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 한 대학원생이 학내 도서관에서 “공부가 힘들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대학원은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다. 과제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불안감이 커지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한다. 동료 간 경쟁과 인정받기 위한 노력도 부담이다. 연구실 내 갑질, 괴롭힘, 따돌림을 당해도 미래가 걸려 있다는 생각에 그저 참기만 한다. 마땅한 수입이 없어 경제적으로 어렵고 졸업 후 진로도 불투명하다. 대학원생의 정신건강 문제를 방치하면 자살을 포함해 우울증, 공황장애, 알코올 의존, 약물 문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대학원생은 일반인보다 불안과 우울증을 경험할 가능성이 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다. 지난해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5.2명으로 2019년(26.9명)보다 조금 낮아졌지만, 20대의 경우 2019년 19.2명에서 지난해 21.4명으로 증가했다(보건복지부). 또 지난 5년간 우울증, 불안장애 진료 인원은 29.6% 늘었는데, 20대(78.7%)의 증가 폭이 가장 컸고, 10대(63.2%), 30대(59.2%) 등이 뒤를 이었다. 대학원생을 비롯한 젊은 층은 과열된 학업 및 취업 경쟁 스트레스, 사회·경제적 양극화 심화 등으로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는 대학원생 위기상담 전화를 통해 이들이 겪는 스트레스와 고통에 특화된 상담사에게 연중무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우리도 친구, 가족 또는 본인이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을 때 이를 인지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도 젊은 층에 대한 자살 예방 및 체계적인 심리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회공헌특임이사
조선일보. 2023년 10월 24일. 발언대
https://www.chosun.com/opinion/podium/2023/10/24/XGRAEJ7PNBFWLLS5GCCURELD7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