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길에 올랐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과 제주도 나들이에 나섰던 여행객들을 태운 유람선이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로 인하여 수많은 실종자와 부상자가 발생하게 된 것에 대해 깊은 슬픔과 애도의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신속한 구조작업으로 실종자들의 피해가 최소화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구조된 부상자들에 대해서도 적절한 치료를 통해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대형참사는 신체적 외상뿐 아니라 정신적 외상까지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학생들을 포함한 피해당사자 뿐 아니라 피해자의 가족과 친지, 친구, 그리고 구조인력에도 심각한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대구지하철 참사와 기타 대형 재난사고 이후에 나타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이후로도 오랜 기간 동안 피해자와 가족들의 삶을 힘들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외상사건 초기부터 적극적인 대처를 통하여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체계적인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습니다. 조기에 학교와 유가족 등 전체 구성원을 위한 포괄적 치유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구성되고 장기적으로 제공되어야 합니다.
이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실종자들이 안전하게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현재 극심한 혼란과 충격을 경험하고 있는 사고 피해자들과 가족이나, 친구 등 사고로 인하여 깊은 상실감으로 고통 받고 있는 분들과 함께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전문가 단체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대상으로 전문가를 모집하여 보건복지부, 소방방재청, 교육부 및 다른 유관 전문가단체와 협의하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조기발견과 대처를 위한 무료상담을 진행해 나가겠습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100인 위원회와 대한불안의학회,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등 정신의학 관련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함께 노력해갈 것입니다. 이미 커다란 상처를 입은 피해자 및 관련자들에게 추가적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관련당국의 적극적인 대처를 요청드립니다
2014.4.17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김영훈
첨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사고 및 재난 상황 이후 급성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하면 사고장면에 대한 악몽 등의 재경험, 작은 소리에 놀라고 잠을 들기 힘든 과각성, 외부활동을 못하고 사람을 피하게 되는 회피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상태는 대개 사고 일주일 이후부터 차차 안정을 찾을 수도 있으나 한달 이상 장기화되면 만성적으로 증상이 지속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장기간 장기간 지속될 경우 우울증 등 다른 정신장애가 동반되고, 심한 경우 자살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심각한 질환입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저절로 회복될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치료받지 않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10년이 지난 뒤에도 40%가 회복되지 않고 만성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초기에 피해자 및 관련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를 평가하고 적절한 치료를 통해 만성화를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고 초기에 위로와 함께 고통스런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고 긍정적인 대처를 할 수 있도록 심리적 지지와 함께 사회적 지지체계의 연결이 필요합니다. 또한 사고 직후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도 1~2주 후에 증상이 발생하기도 하며, 드물지만 몇 달 뒤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10~2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행하므로 불면증이나 불안,해리, 혼돈 등 심리적인 문제를 보이는 경우 더욱 적극적인 치료와 추적관찰이 필요합니다.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를 비롯한 공인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제가 적절한 시기에 사용되어야 하며 인지행동치료를 포함한 정신치료의 치료효능이 잘 알려져 있어 조기개입이 필수적입니다.
#세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