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극복은 명령 아닌 협력으로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재난정신건강위원회 홍보국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나라와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을 때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심리치유를 위한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불과 며칠 내로 수백 명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나섰고 진료 중인 환자들에게 양해를 구해 진료실 문을 닫고 단원고에 찾아가서 학생과 가족, 교직원의 트라우마 회복을 위해 상담을 이어 나갔다. 어디 의사들뿐이랴. 무수히 많은 시민과 단체, 전문가들이 자원봉사를 위해 사고 현장과 안산시 등 피해 지역으로 달려가서 서로를 도왔다.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참여는 피해자와 시민들에게 큰 힘이 됐고 회복으로 가는 길을 열어줬다.

2017년 포항 지진 때는 여진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료인과 상담가, 봉사자들이 현장과 지역으로 달려가서 지진의 피해와 트라우마를 극복하도록 도왔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미처 구비해놓지도 않은 지진 트라우마 회복 지침을 만들어 상담 현장에서 사용하도록 즉시 배포하고 상담가들을 훈련시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어떠한가. 초유의 감염병 재난 앞에서도 의료인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안위보다 환자의 생명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기피 현상이 심했던 대구로 수백 명의 의료인이 몰려가서 온 힘을 다해 진료했다. 우한시 교민들이 귀국해 격리시설에 입소했을 때 국가트라우마센터와 협력해서 심리적 안정과 회복을 도운 것도 정신건강 전문가들의 자발적 헌신이다. 연구와 강의가 곤란해진 상태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밤을 지새우며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감염병 심리사회방역지침을 제작해 준비 안 된 정부와 고통에 빠진 시민들을 위해 배포한 것도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다. 

세계 각국의 시민과 전문가는 재난을 당한 한국인들이 서로를 도우며 재난을 극복해나가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정(情)의 문화, 이웃의 아픔에 함께 아파하고 내 일처럼 나서서 도우려 하는 심성은 우리가 가진 무형의 자산이요 자랑거리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이 가진 전문성, 지식, 기술, 재능, 몸과 마음을 기꺼이 바쳐서 우리는 국난을 극복해 왔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덕분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내놓은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진심 어린 자원봉사를 강제 동원으로 변질시키려 하고 있다. 재난 관리를 위한 자재, 시설에 더해서 의료인 등 인력을 자원으로 격하해 비축, 지정, 관리 대상에 포함시켜 정부가 동원 명령을 내릴 법적 근거를 만들려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재난 극복을 저해할 것이 자명하며 사회의 안전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인권을 희생시킬 위험성이 다분하다.


의료인은 이미 충분히 헌신적으로 재난 극복을 위해 봉사해 왔다. 전문가와 의료인에게 필요한 것은 정부의 강제 명령이 아니라 협력과 지원이다. 사람을 자원 취급해 좌지우지하는 법안을 만들 것이 아니라 재난 극복을 위해 심신을 바친 봉사자와 전문가에게 적절히 보상하고 안전을 보장하고 피해와 후유증을 보상하는 지원 체계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민간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정부 관료의 행정적인 명령을 내릴 것이 아니라 민관 협력 위원회를 구성해 서로 돕는 시스템을 구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람이 먼저라고 주장하려면 사람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사람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물적 자원으로 취급하며 경시하는 것은 국가 권력의 갑질이다. 권력에 도취돼 공감 능력을 잃어버리는 것이 갑질의 시작이다. 이번 개정 법률안은 국가와 개인을 갑을 관계로 적시해 강제력을 행사하려는 갑질의 획책이다. 시민을 위한 봉사는 강제 동원이 아니라 자발적인 것이어야 한다. 사회의 안전과 개인의 존엄성이 함께 지켜질 때 우리는 재난을 극복할 수 있다. 국가는 시민과 전문가에게 명령을 내리려 하지 말고 협력을 청하라. 우리는 기꺼이 나설 준비가 돼 있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재난정신건강위원회 홍보국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기사 원문: 동아일보 9월 23일 칼럼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311018

정찬승 (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국제분석심리학회 정회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회 홍보국장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위원회 위원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갑질의 정신분석 강연 영상

코로나 블루로 인한 서울시민의 우울과 자살예방을 위한 3차 Webinar 
발표일: 2020년 6월 9일
발표자: 정찬승
주최 :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서울시 COVID19 심리지원단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사례의 성별, 직업 등은 임의로 변경하였습니다.

2020년 6월 9일: “갑질의 정신분석: 권력 콤플렉스의 문제” 강연 (코로나 블루로 인한 서울시민의 우울과 자살예방을 위한 3차 Webinar)

I. 들어가는 말

소위 ‘갑질’이란 우위에 있는 자가 열위에 있는 자에게 부당한 권력을 악랄하게 행사하는 행태를 칭한다. 통상 계약의 당사자를 순서대로 갑(甲), 을(乙)로 지칭하여, 우위인 측을 갑이라 하고 상대방을 을이라 한다. 갑과 을이 계약을 맺음으로써 갑을관계가 형성되는데, 최근 들어서 갑을관계는 지위, 계급의 고하(高下)를 표현하게 되어서 현재는 대기업과 협력업체, 업주와 종업원, 상사와 부하직원, 고객과 서비스업 종사자, 교수와 제자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소위 ‘갑질’이란 갑을관계의 ‘갑’에, 좋지 않은 행위를 비하하는 접미사인 ‘질’을 결합한 말로서, 권력을 가진 자가 약자에게 행하는 부당행위를 지적하여 비난하는 유행어라고 볼 수 있다.

연일 뉴스와 인터넷 매체들을 통해 갑질의 사례가 전해져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으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는 ‘갑질을 당했다’는 사람들이 빈번히 마음의 고통을 호소하여 상담과 치료를 받고 있다. 개인의 마음의 고통은 시대의 문제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시대의 문제가 개인을 아프게 할 때, 마음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갑질’ 현상에 대해서 심리학적으로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실감하게 됐다. 갑질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고찰하려고 할 때, 그 시대의 다수의 구성원이 공감하고 공유하는 유행어에는 집단 의식(collective consciousness)이 반영되며, 또한 그 기저에는 각 개인의 개인적 무의식과 집단적 무의식이 관련되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필자는 소위 ‘갑질’로 불리는 사회현상에 대해 임상에서 경험한 사례들을 고려하여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 의식과 무의식의 차원에서 이해하여 갑질이 발생하는 원인과 그 부정적인 영향을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II. 갑질의 사례와 유형

임상경험을 통해 만나는 갑질의 사례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지속적으로 약자를 얕잡아 보고 힘과 권력을 이용해 부당한 행위를 반복하는 상습적인 갑질이다. 둘째는 평소 평등한 관계를 유지해 오던 사람이 특정한 상황에서 돌변하여 부당한 권력을 휘두르려 하는 우발적인 갑질이다.

1. 상습적 갑질

상습적으로 갑질을 하는 자는 대부분의 인간관계, 사회적 상황에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약자를 굴복시키고 조종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공격적이며 오만하고 거들먹거리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고 타인이 복종하고 굴복할 때 만족감을 느낀다.

사례 A

대기업 브랜드의 하청을 받아 십여 년간 제조공장을 운영하던 A 사장은 적극적이고 활기찬 사람이다. 그러나 본사의 담당 팀장이 매출 하락을 이유로 A 사장에게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A 사장이 자초지종을 물었으나 본사의 팀장은 무례한 태도와 인격적인 모욕을 서슴지 않았다. A 사장은 본사의 매출 하락에 따른 계약 해지에 대해 납득은 했으나 담당 팀장의 안하무인의 빈정거리는 태도에 큰 충격을 받았다. A 사장은 분노에 휩싸였으나 점차 불안, 우울, 무기력에 빠져들고 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죽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사례 B

새로 임용된 젊은 여자 교사인 B는 최근 심한 우울감에 빠져들었다. 가라앉은 기분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젖어서 출근을 해도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정상적인 업무를 할 수 없었다. 꿈꾸던 교직이 하나도 즐겁지 않았고, 집중력이 전혀 발휘되지 않았고, 문서 작성에서도 실수가 잦아져 더욱 난처해졌다. B는 남자 교장으로부터 ‘시집은 언제 갈 거냐? 시집이나 빨리 가라’ ‘여자는 이래서 안 된다’ ‘그거 하나 제대로 못 하나?’는 등의 모욕과 비난을 들어왔다.

사례 C

중년이 된 C는 때때로 심한 우울감을 느끼고 아무런 의욕이 없어지는 상태가 되곤 한다. 그럴 때면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와의 일이 떠오른다. 연구보다는 보직 등 권력에 관심이 많은 지도교수는 겉으로는 매우 신사적인 사람이었지만 내부에서는 권위적인 태도로 제자들을 착취했다. C는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학자로서의 미래를 꿈꾸며 힘든 과정을 견뎌냈다. 어느 날 지도교수와의 면담에서 지도교수로부터 모멸감을 주는 말투로 ‘천한 것들에게 잘해줘 봤자 은혜를 모른다.’는 말과 함께 학위를 줄 생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C는 그동안 이용만 당했다는 억울함과 어려운 형편에도 최선을 다했던 그간의 열정이 무너져내리는 충격을 받았다. 학자로서 성공할 수 있는 다른 길이 없었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에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우울감은 삶의 의욕을 꺾어버리곤 했다.

사례 D

공공단체의 팀장인 D는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진료실을 찾아왔다. D는 자신의 사생활도 없이 직장을 위해 헌신해온 매우 성실한 사람이다. 그러나, 1년 전 새로 부임한 상사는 비상식적인 업무지시와 인격적인 모욕, 협박, 막말과 욕설로 직원들을 몰아세웠다. D는 1년간 어떻게든 상사의 지시를 따르려고 했으나, 상사는 일관성 없는 태도로 고성과 욕설, 성적 모욕으로 직원들을 다그쳤다. 상사가 그렇게 한 이유는 직원들이 그 상사와 경쟁하는 위치에 있는 다른 임원에게 충성하고 자신을 우습게 여긴다는 것이었다. D는 더는 버틸 수가 없었고, 불안과 공황발작, 우울감에 시달리다가 자신이 젊음을 바쳐 성장시킨 그 기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D를 몰아붙인 상사 또한 불면과 불안의 문제를 갖고 있으며 음주 문제 또한 심각했다.

상습적 갑질의 유형에서는 지속적으로 갑질이 일어나기 때문에 피해를 당한 사람은 심리적으로 만성적인 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치료를 받기에 이르는 경우가 생긴다. 이때의 특징적인 임상양상 중 하나가 심한 무력감에 빠져서 상황을 개선시킬 의욕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상습적인 갑질을 가한 사람은 타인의 심적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이 현저히 낮은 점에서 반사회적 인격 특성을, 권력에 몰두하고 자기중심적인 점에서 자기애적 인격 특성을 고려할 만하다. 상습적으로 갑질을 하는 자는 자신의 행동이 문제가 있다는 반성적 인식이 결여되어 있어서 그 행위 자체에 대해 상담을 받으려고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갑질을 당한 사람이 저항하려고 하면 더욱 철저히 비하하고 짓밟으려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자신이 권력의 중심에 서지 못한 경우에는 불안과 우울, 불면 등의 증상을 겪고 치료를 받으러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있다.

2. 우발적 갑질

평소 평등한 인간관계를 맺어오던 사람이, 특정한 상황에서 폭발적으로 힘을 남용하려 하여, 본인과 상대 모두 예상 밖의 상황에 당황하게 된다. 갑질을 하는 상황에서 감정조절이 되지 않아 본인도 불안과 공포에 압도되어 몸을 떠는 등의 신체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사례 E

상사로부터 심한 모욕과 비난을 들어온 E는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치료를 받고 있다. E는 퇴사 후 다른 직장에 취업하게 됐다.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한 E는 부하직원들의 태도가 불손하고 자신을 우습게 여기는 것 같아서 몹시 불편했다. E는 자신이 이전 직장에서 상사에게 당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최대한 부하직원들을 인격적으로 대해주려고 노력했으나, 마음이 점점 불편해졌다. 어느 날 E는 부하직원들의 무례한 태도에 마구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며 비난했고 거칠게 몰아붙였다. 퇴근 후에도 E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고 부하직원들에 대한 분한 마음과 더불어 자신이 그토록 분개해온 이전 상사가 한 짓을 자신이 똑같이 저지른 것 같아 더욱 절망적인 생각이 들었다.

우발적 갑질의 유형에서는 돌발적으로 갑질이 발생한다. 대개 일회성인 경우에 그쳐서 갑질을 한 사람도, 당한 사람도 진료나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는 드물다. 임상현장에서 관찰할 수 있는 사례는 기존의 정신분석을 받던 사례가 경험하는 것인데, 가해자는 평소에 타인과 평등한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해왔고, 다소 내향적인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평소 조용하고 소심했던 사람이 갑자기 권력을 잡게 되거나 자신의 지위가 위협받는다는 생각이 들 경우 폭발적으로 분노하고 주위 사람들을 억압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주위로부터는 ‘그 사람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 ‘원래 그렇지 않은 사람인데…’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본인도 놀라고 흥분해서 후회하거나 부끄러워하는 등 내적 갈등을 겪는다. 갑질을 당한 사람은 돌변한 상대방의 태도에 당혹감을 느끼고 신뢰가 무너지고 실망하게 된다.

III. 갑질의 분석심리학적 이해

– 권력 콤플렉스

상습적이든 우발적이든 갑질을 당한 사람은 압도적인 권력의 공격에 무너져 이후로 의욕과 희망을 잃게 된다. 갑질을 한 사람도 뭔가에 홀린 듯이 화를 쏟아내고 소리를 지른 후 자괴감과 우울, 불안에 빠지는 일이 흔하다. 이것은 모두 자아와 이질적인 어떤 무의식적인 심리적 내용, 즉 콤플렉스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모든 인간은 무의식에 권력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갑질을 하는 사람은 무의식적인 권력 콤플렉스와 자아를 동일시하거나 권력 콤플렉스에 의해 사로잡힌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객관적인 상황 판단을 하기보다는 권력에 의해 모든 것을 판단한다. 특히 권력에 집중할수록 타인과 자신의 감정에 대한 인지가 현저히 떨어진다. 이는 건강한 자아기능을 손상시키고 신경증적인 상태에 처하게 된다. 칼 구스타프 융이 지적한 대로 권력에 대한 집착은 본인이 표현하거나 인식하기를 꺼리고 있는 지독한 열등의식의 과보상인 경우가 많다. 갑질을 하는 자는 그 무의식에 자신도 모르는 심각한 열등의식이 도사리고 있어서 이를 부정하고자 겉으로는 더욱 안하무인의 폭군 행세를 한다. 

– 그림자의 투사

갑질의 상황에서 갑과 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둘 다 자신을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을 자주 본다. 갑은 을이 무능하고 게으르고 무책임하다고 비난하며, 을은 갑이 독재적이고 오만하고 폭력적이라고 비난한다. 둘 다 자신이 혐오하는 것을 상대방에게서 보고 비난한다. 이것은 자신의 무의식에 억압된 열등한 인격인 그림자상을 상대방에게 투사하는 현상이다. 투사는 혐오스러운 인격이나 부도덕함이 자신에게는 없고 남에게만 있다고 생각하는 자기방어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그림자가 자신의 무의식에 있다는 것을 의식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갑은 자신의 감추어진 열등의식을 직시하고 인정해야 하며, 을은 자기 내면에서 발휘되지 못한 채 버려져 있던 권력욕을 발견하고 실현시켜야 한다. 

– 갑질의 목적의미

과연 갑질의 등장이 나쁘기만 한 것인가? 갑질은 앞에서 살펴보았든 ‘힘’을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을 비하하는 유행어다. 우리는 갑질이라는 유행어를 통해서 현재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을 인식할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상호 간에 그림자 투사를 통해서 각자의 내면에 억압되어 있는 그림자를 인식할 기회가 생겼다.

주목해야 할 것은 갑질의 피해자인 을은 분노에 떨면서도 한없는 무력감에 빠져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의욕을 잃은 상태가 지속된다는 점이다. 실제 정신분석을 하면 초기에는 갑질을 당한 사람의 꿈에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트라우마 재경험 증상에 해당하는 반복적으로 갑질을 당하는 상황이 등장한다. 갑질은 피해자의 마음에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긴다. 그러나, 정신분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공격적이고 가학적이기만 했던 꿈속의 갑이 손을 내밀어 화해와 협력을 청해 오는 경우가 있다. 이를 계기로 피분석자는 기력을 회복하고 삶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이는 자신의 무의식의 그림자와 권력 콤플렉스를 의식화하는 작업과 관계가 있다. 이것은 소심하고 무력한 자에게 자신의 무의식의 힘을 의식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병적 세계관의 개선

갑질은 기본적으로 독재자나 폭군과 같은 권력의 오남용이다. 권력의 우위에 있는 자는 당연히 이런 갑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열세에 있는 자는 자신이 당해야만 할 뿐 다른 방법은 없다는 무력감에 젖어 있다. 여기에는 지위고하에 대한 뿌리 깊은 계급의식이 내재해 있다. 집단이 구분하는 계급만 보일 뿐 각각의 개인의 고유한 존재는 보이지 않는다. 또한, 한국 근현대사의 일제강점과 한국전쟁, 군부독재라는 오랜 수난이 한국인의 마음속에 남긴 악영향이 있다. 정신적 가치와 인간 존중의 전통은 땅에 떨어지고 오로지 권력만을 추구하는 행태가 사회 곳곳을 병들게 했다.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는 평등의식이 결여되었을 때 갑질이 나온다. 현대의 갑질은 무엇보다도 돈과 관계가 깊다. 돈은 권력의 다른 이름이다. 현대의 배금주의적인 문화의 개선이 시급히 요구된다. 

호프만슈탈의 희곡 예더만(Jedermann, 1911)은 오만한 부자 예더만이 불시에 찾아온 죽음의 신에 끌려가게 되자 돈과 권력에 취해 수치심을 모르고 살아온 인생을 반성하는 줄거리다. 예더만이 그토록 자신만만하게 주무르던 ‘재물’에게 죽음의 길로 동행해달라고 청하자 재물이 던지는 냉소는 현대인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재물이 예더만에게)
바보 같으니라고. 자넨 초라한 얼간이, 지독한 바보야. 
예더만, 생각해 봐. 
난 이 세상에 남아 있지만 자넨 어디에 남는가?
내가 자네 마음속에 찔러 넣어둔 것이 있어. 
자넨 그걸 위해 일했지. 
그건 사치와 겉치레, 자만과 허풍, 
그리고 저주스러운 음탕함이지. 
이 모든 것들을 내가 자네에게 불어넣었지. 
자네가 지금껏 고집을 꺾지 않고 
사지를 다 뻗은 채 땅바닥에 지쳐 나동그라지지 않고 
여전히 목을 쳐들고 있게 해준 것은, 
오로지 돈과 재산 덕분이지. 
자네의 모든 용기는 바로 이곳에서 솟아오르는 거야. 
보게, 돈이 다시 돈궤 속으로 떨어져 가는군. 
이것으로 자네 행복은 끝장이야. 
이제 곧 자네 의식도 사라져 버릴 거야. 
두 번 다시 나를 만나는 일은 없을 거야. 
이 속세에 있는 동안만 자네에게 나를 빌려주었던 거야. 
그러니 나는 자네가 가는 길을 함께 가지는 않아. 
가지 않고 이곳에 남아, 자네가 외톨이로 
완전히 벌거숭이가 되어 고난에 빠지도록 내버려 둘 테야. 
자네가 손을 내밀어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 
이를 갈고, 이를 드러내도 아무런 소용이 없어. 
자넨 어머니의 배 속에서 나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벌거숭이가 되어서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거야. 
(Hugo Von Hofmannsthal 저, 곽복록 역, 호프만스탈, 예더만, 지식공작소 중 일부 수정 인용)

– 갑과 을을 넘어서

갑질은 사회적 문제로서 올바른 평등의식을 심어주는 교육을 통해 우선 해결해야 한다. 계급의식을 버리고, 약자를 배려하며, 각 개인의 개성과 존엄성을 존중하는 교육, 힘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힘은 남을 착취하고 억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생을 개척하고 이웃을 돕기 위한 것임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갑질에 대한 사회적 반성과 제도적 근절 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갑질을 멸시하고 금기시하는 집단적 대책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는 갑질 문제를 기회로 삼아 모든 사람의 심성에 깃들어 있는 무의식의 힘, 권력 콤플렉스를 발견하고 그것을 건강하게 의식화해야 한다. 

고유한 개인으로서의 인간은 갑과 을이라는 이분법으로 구분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페르소나에 불과한 갑 또는 을에 자신을 전적으로 동일시할 경우 심각한 신경증이 발생한다. 많은 한국인이 자신을 을로서 피해자라고 생각하여 갑질이라는 유행어가 탄생했지만, 피해의식에 사로잡히면 모든 인간관계를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구도로 왜곡하게 된다.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갑과 을이 공존한다. 이를 인식하여 자신의 힘과 권력을 건강하게 발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누군가가 마음의 치료를 받고자 할 때 그는 단지 ‘갑질’ 등 하나의 문제만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 전체를 가지고 치료자 앞에 마주 앉는다. 갑질은 하나의 계기일 뿐이다. 부모와의 갈등, 워커홀릭으로 자신을 잃어버린 생활, 뿌리 깊은 열등감, 과거 상실의 반복 등 모든 개인적 과거사와 함께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하는 인생의 문제가 펼쳐진다. 

그런 사람을 갑과 을 중에 하나로 규정하는 것은 그 사람의 내적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이다. 치료자는 그의 무의식에 접근하여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의식의 범위를 확장시켜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도록 해주어야 한다. 을의 마음속에 갑이, 갑의 마음속에 을이 숨어 있음을 발견하는 것은 무척 고통스럽고 피하고 싶은 일이지만, 그림자를 외면하고 타인에게서만 그것을 찾으려고 하는 이상 우리는 상호비방과 증오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림자를 직면하고 의식화할 때 그는 갑과 을의 종속관계를 뛰어넘어 독립적인 온전한 인격체가 될 수 있다.

코로나 블루로 인한 서울시민의 우울과 자살예방을 위한 3차 Webinar 
발표일: 2020년 6월 9일
발표자: 정찬승
주최 :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서울시 COVID19 심리지원단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사례의 성별, 직업 등은 임의로 변경하였습니다.
코로나 블루로 인한 서울시민의 우울과 자살예방을 위한 3차 Webinar 에서 발표한 원고입니다. (주최: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서울시COVID19심리지원단)
과거 정신강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을 수정, 보완했습니다. 

정찬승 (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국제분석심리학회 정회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회 홍보국장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위원회 위원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감염병 유행 시 격리된 분을 위한 정신건강지침 (감염병 유행 시 정신건강지침_3)

격리는 가족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예방 활동입니다. 격리는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로 반드시 지켜져야 하지만, 환자와 가족에게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이겨내고 자신의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해진 격리 기간이 지나면 이전처럼 자유로운 활동을 하게 된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1. 믿을 만한 정보에 집중하세요.

질병관리본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집중하세요. 건강상태 체크를 포함한 권고조치들을 충실히 따르세요. 감염병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고자 여러 가지 정보를 검색하지만, 유언비어 잘못된 정보는 스트레스를 가중하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합니다. 믿을 만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만 얻는 것이 좋습니다.

  1. 힘든 감정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격리 기간에 걱정, 불안, 우울, 외로움, 불면증, 죄책감이 찾아올 있습니다. 이것은 격리 기간 중에 생길 있는 정상적인 스트레스 반응입니다. 심한 불안은 건강염려증으로 이어질 있습니다. 긍정적인 자세를 갖고 부정적인 감정을 이겨냅시다. 힘들 때는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1. 가족과 친구, 동료와 소통을 지속하세요.

격리 기간에는 외로움, 소외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매일 전화, 화상 전화, 메일 등을 이용해서 가족과 친구, 동료와 소통하세요. 자신의 힘든 감정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도 좋습니다.

  1. 규칙적인 생활을 하세요.

생활 리듬이 흐트러지면 불면증이 찾아오고 불안과 우울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계획을 세우고 일정한 시간에 식사, 휴식, 가벼운 실내 운동을 해보세요. 특히 일정한 시간에 잠을 자고 깨는 것이 정신건강을 지키는 데에 매우 중요합니다.

  1. 즐거운 활동을 찾아보세요.

기분전환을 위해서 즐거운 활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노래하기, 악기 연주, 그림 그리기, 가벼운 실내 운동, 게임, 독서, 글쓰기 무엇이든 좋습니다. 취미가 없었다면 격리 기간 중에 자신의 취미를 발견해 보세요.

  1. 감염병 예방에 앞장선다는 자부심을 가지세요.

격리는 자신과 타인을 위한 가장 중요한 감염병 예방 활동입니다. 결코 낙인이나 부정적인 인식을 두려워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분이 격리 생활을 하는 것에 국가와 시민들은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격리 기간 후에도 당당하고 자신 있게 일상에 복귀하세요.

  • 위 내용은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를 구축하며 제작한 자료입니다. 널리 공유해주세요. 출처는 다음과 같이 밝히면 됩니다. “출처: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http://www.traumainfo.org)”
  •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http://www.traumainfo.org)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단의 연구과제로 재난 시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과 정보를 알리기 위한 홈페이지입니다.
  • 본 연구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의 지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HM15C1112)
  • 재난정신건강지원 정보콘텐츠 및 플랫폼 개발 연구

글쓴이: 정찬승 (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국제분석심리학회 정회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연구원 역임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감염병 유행 시 아이를 돌보는 어른을 위한 정신건강지침 (감염병 유행 시 정신건강지침_2)

감염병 유행 시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어른처럼 불안, 공포, 건강염려증, 우울, 불면증을 겪기도 하고, 어린이와 청소년에서 특징적인 스트레스 반응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야뇨증이나 손가락 빨기, 낯선 이에 대한 공포, 공격성, 어른에게 매달리기, 짜증, 과잉행동, 감염병에 대한 반복적인 이야기나 반복놀이, 먹고 자는 습관의 변화, 설명하기 어려운 통증 등을 호소하는 어린이도 있습니다. 초등학생은 등교를 거부하거나 친구와 잘 어울리지 못하고 학업에 잘 집중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아기처럼 퇴행하는 애착행동이 증가하고 두려움과 공격성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사춘기 직전의 어린이나 청소년은 주변의 도움이나 대화를 거부하는 태도, 반항, 공격성, 이유 없는 통증, 위험한 행동, 집중 곤란 및 학업의 어려움으로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와 선생님은 어른과 다소 다른 어린이와 청소년의 스트레스 반응을 이해하고 공감해주어야 합니다. 특히 어린아이는 감염병에 대하여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의 수준에 맞추어 설명해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을 배려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스트레스를 더욱 극복할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1. 자녀와 공감하는 대화를 나누세요.

최근 감염병에 대해서 자녀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 물어보세요.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할 있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자녀가 걱정을 많이 한다면 이유를 묻고 자녀가 품고 있는 공포나 걱정, 잘못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러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것이 당연하며, 아이가 겁먹지 않고 안심할 수 있도록 궁금한 질문에 답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자녀가 이해할 수 있는 눈높이에서 침착하고 간단명료하게 설명을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부모가 정확한 답을 모른다면, 당황하여 얼버무리거나 대답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자녀에게 믿을만한 정보의 출처를 알려주고 함께 정보를 찾아보거나, 잘 모른다고 솔직하게 대답하는 것이 오히려 아이들을 안심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이들의 질문과 궁금증을 성실하게 들어주고 공감하는 태도로 반응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1. 자녀에게 건강한 모델이 되어주세요.

일상적인 삶의 패턴을 유지합니다. 건강한 식습관과 충분한 수면, 운동이나 이완훈련 등 자신을 잘 돌보는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아이들도 이를 보고 따르게 해주십시오. 손 씻기와 같은 감염병 예방에 필요한 일반적인 지침을 찾고 실천하는 것을 가르쳐주세요.

  1. 자녀들이 언론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을 제한하세요.

감염병과 관련된 각종 매스미디어에 반복해서 노출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인터넷에 퍼진 자극적이고 부정확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보면 불필요한 불안을 느끼며 학업이나 교우관계에도 어려움이 야기될 있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서 퍼지는 유언비어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올바른 정보로 바로잡아주어야 합니다. 부모와 같이 뉴스를 보면서, 뉴스의 내용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습니다. 감염병에 대한 공포를 부추기는 유언비어를 구분하고 언론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알려주면 어린이와 청소년의 건강한 세계관 형성에도 도움이 됩니다.

  1. 격리된 아동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격리된 아동, 혹은 주변에 확진된 가족이나 친구가 있는 자녀의 경우에는 부모나 교사, 주변 어른의 특별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격리 중인 아이는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서 격리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격리 조치에 대해 정확하면서도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설명해 주고,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전화 등을 이용해서 선생님이나 친구와 접촉을 유지할 있도록 해주고, 일상생활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지도해줍니다. 정상적인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격리가 끝난 어린이와 청소년을 가족과 친구, 학교가 따뜻하게 환영해주세요.

심한 불안, 짜증, 행동 문제 등을 지속적으로 보일 경우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세요.

  • 위 내용은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를 구축하며 제작한 자료입니다. 널리 공유해주세요. 출처는 다음과 같이 밝히면 됩니다. “출처: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http://www.traumainfo.org)”
  •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http://www.traumainfo.org)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단의 연구과제로 재난 시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과 정보를 알리기 위한 홈페이지입니다.
  • 본 연구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의 지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HM15C1112)
  • 재난정신건강지원 정보콘텐츠 및 플랫폼 개발 연구

글쓴이: 정찬승 (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국제분석심리학회 정회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연구원 역임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감염병 유행 시 일반인을 위한 정신건강지침 (감염병 유행 시 정신건강지침_1)

사람들은 오랜 세월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감염병에 큰 두려움을 느껴 왔습니다. 감염병이 유행할 때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불안과 공포가 커지고 감염병 발생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는 데 집착하게 됩니다.
  • 건강에 대한 염려가 커집니다.
  • 의심이 많아져서 주위 사람들을 경계하게 됩니다.
  •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무기력해집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의 마음속에는 스스로를 치유하는 힘이 있습니다. 또한 적절한 도움을 받으면 더욱 쉽게 이겨낼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언제나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있습니다.

  1. 믿을 만한 정보에 집중하세요.

스트레스 상황에서 사람들은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여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가중하고 올바른 판단을 방해할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선별해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제공하는 지침과 정보가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1. 불안과 공포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신종 감염병에 대한 일반적인 수준의 불안감과 약간의 스트레스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감정반응입니다. 격리된 환자 및 이들과 가까운 가족, 지인, 그리고 이를 매스컴을 통해서 경험하는 일반 국민들은 여러 가지 불안과 공포를 경험하고, 좌절감, 무력감, 절망감, 건강염려증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힘들 때는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1.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을 털어놓으세요.

감염병이 유행하는 상황에서 불안과 짜증, 분노 등 다양한 감정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일부는 이러한 감정을 달래기 위해서 술이나 약물에 의존하기도 합니다. 만약 감염병에 대한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면, 이를 주위 사람들에게 털어놓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어 안심하게 됩니다. 많이 힘들어하는 사람을 위해서, 주변에서는 인내심을 갖고 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1.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세요.

스트레스를 받고 이에 압도당하면 피로감, 두통, 가슴 통증, 어지러움, 소화불량, 호흡곤란 등의 다양한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스트레스 반응을 완화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들입니다.

평소의 생활패턴을 회복하세요. 내 삶을 내가 조절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 밤에 6~8시간 동안 충분한 수면을 취하세요.

– 적당량의 건강한 식사를 하세요.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세요. 가벼운 운동, 걷기, 심호흡, 스트레칭, 기도, 명상이 긴장을 이완하는 도움이 됩니다.

술과 카페인 섭취를 제한하세요.

  1.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세요.

아이들도 감염병에 대한 온갖 정보와 소문에 노출됩니다. 더구나 인터넷상의 정보에 민감한 아이들이 과도한 불안, 두려움이나 스트레스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반항하거나 너무 의존하거나 이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스트레스 때문입니다. 야단치지 말고 이해해 주세요. 어린아이는 감염병에 대하여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수준에 맞추어 침착하고 안정된 태도로 설명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을 배려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스트레스를 더욱 잘 극복할 수 있습니다.

  1. 격리된 환자와 가족의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덜어주세요.

격리는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로 반드시 지켜져야 하지만, 환자와 가족에게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당사자 및 가까운 사람과 솔직하게 걱정과 불안, 두려움을 나누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격리된 상황에서는 전화나 화상 통화를 통해서 가족과 친구들과 연락을 하여 고립감을 줄이고 감염병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여 불안감을 다독이는 것이 좋습니다. 격리는 가족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예방 활동입니다. 자발적이고 성실한 격리에 대해서 자신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경우에 따라서는 공동체 전체가 감사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 격리 기간 동안 힘이 것입니다.

  1. 의료인과 방역요원을 응원해 주세요.

의료인과 방역요원은 감염병의 위험을 무릅쓰고 국민들의 건강과 회복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감염병의 최전선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의료인과 방역요원,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세요.

  • 위 내용은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를 구축하며 제작한 자료입니다. 널리 공유해주세요. 출처는 다음과 같이 밝히면 됩니다. “출처: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http://www.traumainfo.org)”
  •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http://www.traumainfo.org)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단의 연구과제로 재난 시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과 정보를 알리기 위한 홈페이지입니다.
  • 본 연구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의 지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HM15C1112)
  • 재난정신건강지원 정보콘텐츠 및 플랫폼 개발 연구

글쓴이: 정찬승 (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국제분석심리학회 정회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연구원 역임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건물과 마음: 건축을 통한 치유

정신분석은 인간 정신의 심층을 이해하기 위해 꿈을 분석한다. 꿈에는 온갖 사람과 동물이 등장하고 심지어 현실에 없는 괴물이나 신, 요정과 이물이 찾아오기도 한다. 꿈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는 그 사람의 무의식의 콤플렉스를 반영하는 상징이다. 상징을 자세히 살펴보고 이해하기 시작하면 그 사람의 심혼에 깃든 비밀의 문이 열리고 치유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그때 간과하기 쉬운 것이 있다.

바로 그 모든 콤플렉스가 등장하고 만나서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이다. 꿈의 공간 중에 특히 건물이 무대가 되는 일이 많다. 미로 같은 복도를 정신없이 헤매다가 뒤쫓아오는 괴물에게 붙잡히기 직전에 비명을 지르며 깨어나기도 하고, 평생 본 적이 없는 너무나 완벽하고 멋진 신전을 거니는 황홀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발코니가 무너진 집에서 속상해하기도 하고, 존재조차 몰랐던 나선 계단을 한참 내려가 지하실의 문을 열어 조상의 유산을 발견하는 꿈을 꾸기도 한다.

꿈에 등장하는 건축물은 바로 그 사람의 마음의 구조다. 집을 그려보면 그 사람의 마음이 드러난다. 폐쇄성과 개방성, 규칙과 자유, 풍요와 빈곤, 전통과 현대 등을 포함해서 말로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할 오묘한 마음이 건물에 반영되어 나타난다.

정신분석을 설명하는 가장 멋진 표현이 ‘건설적인 작업(constructive work)’이다. 트라우마를 겪으면 마음이 무너진다. 마치 건물처럼. 그 마음을 다시 세우고 더욱 멋지고 개성 있게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건설적인 작업이다. 마음의 치유는 해체가 아닌 건설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많은 사람이 자신만의 건축물을 짓고 싶어 한다. 집단적인 기준에 맞춰 사느라 억눌러온 자신의 참모습을 표현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므로 획일성을 벗어나 개성을 추구한다. 그것은 기존에 자기가 알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넘어서며, 지금까지 미처 몰랐던 깊은 내면을 드러낸다. 훌륭한 건축가는 작업을 통해 개성을 끌어내고 살리는 작업을 한다. 또한 숙련된 체험을 통해 그것이 현실과 조화를 이루도록 다듬어준다. 이것은 마치 정신분석가의 작업과 같다. 건축가는 외면적으로, 정신분석가는 내면적으로 작업하는 것이 다를 뿐 결국 그 둘은 건물과 마음이 만나는 자리에서 하나가 된다.

건축가 이인기가 표방한 ‘건축을 통한 치유’라는 확고한 철학, 평등한 관계를 바탕으로 한 이해, 건물사용자의 경험과 감정을 헤아리는 공감은 그가 건축과 치유 전체를 깊이 통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철두철미한 건축 작업과 온화한 인간 심성 양쪽을 아우르며 물질과 정신을 만나게 한 그의 세계관에 성원과 갈채를 보낸다.

  • 건축가 이인기, 김지윤, 미쉘리, 양푸른누리가 펴낸 『Tracing ; 투영과 추적』의 추천사 일부를 수정했습니다.

글쓴이: 정찬승 (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국제분석심리학회 정회원
한국분석심리학회 이사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이사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http://www.maumdream.com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766399

2019년 8월 26일 ~ 8월 30일: 국제분석심리학회 참석, 강연

2019년 8월 26일부터 8월 30일까지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열린 국제분석심리학회에 참석해서 “The Psychological Meaning of Disaster” 제하의 강연을 했습니다.

The XXI Congress of the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Analytical Psychology
Encountering the Other: Within Us, Between Us, and in the World.
August 25-30, 2019, Vienna, Austria

The Congress is limited to Analysts and Members of the IAAP and Affiliated Organizations

Encountering the Other: Within us, between us and in the world.
Begegnung mit dem Anderen: In uns, zwischen uns und in der Welt
La rencontre de l’Autre: En nous, entre nous et dans le monde
L’incontro con l’Altro: Dentro di noi, tra di noi e nel mondo
Encuentro con el Otro: Dentro de nostros, entre de nostros y en el mundo

Congress Information
Name of Conference

21st International Congress for Analytical Psychology

Date

August 25 – 30, 2019

Venue

University of Vie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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