선정했다. 지구상 한국의 대극에 위치한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차기 학술대회에는 많은 한국 분석가와 수련생들이 참가하여 세계 각지에서 다양하게 적용되며 연구되고 있는 분석심리학을 접하고, 그 기저에 약동하는 원형의 힘을 느끼기를 바란다. 또한 외면적 확장을 넘어서는 내면적 심화를 통해 한국융연구원이 얼마나 철저하고 훌륭하게 분석심리학의 정수를 교육하고 있는지 실감하기를 바라며 참관기를 마친다.

 

XXI International Congress for Analytical Psychology

Encountering the Other: Within us, between us and in the world

August 25-30, 2019, Vienna, Austria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Analytical Psychology

 

정찬승 (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Chung Chan-Seung, M.D., Ph.D., Jungian Analyst

2019년 8월 26일 ~ 8월 30일: 국제분석심리학회 참석, 강연

2019년 8월 26일부터 8월 30일까지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열린 국제분석심리학회에 참석해서 “The Psychological Meaning of Disaster” 제하의 강연을 했습니다.

The XXI Congress of the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Analytical Psychology
Encountering the Other: Within Us, Between Us, and in the World.
August 25-30, 2019, Vienna, Austria

The Congress is limited to Analysts and Members of the IAAP and Affiliated Organizations

Encountering the Other: Within us, between us and in the world.
Begegnung mit dem Anderen: In uns, zwischen uns und in der Welt
La rencontre de l’Autre: En nous, entre nous et dans le monde
L’incontro con l’Altro: Dentro di noi, tra di noi e nel mondo
Encuentro con el Otro: Dentro de nostros, entre de nostros y en el mundo

Congress Information
Name of Conference

21st International Congress for Analytical Psychology

Date

August 25 – 30, 2019

Venue

University of Vienna

공부하는 즐거움 (국제학술대회 참석후기)

제 7회 분석심리학과 중국문화 국제학술대회가 2015년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마카오 시립대학에서 ‘Confronting Collective Trauma: Archetype, Culture and Healing’을 주제로 열렸다. 국제분석심리학회, 국제모래놀이치료학회, 마카오 시립대학, 동방심리분석연구원이 공동 주최하고 마카오 재단에서 후원하는 학술대회였다. 나는 발표를 맡은 이부영 선생님, 이주현 선생님과 함께 학술대회에 참석하고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이번 학술대회 참석의 계기는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우리나라 국민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에서 슬픔과 애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을 포함하여 수많은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일선으로 달려가서 감당하기 힘든 압도적인 심리적 트라우마의 치유에 힘을 썼다. 특히 융학파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재난에 대한 심리적 대응의 정책 수립과 현장 지원,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상담에 자원하여 재난의 현장을 직접 체험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와 유가족, 일반인, 그리고 치료자들까지 의식과 무의식에 깊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트라우마 자체의 해결에 더하여 무의식의 콤플렉스의 작용을 연구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부영 선생님의 지도 아래 김지연 선생님, 이주현 선생님, 그리고 나는 ‘재난과 심혼’ 연구회를 조직하여 2015년 2월 8일 제1차 연구회의를 시작으로 매월 1회 재난과 인간의 심혼에 대한 역사적 자료와 신화, 민담, 꿈 자료 등을 수집하여 분석하는 연구작업을 진행해왔다. 열띤 토론과 지도를 통해 고대로부터 인류가 겪어온 재난의 심리적 의미에 대해 깊이 고찰했으며, 현대의 재난 피해자와 치료자에게 분석심리학적 접근이 큰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됐다.

마침 ‘집단적 트라우마’를 주제로 하는 분석심리학 관련 국제학술대회가 열려 연구성과를 종합하여 체계화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 참석과 발표를 결정했다. 안타깝게도 김지연 선생님은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지만, 그간 연구성과를 집약하여 원고를 작성해주셨기에 내가 학술대회에서 대독하는 것으로 했다.

우리 일행은 2015년 10월 20일 인천 국제공항에서 만나 여정에 올랐다. 나는 국제분석심리학회가 주관하는 학술대회에는 처음 참석했지만, 이부영 선생님께서 주요 임원들과 학회의 역사에 대해 사전에 잘 설명해주셔서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마카오 공항에 도착하니 마카오 시립대학의 대학원생들이 진행요원으로 나서서 친절히 안내해준 덕에 무사히 학회장을 찾아갔다. 환영연에서는 마카오 시립대학의 총장인 Yan Zexian의 환영사를 시작으로 한국 분석심리학회와 인연이 깊은 Tom Kirsch, Murray Stein 등의 분석가들의 인사가 이어졌다. 한국에 와서 강의한 적이 있는 John Beebe를 포함해 Joe Cambray 등 외국의 분석가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사실 국제분석심리학회에 처음 얼굴을 내민 나와 이주현 선생님으로서는 이런 환대를 기대하기 어려웠으나, 외국의 분석가들의 이부영 선생님에 대한 존경은 대단하여 그 뒤에 서있기만 해도 많은 인사를 받을 수 있었다. 학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날인 20일의 환영연은 다채로운 공연과 음악, 와인과 다과로 흥이 넘쳤다. 그 행사를 주관한 인물은 마카오 시립대학의 Shen Heyong인데, 분석심리학의 보급과 국제교류에 매우 열성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21일 아침의 개회식은 중국다운 으리으리한 음악과 화려한 영상, 귀빈들에게 선사하는 꽃다발로 시작됐다. 학술대회라기보다 축제라고 할만한 흥겨운 개회식이었다. 다음으로 문화적 트라우마, 폭력, 그 치료에 대해 Murray Stein이 강의했고, 역경(易經)에 대한 강의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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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venth International Conference of Analytical Psychology and Chinese Culture 개회식

오후에는 국제분석심리학회에서 최초로 수련생들이 발표하는 자리가 ‘The First Students (Routers) Forum of Analytical Psychology and Eastern Culture’로 마련되었다. 나와 이주현 선생님, 그 자리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김지연 선생님이 외국의 다른 수련생들과 함께 발표했다. 세 명의 발표가 한 주제에 걸쳐 이루어진 만큼 큰 제목은 ‘Disaster and Psyche in Korean Culture’로 정했고 3부로 나누었다. 나는 그중 한국의 재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연구를 ‘part 1. Disaster in Korean Culture in Historical Perspectives’의 제목으로 발표했다. 김지연 선생님은 ‘part 2. Dealing with Disaster in Myths and Folktales – in Search for  Cultural and Archetypal Patterns’을 제목으로 신화와 민담에 나타난 재난의 원형에 대해 정리해주었고 내가 김지연 선생님의 사진을 보여주고 대독했다. 이주현 선생님은 ‘part 3. Experiences of Jungian Psychiatrists in Crisis Intervention on Sewol Ferry Disaster April 16, 2014 – with Special Reference to the Archetypal Constellations in Dreams’를 제목으로 하여 피해자와 유가족, 치료자의 꿈 자료를 수집하여 분석한 내용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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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aster in Korean Culture in Historical Perspectives 강연

세 강연을 마치자 많은 분석가들이 큰 관심을 표시했다. 특히 국제분석심리학회의 현 학회장인 Tom Kelly는 재난 현장에서 정통적인 분석심리학적 접근이 이렇게 훌륭하게 이루어졌고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는 데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우리나라에 친숙한 San Francisco의 John Beebe는 이주현 선생님과 꿈의 의미에 대해 깊이 토론하며, ‘한국의 동료들이 강연하는 것을 보니 분석심리학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극찬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22일 오전에는 Tom Kirsch가 ‘트라우마 경험과 회상’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체험한 내용을 강연했는데, 출산 과정에서 상완골이 골절된 것으로 시작하여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런던 폭격 현장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일, 여러 가지 암에 걸리고 치료받으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여전히 무의식의 메시지에 귀 기울이는 모습이 감명 깊었다. Tom Kirsch는 프로이트가 트라우마 이론을 세웠지만, 융은 트라우마를 그렇게 강조하지 않았다는 점을 거론하며, 자신이 그토록 많은 소위 트라우마 경험을 갖고 있지만, 정작 젊은 시절 분석을 받을 때에 자신의 어린 시절의 충격적인 경험들에 대해 그리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해야 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분석가가 된 후에도 피분석자들과 트라우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Tom Kirsch는 여러 장소와 시기에 겪은 트라우마들이 자신의 내면에 있으며, 그것들이 자신을 다문화적 인간으로 만들었다면서 트라우마의 목적의미에 대해 말했다.

이어서 이부영 선생님이 ‘Neo‐Confucian Concepts of 4 Beginnings and 7 Feelings: A consideration from Jungian Psychology’의 제목으로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의 분석심리학적 고찰을 강연하셨다. 퇴계와 율곡, 융의 사상을 비교하여 많은 청중들이 그 깊이와 통찰에 큰 감명을 받아서 강연 후 따로 찾아와서 질문을 하고 원고를 받을 수 있는지 요청하는 분석가들이 많았다. 이부영 선생님에 대한 세계 분석가들의 존경심은 그 철저한 학문적 태도와 작업에 있다는 걸 실감했다.

점심시간에는 한국의 참석자들이 모여 마카오의 전망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성공적인 발표를 자축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저녁에는 만찬에 참석하여 세계 각국에서 온 참가자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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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영 선생님과 함께

마지막 날인 23일 오전에는 일본의 Toshio Kawai가 ‘Cultural Trauma and Treatment’라는 제목으로 정신분석가인 선친과 그 형제들이 일본의 침략전쟁에서 받은 트라우마에 대해서 장황하게 얘기했다. 나는 그가 동일본 대지진으로 트라우마를 겪은 피해자와의 정신분석 작업을 통해 경험한 내용과 그들의 무의식에 대해 강연하기를 기대했는데, 자신의 이야기도 아닌 선친의 경험과 일본의 침략전쟁에서 자신들을 피해자로서 외부에 표현하려는 태도에 대해 무척 실망했다.

학회 기간 내내 중국의 학생들과 학자들은 대단한 열의를 보이며 강의를 흡수했다. 그들은 중국 내의 정신건강 문제의 심각성과 그 해결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며 진지한 태도로 분석심리학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그들보다 분석심리학을 먼저 접하고 연구하게 된 사람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꼈다. 학술대회가 치러지는 동안 주최 측은 강연자와 청중을 위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동시통역을 제공하여 영어가 능통하지 않은 중국의 청중에게 분석심리학을 철저히 교육하고자 하는 의지가 대단함을 느꼈다. 원로 분석가들을 인터뷰하여 시청각 자료를 확보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나는 중국인들의 순수한 열의에 감동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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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분석심리학회 회장 Tom Kelly(윗줄 왼쪽에서 두 번째), 차기 회장 Marianne Müller(윗줄 가운데)와 함께

학술대회를 모두 마친 후에는 마카오를 둘러보는 기회를 가졌다. 흔히 도박의 도시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마카오는 포르투갈의 오랜 식민지로 이색적인 문화와 풍경을 갖고 있는 도시다. 특히 천주교 성지가 곳곳에 있으며, 김대건 신부가 신학생으로 유학을 한 곳이다. 불야성을 이루는 카지노보다도 소박하고 오밀조밀한 거리와 유적이 무척 마음에 드는 도시다.

한적한 카페에 앉아서 이부영 선생님과 학술대회에서 경험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Tom Kirsch와 Toshio Kawai를 비교하며 후자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얘기했는데, 이부영 선생님의 대답은 의외였다. Toshio Kawai는 자신이 경험한 것을 말해야 했기 때문에 선친과 그 형제들의 트라우마를 얘기한 것이며, 또한 피해자든 가해자든 트라우마에 집착하는데, 정말 그런 게 있느냐는 것이다. 나는 그 말씀을 듣고 마음이 더욱 불편해졌다. 내 콤플렉스를 건드린 것이다. 한참을 곰곰 생각해보니 그것은 내 무의식의 투사 때문에 일어난 감정이었다. 나는 실제로 일본의 침략을 경험하지 않았다. 그것이 내 개인의 트라우마가 될 리가 없었다. 오히려 내 무의식의 파렴치한 가해자와 처량한 피해자의 원형이 일본과 한국에 투사된 것이다. 이 깨달음은 이후에 내 진료와 분석에 큰 도움이 되었다. 피해의식은 사람을 사로잡는 강력한 콤플렉스다. 그 콤플렉스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언제나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도로 세상을 왜곡하게 된다. 나는 이 부분이 이번 학술대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융이 트라우마 심리학, 즉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현재의 심리적 고통을 설명하려는 태도를 환원적이고 인과론적인 태도라며 비판했다는 점을 상기하게 됐다. 오히려 현재 그 사람이 겪고 있는 문제가 중요할 수 있다. 트라우마는 비극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를 성숙한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목적의미가 있다. 트라우마의 고통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고통의 의미이며, 치료자는 그것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사람인 것이다.

학술대회에 참석하고 강연하는 일은 무척 부담스럽다. 하지만,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서, 그리고 많은 학자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새로운 자극과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시적이고 낭만적인 수준의 강연을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의식에 대한 진지하고 철저한 탐구의 자세이며 그런 태도를 통해서 우리는 비로소 무의식에 접근할 수 있다. 이번 학술대회 참석은 공부하는 즐거움을 가르쳐준 소중한 기회였다. 바쁘신 와중에도 세심하고 철저하게 연구모임을 지도해주신 이부영 선생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

  • 이 글은 한국융연구원 소식지 ‘길’에 투고한 원고를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학회명: The Seventh International Conference of Analytical Psychology and Chinese Culture
주제: Confronting Collective Trauma: Archetype, Culture and Healing
일시: Oct. 21 -23, 2015
장소: City University of Macau, Macau, People’s Republic of 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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