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위협하는 ‘인포데믹’… 건강한 판단력 갖춰야” 동아일보 칼럼

정찬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0초 동안 숨을 참을 수 있으면 코로나19가 아니다” “무슨 약을 먹으면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된 거짓 정보를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런 잘못된 정보를 맹신하고 행동에 옮겨서 사망한 사례도 있다. 거짓 정보는 사람들을 기만해 판단력을 흐리게 할 뿐만 아니라 생명을 위협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제네바 본부는 7일부터 이틀에 걸쳐서 정보전염병에 대한 전문가 자문 회의를 개최했다. ‘인포데믹(infodemic·정보전염병)’이란 전염병이 창궐한 시기에 믿을 만한 정보와 지침을 찾기 힘들 정도로 온갖 정보가 쏟아지는 현상을 표현하기 위해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을 합해서 만든 말이다.

재난이 발생하면 유언비어를 포함한 온갖 정보가 사람들을 미혹한다. 최근에는 언론과 소셜미디어의 발달 때문에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로 정보 쓰나미가 일어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시의적절한 주제 선정에 호응해 전 세계에서 1300여 명의 전문가들이 세미나에 참석했다. 물론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제네바로 날아간 것이 아니라 각자 자신의 연구실과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참석해서 열띤 강연과 토론을 펼쳤다. 발표자들은 전 세계의 거짓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분석하는 눈부신 기술을 선보였고 이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올바른 정보를 배포하는 전략을 제안했다.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기구는 각 나라의 정부, 전문가, 언론이 협력해 정보전염병에 대응하는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거짓 정보를 적극적으로 물리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완전히 박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과학기술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전문가와 기관만을 위한 대책이 나올 뿐이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거짓 정보가 아니라 바로 사람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는 국민을 위한 감염병 마음건강 지침에서 “믿을 만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만 얻으라”고 강조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건강한 판단력을 갖춰 스스로 거짓 정보를 물리치고 올바른 정보를 도움이 되는 만큼 얻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사람의 마음을 병들게 해 건강을 위협하는 정보전염병을 질병이라고 규정한다. 모든 사람은 질병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정부, 전문가, 언론은 올바른 건강정보를 보급하고 거짓 정보를 낱낱이 밝혀서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고 거짓 정보와 정보 홍수에 취약한 그룹을 위한 맞춤형 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히 노인과 아이가 정보전염병에 취약하다. 잘못된 건강정보는 면역력이 약한 노인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재난 상황에서 어른들이 당황하면 어린이와 청소년이 무시당하기 쉽다. 왜곡된 정보는 아직 판단력이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의 건강한 세계관 형성을 방해한다.

세계보건기구 전문가 자문회의 토론장에서 필자는 올바른 건강정보를 얻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라고 선언할 것을 제안했다.

건강정보에 관한 인권 선언문을 발표하는 것이 정보전염병 위기 상황에서 해법을 마련하는 기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보는 이제 삶을 지탱하는 필수 자원이 됐다. 모든 사람이 올바른 건강정보를 얻고 잘못된 정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정부, 언론, 그리고 전문가 집단은 국민의 건강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정확한 정보를 보급하고 거짓 정보를 검증할 의무가 있다. 모든 사람은 건강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얻어서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지킬 권리가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1946년부터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라고 정의해 왔다. 우리는 이제 건강을 정의함에 있어서 정보 측면으로 안녕한 상태가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생명을 지키는 정보 건강이 필요하다.

정찬승 (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국제분석심리학회 정회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회 홍보국장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위원회 위원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연구원 역임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2020년 4월 22일 동아일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421/100740129/1

2020년 2월 10일: 심리방역에 대한 생방송 대담

MBC 생방송 오늘 아침 대담
2020년 2월 10일 월요일

사스 사태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환자, 격리자는 물론이고 그분들을 돕는 의료인 등 지원팀의 심리적 스트레스가 매우 크고 불안, 우울, 불면증, 공황장애 등 트라우마 반응까지 겪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감염병에 의한 신체 질병만이 아니라 마음의 고통까지 얻는 것입니다. 감염병 치료와 더불어 적극적으로 심리지원을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일반인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불안과 우울에 빠질 수 있으니 그 분들에게 심리적인 교육과 도움을 주는 것이 결국에는 감염병을 극복하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감염병에 대한 불안은 정상적인 스트레스 반응이며, 정도가 심하고 고통스러울 때는 정신건강전문가의 상담을 받으면 도움이 됩니다.

한 마디로 심리방역은 감염병으로 인한 마음의 고통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포와 불확실성에 차분하게 대응하고 환자와 격리자를 낙인 찍지 않는 것입니다.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않고, 정확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만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환자와 격리자, 지원팀을 멀리하고 꺼려하지 말고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병원에서 퇴원하고 입소시설에서 퇴소한 환자와 격리자를 따뜻하게 환영해주세요. 격리를 마친 분들은 정부와 의료진이 보장하는 바이러스가 전혀 검출되지 않은 안전한 사람들입니다. 지원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현장 지원을 마치고 직장으로 복귀한 분들을 따뜻하게 환대해주세요.

정찬승 (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국제분석심리학회 정회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회 홍보국장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연구원 역임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감염병 유행 시 격리된 분을 위한 정신건강지침 (감염병 유행 시 정신건강지침_3)

격리는 가족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예방 활동입니다. 격리는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로 반드시 지켜져야 하지만, 환자와 가족에게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이겨내고 자신의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해진 격리 기간이 지나면 이전처럼 자유로운 활동을 하게 된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1. 믿을 만한 정보에 집중하세요.

질병관리본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집중하세요. 건강상태 체크를 포함한 권고조치들을 충실히 따르세요. 감염병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고자 여러 가지 정보를 검색하지만, 유언비어 잘못된 정보는 스트레스를 가중하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합니다. 믿을 만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만 얻는 것이 좋습니다.

  1. 힘든 감정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격리 기간에 걱정, 불안, 우울, 외로움, 불면증, 죄책감이 찾아올 있습니다. 이것은 격리 기간 중에 생길 있는 정상적인 스트레스 반응입니다. 심한 불안은 건강염려증으로 이어질 있습니다. 긍정적인 자세를 갖고 부정적인 감정을 이겨냅시다. 힘들 때는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1. 가족과 친구, 동료와 소통을 지속하세요.

격리 기간에는 외로움, 소외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매일 전화, 화상 전화, 메일 등을 이용해서 가족과 친구, 동료와 소통하세요. 자신의 힘든 감정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도 좋습니다.

  1. 규칙적인 생활을 하세요.

생활 리듬이 흐트러지면 불면증이 찾아오고 불안과 우울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계획을 세우고 일정한 시간에 식사, 휴식, 가벼운 실내 운동을 해보세요. 특히 일정한 시간에 잠을 자고 깨는 것이 정신건강을 지키는 데에 매우 중요합니다.

  1. 즐거운 활동을 찾아보세요.

기분전환을 위해서 즐거운 활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노래하기, 악기 연주, 그림 그리기, 가벼운 실내 운동, 게임, 독서, 글쓰기 무엇이든 좋습니다. 취미가 없었다면 격리 기간 중에 자신의 취미를 발견해 보세요.

  1. 감염병 예방에 앞장선다는 자부심을 가지세요.

격리는 자신과 타인을 위한 가장 중요한 감염병 예방 활동입니다. 결코 낙인이나 부정적인 인식을 두려워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분이 격리 생활을 하는 것에 국가와 시민들은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격리 기간 후에도 당당하고 자신 있게 일상에 복귀하세요.

  • 위 내용은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를 구축하며 제작한 자료입니다. 널리 공유해주세요. 출처는 다음과 같이 밝히면 됩니다. “출처: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http://www.traumainfo.org)”
  •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http://www.traumainfo.org)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단의 연구과제로 재난 시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과 정보를 알리기 위한 홈페이지입니다.
  • 본 연구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의 지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HM15C1112)
  • 재난정신건강지원 정보콘텐츠 및 플랫폼 개발 연구

글쓴이: 정찬승 (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국제분석심리학회 정회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연구원 역임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감염병 유행 시 아이를 돌보는 어른을 위한 정신건강지침 (감염병 유행 시 정신건강지침_2)

감염병 유행 시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어른처럼 불안, 공포, 건강염려증, 우울, 불면증을 겪기도 하고, 어린이와 청소년에서 특징적인 스트레스 반응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야뇨증이나 손가락 빨기, 낯선 이에 대한 공포, 공격성, 어른에게 매달리기, 짜증, 과잉행동, 감염병에 대한 반복적인 이야기나 반복놀이, 먹고 자는 습관의 변화, 설명하기 어려운 통증 등을 호소하는 어린이도 있습니다. 초등학생은 등교를 거부하거나 친구와 잘 어울리지 못하고 학업에 잘 집중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아기처럼 퇴행하는 애착행동이 증가하고 두려움과 공격성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사춘기 직전의 어린이나 청소년은 주변의 도움이나 대화를 거부하는 태도, 반항, 공격성, 이유 없는 통증, 위험한 행동, 집중 곤란 및 학업의 어려움으로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와 선생님은 어른과 다소 다른 어린이와 청소년의 스트레스 반응을 이해하고 공감해주어야 합니다. 특히 어린아이는 감염병에 대하여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의 수준에 맞추어 설명해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을 배려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스트레스를 더욱 극복할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1. 자녀와 공감하는 대화를 나누세요.

최근 감염병에 대해서 자녀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 물어보세요.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할 있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자녀가 걱정을 많이 한다면 이유를 묻고 자녀가 품고 있는 공포나 걱정, 잘못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러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것이 당연하며, 아이가 겁먹지 않고 안심할 수 있도록 궁금한 질문에 답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자녀가 이해할 수 있는 눈높이에서 침착하고 간단명료하게 설명을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부모가 정확한 답을 모른다면, 당황하여 얼버무리거나 대답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자녀에게 믿을만한 정보의 출처를 알려주고 함께 정보를 찾아보거나, 잘 모른다고 솔직하게 대답하는 것이 오히려 아이들을 안심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이들의 질문과 궁금증을 성실하게 들어주고 공감하는 태도로 반응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1. 자녀에게 건강한 모델이 되어주세요.

일상적인 삶의 패턴을 유지합니다. 건강한 식습관과 충분한 수면, 운동이나 이완훈련 등 자신을 잘 돌보는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아이들도 이를 보고 따르게 해주십시오. 손 씻기와 같은 감염병 예방에 필요한 일반적인 지침을 찾고 실천하는 것을 가르쳐주세요.

  1. 자녀들이 언론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을 제한하세요.

감염병과 관련된 각종 매스미디어에 반복해서 노출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인터넷에 퍼진 자극적이고 부정확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보면 불필요한 불안을 느끼며 학업이나 교우관계에도 어려움이 야기될 있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서 퍼지는 유언비어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올바른 정보로 바로잡아주어야 합니다. 부모와 같이 뉴스를 보면서, 뉴스의 내용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습니다. 감염병에 대한 공포를 부추기는 유언비어를 구분하고 언론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알려주면 어린이와 청소년의 건강한 세계관 형성에도 도움이 됩니다.

  1. 격리된 아동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격리된 아동, 혹은 주변에 확진된 가족이나 친구가 있는 자녀의 경우에는 부모나 교사, 주변 어른의 특별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격리 중인 아이는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서 격리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격리 조치에 대해 정확하면서도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설명해 주고,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전화 등을 이용해서 선생님이나 친구와 접촉을 유지할 있도록 해주고, 일상생활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지도해줍니다. 정상적인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격리가 끝난 어린이와 청소년을 가족과 친구, 학교가 따뜻하게 환영해주세요.

심한 불안, 짜증, 행동 문제 등을 지속적으로 보일 경우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세요.

  • 위 내용은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를 구축하며 제작한 자료입니다. 널리 공유해주세요. 출처는 다음과 같이 밝히면 됩니다. “출처: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http://www.traumainfo.org)”
  •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http://www.traumainfo.org)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단의 연구과제로 재난 시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과 정보를 알리기 위한 홈페이지입니다.
  • 본 연구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의 지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HM15C1112)
  • 재난정신건강지원 정보콘텐츠 및 플랫폼 개발 연구

글쓴이: 정찬승 (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국제분석심리학회 정회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연구원 역임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감염병 유행 시 일반인을 위한 정신건강지침 (감염병 유행 시 정신건강지침_1)

사람들은 오랜 세월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감염병에 큰 두려움을 느껴 왔습니다. 감염병이 유행할 때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불안과 공포가 커지고 감염병 발생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는 데 집착하게 됩니다.
  • 건강에 대한 염려가 커집니다.
  • 의심이 많아져서 주위 사람들을 경계하게 됩니다.
  •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무기력해집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의 마음속에는 스스로를 치유하는 힘이 있습니다. 또한 적절한 도움을 받으면 더욱 쉽게 이겨낼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언제나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있습니다.

  1. 믿을 만한 정보에 집중하세요.

스트레스 상황에서 사람들은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여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가중하고 올바른 판단을 방해할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선별해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제공하는 지침과 정보가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1. 불안과 공포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신종 감염병에 대한 일반적인 수준의 불안감과 약간의 스트레스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감정반응입니다. 격리된 환자 및 이들과 가까운 가족, 지인, 그리고 이를 매스컴을 통해서 경험하는 일반 국민들은 여러 가지 불안과 공포를 경험하고, 좌절감, 무력감, 절망감, 건강염려증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힘들 때는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1.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을 털어놓으세요.

감염병이 유행하는 상황에서 불안과 짜증, 분노 등 다양한 감정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일부는 이러한 감정을 달래기 위해서 술이나 약물에 의존하기도 합니다. 만약 감염병에 대한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면, 이를 주위 사람들에게 털어놓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어 안심하게 됩니다. 많이 힘들어하는 사람을 위해서, 주변에서는 인내심을 갖고 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1.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세요.

스트레스를 받고 이에 압도당하면 피로감, 두통, 가슴 통증, 어지러움, 소화불량, 호흡곤란 등의 다양한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스트레스 반응을 완화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들입니다.

평소의 생활패턴을 회복하세요. 내 삶을 내가 조절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 밤에 6~8시간 동안 충분한 수면을 취하세요.

– 적당량의 건강한 식사를 하세요.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세요. 가벼운 운동, 걷기, 심호흡, 스트레칭, 기도, 명상이 긴장을 이완하는 도움이 됩니다.

술과 카페인 섭취를 제한하세요.

  1.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세요.

아이들도 감염병에 대한 온갖 정보와 소문에 노출됩니다. 더구나 인터넷상의 정보에 민감한 아이들이 과도한 불안, 두려움이나 스트레스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반항하거나 너무 의존하거나 이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스트레스 때문입니다. 야단치지 말고 이해해 주세요. 어린아이는 감염병에 대하여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수준에 맞추어 침착하고 안정된 태도로 설명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을 배려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스트레스를 더욱 잘 극복할 수 있습니다.

  1. 격리된 환자와 가족의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덜어주세요.

격리는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로 반드시 지켜져야 하지만, 환자와 가족에게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당사자 및 가까운 사람과 솔직하게 걱정과 불안, 두려움을 나누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격리된 상황에서는 전화나 화상 통화를 통해서 가족과 친구들과 연락을 하여 고립감을 줄이고 감염병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여 불안감을 다독이는 것이 좋습니다. 격리는 가족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예방 활동입니다. 자발적이고 성실한 격리에 대해서 자신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경우에 따라서는 공동체 전체가 감사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 격리 기간 동안 힘이 것입니다.

  1. 의료인과 방역요원을 응원해 주세요.

의료인과 방역요원은 감염병의 위험을 무릅쓰고 국민들의 건강과 회복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감염병의 최전선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의료인과 방역요원,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세요.

  • 위 내용은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를 구축하며 제작한 자료입니다. 널리 공유해주세요. 출처는 다음과 같이 밝히면 됩니다. “출처: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http://www.traumainfo.org)”
  •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http://www.traumainfo.org)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단의 연구과제로 재난 시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과 정보를 알리기 위한 홈페이지입니다.
  • 본 연구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의 지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HM15C1112)
  • 재난정신건강지원 정보콘텐츠 및 플랫폼 개발 연구

글쓴이: 정찬승 (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국제분석심리학회 정회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연구원 역임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임세원 교수님을 추모합니다

고 임세원 회원의 의사자 지정 불승인에 대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입장

❍ 보건복지부 의사상자심의위원회가 고 임세원 교수의 의사자 지정을 승인하지 않았다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보도와 관련하여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전합니다.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동료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한 고인의 숭고한 뜻이 의사자 지정을 통해 기억되고 함께 지속적으로 추모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 자신을 희생하고 동료를 살린 임세원 교수는 반드시 의사자로 지정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의사들에게 어떻게 살라고 이야기해야 합니까?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는 상황이 생기면 동료를 무시하고 본인의 생명만을 우선 챙기라고 해야 할까요? 승객을 버려두고 혼자서만 탈출하는 침몰선의 선장처럼 자신만 탈출하라고 해야 할까요? 희생을 인정받기 위해, 의사로서 칼을 든 피의자와 목숨을 건 몸싸움을 해야만 희생과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 2018년 12월 31일 한해의 마지막 날 가방에 칼을 숨긴 피의자가 예고 없이 병원을 찾아왔습니다. 유가족이 제공한 법원 기록에 따르면 피의자는 병원, 기업, 국가가 자신의 뇌에 소형폭탄 칩을 심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고 이와 관련된 여러 사람을 해치겠다는 표현을 했습니다.

❍ 2019년 1월 2일 서울 종로경찰서는 “임 교수가 진료실 문 앞 간호사에게 ‘도망치라!’고 말하고 본인은 반대편으로 도피했다”며 “가다가 간호사가 피했는지 확인하려는 듯한 모습으로 서서 간호사를 바라봤고, 피의자가 다가오자 다시 도피를 시작했다. 간호사를 대피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볼 수 있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라고 설명했다고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습니다. 임세원 교수의 죽음을 무릅쓴 숭고한 희생에 감동한 수많은 국민, 동료 의료인, 언론인, 국회의원 등이 여러 언론 매체와 인터넷 매체에서 고인의 의사자 지정을 촉구했습니다.

❍ 고 임세원 교수는 자신을 찾아온 환자분들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이며 ‘이것이 나의 일이다’라고 다짐하며 환자분들과 힘겨운 치유의 여정을 함께 한다는 글을 남긴 바 있습니다. 임 교수는 자신의 진료를 ‘전력투구’에 비유할 정도로 막중한 책임감을 가졌습니다. 임 교수의 책임감은 그의 마지막 진료까지 이어졌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에 예약 없이 불쑥 찾아온 환자를 돌려보내지 않고 의사로서 책임을 다했습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유가족을 통해 받은 법원 자료 등에 따르면, 오후 5시 39분에 피의자가 진료를 받기 시작했고 불과 3분 만에 임세원 교수가 간호사에게 신호를 보냅니다. 1분 후 신변에 위협을 느낀 임 교수가 옆방으로 이동했고 이때 외래 간호사가 진료실 문을 열자 임 교수가 ‘도망가’라고 소리치며 외래 간호사의 반대 방향으로 뛰어나갑니다. 바로 뒤따라 나온 피의자는 좌측의 외래 간호사에게 칼을 휘둘렀고 불과 50센티 정도의 차이로 칼을 피하게 됩니다. 이때 임 교수는 간호사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뒤를 돌아보며 발길을 멈추었고 간호사 스테이션을 향해 “빨리 피해! 112에 신고해!”라고 소리칩니다. 이 외침에 피의자는 임 교수 쪽으로 방향을 돌려 추격하기 시작하고 이후 참혹한 비극이 벌어졌습니다. 불과 10초 후 보안요원이 도착하였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습니다.

❍ 의사자란 직무 외의 행위로써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사람으로 정의합니다. 구조행위는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급박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행위를 말합니다.

❍ 피의자에게 흉기로 위협받는 밀폐된 방은 이미 진료 현장이라 부를 수 없는 범죄 현장입니다. 임세원 교수는 흉기로 생명을 위협당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자신의 생명보다 간호사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임세원 교수는 1) 방을 나오면서 간호사가 있는 쪽으로 피하지 않고 반대편으로 피했고 2) 본인의 안전을 우선 생각하여 계속 뛰지 않고, 멈추어 뒤를 돌아보아 위험에 처한 간호사의 안전을 확인했고 3) 멈추어 다른 간호사에게 ‘빨리 피해! 112에 신고해!’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 소리는 피의자가 간호사를 해치는 행동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고 다시 임 교수를 쫓게 한 신호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생명을 지키려는 달음질을 멈추어 뒤를 돌아보고 동료에게 대피하고 구조를 요청하라고 소리친 행동이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신속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의사상자심의위원회는 고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생명을 위협받는 순간 타인의 안전을 지키려 한 이 찰나의 행동이 생사를 갈랐습니다. 보안요원의 출동 시간을 고려할 때 뒤돌아보지 않고 계속 피했다면, 적어도 본인은 안전했을 것이지만, 다른 사람이 희생당했을 수 있습니다.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 위기상황에 있었던 동료 간호사는 의사자 신청을 위한 진술서에서 “만약 저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 피하셨더라면 이런 끔찍한 상황을 모면하셨을 텐데, 본인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주변 동료를 살피시다 사고를 당하셨으므로 의사자로서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당시 사건 현장에서 도움을 받았던 다른 동료 직원들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 고 임세원 교수의 ‘생명을 지키는 의료인’으로서의 책임감과 그에 따른 의로운 행동은 많은 동료 의료인, 예비 의료인 그리고 국민들의 마음에 슬픔을 넘어 희망과 신뢰의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또한 임 교수를 잃고 누구보다 큰 고통을 겪고 있던 유가족들은 경찰을 통해 임 교수의 숭고한 희생을 알게 된 후, 참혹하고 비통한 상황에서도 환자에 대한 고인의 사랑을 이어받아 ‘안전한 진료환경’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쉽게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달라는 메시지로 고인의 유지로 밝히고 조의금으로 들어온 1억 원을 기부하는 등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주셨습니다. 임세원 교수의 의사자 지정을 위해 부인께서 전한 메시지를 다시 한번 전합니다.

“저희 가족이 남편을, 아빠를 황망히 잃게 되었으나, 그래도 남편이 그 무서운 상황에서도 간호사나 다른 사람들을 살리려 한 의로운 죽음이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지지 않고 의사자로 지정이 되면 저희 가족, 특히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힘이 될 듯합니다.”

❍  고 임세원 교수의 발인 날 고인의 어머님께서는 “우리 세원이, 바르게 살아줘서 고마워!”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하셨습니다. 다시 한번 CCTV에 녹화된 희생 영상을 봐야 했던 저희의 마음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웠습니다. 한편 누구보다 이 영상을 보기 힘들었을 유족들이 어떤 마음인지 감히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의사자 인정 여부가 사회적 논란이 될까 유족도 염려하신 줄 압니다.  마지막 찰나의 순간까지 바르게 살기 위해 애쓴 고인을 우리가 의사자로 기억하고 오래오래 추모할 수 있기를, 그 희생이 각박한 우리 사회에 등불이 될 수 있기를, 그리고 이를 통해 유가족분들의 고통과 아픔을 사회가 위로할 소중한 기회가 마련되기를 기원하며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습니다.

  • 이 글은 임세원 교수를 추모하고, 보건당국이 그 숭고한 희생의 의미를 인정하기를 촉구하기 위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발표한 입장문입니다.

“자신-타인 생명 앗아가는 정신질환자 치료 받도록 ‘안심입원제도’ 마련해야” 칼럼. 동아일보

지난 세밑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던 중에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순직하고 말았다. 의료인뿐만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않은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끔찍한 폭력에 희생됐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불안에 떨곤 한다. 조현병이나 양극성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의 범죄율은 일반인에 비해 결코 높지 않다. 그러나 정신질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 특히 병이 시작된 급성기에는 자신을 위협하는 망상과 환각을 현실과 구별하지 못해 자신과 타인의 생명과 안전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정신질환자는 정신질환의 급성기 증상인 망상, 환각, 충동성, 공격성 등 심각한 증상 때문에, 그리고 자신이 병들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기에 반드시 받아야 할 치료를 받지 않겠다며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심각한 정신질환은 어쨌든 치료를 시작해야 증상이 개선되고, 어느 정도 회복된 후에야 자신이 병들었음을 이해하고 자발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따라서 정신질환자 본인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입원치료를 받도록 하는 ‘비자의 입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현재 세계 여러 나라가 적어도 급성기 정신질환자의 경우 비자의 입원이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미국, 호주, 영국 등 많은 선진국에 비자의 입원과 이를 관리하는 법률이 있고 이를 법원 또는 행정기관이 책임지고 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정신질환자도 엄연히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보장받아야 하며 사회에서 이웃과 어울려 살 권리가 있다. 자신이 원치 않는데도 입원을 시켜 사회에서 격리하고 원치 않는 치료를 명령하는 것은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환자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위해 비자의 입원 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아직 현실적인 뒷받침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과거의 정신보건법은 정신질환자의 입원을 가족과 의료인에게만 전적으로 맡겨 왔다. 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키는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윤리적, 법적 부담을 그 가족에게 짊어지게 한 것이다. 때로는 이런 관행을 악용한 가족이 환자의 재산을 노리고 강제입원을 시키는 사례도 있었다. 일부 의료인은 입원하지 않아도 될 환자를 입원시키고 방치하는 일도 있었다. 환자가 자신의 입원을 결정하는 사람 앞에서 입원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질문할 기회조차 보장되지 않았다. 2016년 헌법재판소는 입원 절차를 가족과 의료기관의 손에 맡기고 정작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는 방임하던 옛 정신보건법에 대해 헌법불합치라는 판결을 내렸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앞두고 공청회 한번 없이 개정된 현행 정신건강복지법도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 형식적 규제가 강화되고 서류심사만 많아졌다. 가족의 고통과 부담에 대한 배려가 없음은 물론이다. 비자의 입원 절차가 너무 어려워진 탓에 정작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하고 가족과 이웃의 애간장을 태운다. 이미 충분히 악화돼 체념하고 입원 치료를 받아들인 만성 환자만 병원에 머물고 있다. 여전히 환자는 자신의 입원 결정에 대하여 직접 말하지 못하고 입원과 퇴원은 가족과 의료기관, 그리고 일면식도 없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들의 손에 맡겨져 있다.

국민의 인권과 자유를 보장하는 책임은 국가에 있다.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위해 본인이 원치 않는 입원을 하려면, 공정한 독립적 심사기구가 있어야 한다. 또 환자 자신이 심사기구에 출석해서 직접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입원과 치료라는 중대한 결정의 윤리적 부담과 법적 책임을 가족과 의료인을 넘어서 국가가 져야 한다. 사회의 안전을 보장하고 개인의 인권과 존엄성을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법이 할 일이기에 비자의 입원은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비자의 입원은 환자의 인권과 자유를 제한한다는 단순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증 정신질환은 대단히 고통스러운 질병이다. 국가는 환자를 질병의 고통에서 구제하는 든든한 울타리를 만들어야 한다.

환자가 안심하고 시민이 안심하고 의료진이 안심하는 ‘안심입원제도’의 도입을 제안한다.

정찬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위원)

*정신질환자의 입원 문제에 대해 동아일보에 투고한 칼럼입니다.

기사 읽기: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231098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학교폭력위원회에 보내는 편지

이 글은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마음건강을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과 선생님, 학생과 부모님 모두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학교폭력 문제로 진료실을 찾는 학생과 부모, 교사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두가 학교폭력이라는 감당하기 힘든 트라우마 때문에 고통을 받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의 마음건강을 중심으로 편지 형식의 글을 적어서 언론 매체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마음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인쇄하여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제출 자료에 첨부하셔도 좋습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과 선생님, 학생과 부모님께,

학교폭력은 아이의 몸과 마음은 물론이요, 사회생활과 아이의 미래까지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습니다. 폭력을 당한 많은 아이들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 찾아옵니다.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는 우울증, 불안증, 공황발작, 공포, 불면증, 함구증, 대인기피, 악몽, 해리증상 등 스트레스 반응 때문에 고통받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혼자 있을 때도 가해학생이 욕설을 뱉는 환청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왜 진작 어른들께 말씀드리지 않았을까?’ ‘왜 그냥 참고만 있었을까?’ ‘그냥 참는 게 더 나았을까?’하는 죄책감과 후회가 머리를 어지럽힙니다.

부모 역시 마음이 아프고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어른이지만 처음 겪는 일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사랑하는 자녀의 일이기에 더욱 마음이 아프고 경황이 없습니다. 여기저기 도움을 청하고 싶지만,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분은 바로 선생님입니다. 다년간의 교직 경험으로 아이나 부모보다 훨씬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해법을 제시해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학교폭력이 일어난 학급의 선생님 또한 큰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과 두려움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으러 오는 일도 많습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본 경험이 없거나, 이전에 아주 힘든 사례를 맡은 선생님은 지레 겁을 먹습니다. 선생님도 우울증, 불안증, 불면증으로 마음의 고통을 겪습니다.

뒤바뀐 피해자와 가해자

학교폭력은 아이와 부모, 교사 모두의 마음을 힘들게 합니다. 이렇게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해결해주는 것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라는 시스템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실상을 보면 피해학생의 부모가 선생님과 만나면 은근히 ‘피해학생의 학교생활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까지 가기를 정말 원하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심한 처벌의 경우에 가해학생의 생활기록부에 남는다. 정말 그리되면 좋겠냐?’는 말도 듣습니다. 이 부분에서 부모는 교사와 학교를 불신하기 시작합니다. 피해자 측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번거로워지고 껄끄러워지니 이쯤에서 적당히 멈추라’라는 압력을 느끼는 것입니다.

일부 선생님은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이 싫고 골치 아픈 행정절차를 진행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낍니다. 게다가 피해학생의 성난 부모가 선생님과 학교를 비난하고 공격한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피해학생과 부모의 분노는 폭력에 대한 당연하고 정상적인 반응인데도 불구하고 어떤 선생님은 이런 부모가 두려워 방어적인 태도를 취해 오히려 가해학생 편을 들거나 그 입장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피해학생를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태입니다. 피해학생과 부모가 ‘가해학생이 합당한 처벌을 받기 원한다. 용서와 화해는 그다음 문제다’라고 올바른 말을 해도 어떤 선생님은 ‘가해학생이 아직 어려서 뭘 잘 몰라서 그랬다’ ‘아이들은 아직 배우는 중이니 실수를 한다’라면서 적당히 접는 것이 좋겠다는 암시를 합니다.

어느새 폭력을 당한 피해자 측은 너무 매정한 가해자 취급을 받고, 폭력을 가한 가해자 측은 눈물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리는 피해자 행세를 합니다. 가해학생의 부모는 쉴새 없이 피해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하고 찾아와서 용서와 화해를 해달라고 애원합니다. 가해학생의 부모는 ‘내 자식이 너무 힘들어한다. 제발 용서하라’며 슬픔과 혼란에 빠진 피해학생의 부모를 비난하고 괴롭힙니다. 집단폭력의 경우 다수의 부모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와 문자메시지는 피해학생 부모에게 견디기 힘든 폭력이고 트라우마입니다.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즉시 분리하는 것이 원칙이듯 양측의 부모들도 즉시 분리하고 차단해야 합니다. 피해학생 부모는 어느 누구도 가해학생 부모의 전화를 받거나 대면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피해학생의 부모도 보호받아야 합니다.

피해자다움의 강요

선생님은 피해자의 행동과 심리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어떤 선생님은 ‘피해학생이 학교에서 잘 놀고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가해학생과도 장난을 치고 논다’며 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말합니다.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못하다’는 말이죠. 이것은 폭력의 속성에 무지하고 피해학생의 마음에 공감하기를 포기한 끔찍한 언행입니다. 어떤 피해학생은 우울과 불안이 겉으로 다 드러납니다. 하지만, 어떤 피해학생은 전보다 더 밝게 놀고 발표도 많이 합니다. 이것은 깊은 우울과 불안을 감당할 수 없어서 오히려 반대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어린이의 미숙한 방어기제입니다. 아이와 조금만 깊이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곧 그 아이는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커다란 눈물을 뚝뚝 흘립니다. ‘너무 괴롭고 밤마다 나쁜 꿈을 꾼다’는 말을 그제서야 합니다.

피해학생이 건강한 모습으로 뛰어놀면 마음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려는 그 아이의 노력을 칭찬해주고 더욱 공감해주어야 합니다. 웃는 얼굴에 감추어진 아이의 마음은 여전히 상처투성이입니다. ‘피해학생 같이 안 보인다’ ‘다 괜찮아진 것 같다’는 선생님의 무책임한 말은 아이와 부모에게 너무나 큰 절망과 불신을 줍니다. 폭력 피해자를 대하는 가장 좋은 태도는 공손함과 정중함입니다. 선생님은 피해학생과 부모를 각별히 사려 깊고 진지하게 대해야 합니다. 선생님의 가벼운 언행은 아이와 부모의 트라우마를 더욱 악화시킵니다. 뭐라도 말을 해야 할 것 같다면, ‘어떻게 도와드릴까요?’라고 묻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모든 학교폭력이 이렇게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피해학생과 부모라면 많이 공감할 것입니다.

학교폭력 무관용 원칙

잘못된 방향으로 학교폭력 문제가 흘러가는 것은 원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을 근절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학교폭력 무관용 원칙’입니다. 학교폭력에는 절대로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공정함’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합당한 처분이 내려지기 전에 어른들이 요구하는 화해와 용서에 피해학생이 섣불리 동의하면, 가해학생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개를 치고 피해학생의 마음속에는 울분이 쌓입니다. 아이의 마음속에 쌓인 울분은 어른들이 만든 ‘불공정함’ 때문입니다. 공정하고 합당한 처벌 이후에 용서와 화해가 가능합니다. 강요된 용서와 화해는 피해학생에 대한 또 다른 폭력입니다. 이것은 피해학생의 마음에 온전히 공감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잘못된 인식 때문입니다. 어떤 학교폭력이든 어른 자신을 그 폭력의 피해자라고 상상해보세요. 그러면 아이에게 요구하는 용서와 화해가 얼마나 불공정하고 어이없는 짓인지 짐작이 갈 것입니다.

폭력을 방관하고 묵인하는 관용적 태도는 이제 설 자리를 잃게 되었습니다. 군대에서도 폭력이 사라지고, 회사 내 폭력도 신고 즉시 조치가 취해집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발전입니다. 학교만 하더라도 ‘체벌을 금지하면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학생 체벌 금지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나서 교사가 자행하던 체벌을 가장한 폭력은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학교는 점점 밝아지고 건강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모두 폭력에 대한 무관용 원칙 덕분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학교폭력입니다. 정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은 사소한 괴롭힘도 범죄라는 인식 하에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학교폭력이 은폐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응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사소한 폭력도 범죄며, 반드시 합당한 처벌을 받는다는 학교폭력 무관용 원칙이 지켜지면, 아이들은 경각심을 갖게 되고 학교폭력 예방효과도 나타날 것입니다. 혼란스러운 교사의 역할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은 수습할 것이 아니라 근절해야 할 것입니다.

그릇된 동정심

학교폭력을 처리할 때 왜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걸까요? 가해학생과 부모는 반성문과 사과문을 내고 불쌍한 표정으로 동정심에 호소합니다. 다른 어른들이 보기에는 당장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주고픈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그릇된 동정심은 가해학생의 교육에도 나쁜 영향을 끼칩니다. 가해학생은 ‘눈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는 요령이 아니라 ‘폭력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배워야 합니다. 그래야만 장래의 폭력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가해학생과 부모의 불쌍한 표정과 눈물만 보아서는 안 됩니다.

제출한 반성문과 사과문을 자세히 보면 그 영악함에 놀랍니다. ‘나는 장난으로 그런 건데 너에게 그렇게 상처가 되었다니 미안해’ ‘네가 싫다는 말을 하지 않아서 나쁜 행동인 줄 몰랐어’ ‘나는 그 말이 그렇게 나쁜 말인지 몰랐어. 네가 기분 나빴다니 미안해’라는 말로 교묘하게 자신의 폭력 책임을 축소하고 피해학생에게 책임을 떠넘깁니다. 사과문과 반성문이 아니라 핑계문과 변명문입니다. 아이들의 질투와 폭력성은 어른들의 것보다 훨씬 적나라합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상대가 가장 아파할 말과 행동을 알고 있습니다. 불리한 내용을 감춘 교묘한 핑계와 변명은 피해학생에게 2차 가해가 됩니다. 가해학생의 교묘한 변명이 아니라 피해학생의 트라우마가 모든 판단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교묘한 사과문과 반성문은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피해학생과 부모는 더욱 분개하고 가해학생 측은 요령껏 빠져나갈 궁리를 하며 사과하는 척, 반성하는 척 연기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집단폭력의 경우 가해학생들의 부모들이 채팅방을 열고 야합하여 말을 맞추고 사건을 조작하기도 합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입단속을 시키고 반성문과 사과문에 쓸 교묘한 말들을 가르칩니다. 부모들의 이기적인 행동은 가해학생들의 양심을 파괴하고 더 지독한 폭력성을 심어줍니다. 그릇된 동정심에서 나온 그릇된 행태는 아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망칩니다.

진실로 반성하는 가해학생은 진심을 담아, 자신의 잘못을 자세히 쓰고, 책임을 인정하고 처벌을 달게 받겠다는 내용을 써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입니다.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피해학생과 부모의 상처를 위로하고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올바른 중립성

선생님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처벌을 요구하는 피해학생 측과 용서를 구하는 가해학생 측 사이에서 고민합니다. 이때 올바로 알아야 할 것이 ‘중립성’의 개념입니다. 어떤 선생님은 ‘피해학생도 가해학생도 모두 내 학생이다’고 말하며 자신은 중립을 지키겠다고 합니다. 중립성을 오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립성을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사이에 정확히 중간에 서서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라는 물리적인 중립성으로 오해하면 안 됩니다. 올바른 중립성이란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태도’입니다. 중립성은 자기 자신의 선입견과 편견으로부터의 중립성을 말합니다.

선생님은 가장 상처받고 억울한 피해학생 곁에 서서 보호해주어야 합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위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피해학생도 돕고, 가해학생도 도와야 한다’는 잘못된 중립성이 아니라, 객관적인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피해학생을 돕고 가해학생에게는 합당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올바른 태도입니다. 학교폭력 사건의 중심은 철저히 피해학생의 트라우마라는 것을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편견과 선입견을 배제한 중립(neutrality)을 지키고, 피해학생의 트라우마에 중심(center)을 두세요.

어른들은 당연히 가해학생의 고통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합니다. 가해학생이 자신이 저지른 폭력에 대한 합당한 처분 때문에 겪는 고통은 그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필요한 고통입니다. 모든 고통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전혀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의 과보호가 도덕성이 결여된 아이를 만듭니다. 아이가 심각한 폭력을 저질러서 합당한 처분을 받은 경우에도 성적과 입시에 눈이 먼 부모는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처분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분노합니다. 성공만능주의에 물든 부모는 아이를 망칩니다. 가해학생의 부모 또한 큰 고통을 겪습니다. 하지만, 합당한 처분을 인정하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부모의 태도는 아이를 바른길로 인도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학교 교육의 중심은 입시가 아니라 성숙입니다.

트라우마의 이해

때로는 피해학생의 고통을 망각하고 어른을 중심으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집단폭력이 발생하자 선생님이 가해학생들과 피해학생을 한 테이블에 모아두고 진술서를 쓰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해학생들은 대충 몇 줄 쓰고 나갑니다. 피해학생은 어떨까요? 피해학생은 오랜 기간 집단폭력을 당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진술서에 쓸 말이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트라우마 반응 중 해리증상 때문에 정신이 멍하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최근에 겪었던 일이 부분 부분 잘 기억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속으로는 심각한 트라우마 반응이 진행됩니다. 우울, 불안, 공황발작, 놀람, 해리증상, 공포, 불면증, 야뇨증, 함구증, 대인기피, 등교거부, 죄책감, 분노, 기억상실, 악몽, 해리증상, 환각 등 고통스러운 트라우마 증상이 아이를 괴롭힐 수 있습니다. 트라우마 반응은 즉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한참 지나서 지연된 트라우마 반응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가 트라우마 상태라는 것을 인지하고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해주고 아이가 안정된 것을 확인한 후에 자세한 진술을 받아야 합니다. 이때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아이를 배려해야 합니다. 진술서를 쓰려면 끔찍한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데 그것이 아이에게는 다시 트라우마가 됩니다.

피해학생의 부모 또한 트라우마를 겪습니다. 학교에서 연락이 오고 가해학생의 부모들이 서둘러 전화를 걸어서 덮어놓고 사과를 받아달라고 합니다. 피해학생의 부모는 갑자기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에 놀람, 충격, 분노, 우울, 불안, 무력감 등의 온갖 감정에 압도당하고 이후로 며칠 동안 일부 기억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누가 옆에서 말을 걸어도 얼이 빠진 사람처럼 멍하게 있다가 놀라곤 합니다. 이런 상태는 갑자기 닥친 트라우마에 대한 당연한 반응입니다. 만약 증상이 심하거나 일상생활에 괴로움을 겪는다면 바로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선생님은 피해학생과 부모에게 폭력 사실은 물론이고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주어야 합니다. 아이와 부모는 자신이 겪고 있는 혼란스러운 정신상태가 트라우마 반응이라는 것을 모릅니다. 트라우마에 대해 알려주고 필요한 경우 꼭 상담과 치료를 받으라고 알려줄 사람은 바로 선생님입니다. 선생님 또한 갑자기 벌어진 일에 놀라고 당황합니다. 선생님이 부모와 면담하다가 덜덜 떨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합니다.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선생님의 마음건강이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습니다. 동료 선생님들이 지지와 위로, 도움을 주어 이 상황을 잘 해결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필요한 경우 선생님도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피해학생 중심의 해결

학교폭력을 처리할 때 아이의 고통을 외면하고 어른의 편리를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명심해주세요. 가장 괴로운 사람은 피해학생입니다. 모든 순간에 피해학생의 마음을 살피고 공감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까지 소집되는 학교폭력 사건은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큰 스트레스입니다. 거짓과 위선이 난무하고 변명과 핑계로 뒤범벅된 해결은 아이들의 마음에 폭력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원칙이 지켜지지 않거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결론이 부적절하다고 생각될 때, 피해학생 측은 사법체계에 도움을 청하게 되고, 길고 고통스러운 소송이 시작됩니다. 학교와 교사에게 실망하여 이미 화가 날 대로 난 피해학생 측의 공격적인 태도는 가해학생이나 교사에게 큰 부담을 주어 비극적이고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이런 참혹한 사태까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어른들이 할 일입니다. 그래서 원칙이 필요하고, 정해진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학교폭력 해결의 목표는 용서와 화해가 아닙니다. 피해학생의 고통을 외면하고 용서와 화해를 유도하는 것은 아이의 인권을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어른들의 폭력을 생각해보세요. 누구도 피해자에게 가해자를 용서하고 화해하라는 말을 함부로 꺼내지 못합니다. 피해학생과 부모는 겪지 않아도 될, 겪지 말아야 할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학업과 직업, 일상에 큰 지장을 받습니다. 폭력에 대한 올바른 해결은 피해자의 울분을 풀어주고 가해자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우선입니다. 합당한 처벌과 진심 어린 사과만이 트라우마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학교폭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보고 배웁니다. 피해학생의 부모는 침착하게 아이를 보호하고 공감해주어야 하며 가해학생의 부모는 아이가 합당한 처분을 받아들이고 반성하도록 해야 합니다. 선생님은 아이와 부모가 이런 과정을 잘 헤쳐 나가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리는 것을 꺼리지 말고 오히려 권장해야 합니다. 폭력에 대한 신고와 처벌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교육해야 합니다. 감추어진 폭력은 더욱 잔악해지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을 때 학교폭력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치유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폭력에 휘말린 우리 아이들의 마음건강을 지키는 길입니다.

정찬승 (국제공인 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국제분석심리학회 정회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위원회 상임위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이사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
보건복지부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연구원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http://www.maumdream.com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선생님, 학부모, 학생들을 위해 정신의학신문에 투고한 글입니다.

*아래 첨부파일을 다운로드 받아서 인쇄하면 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학교폭력위원회에 보내는 편지_인쇄용.PDF

치매 환자 가족의 스트레스 돌보기

서울성모병원, 서초구보건소, 서초구치매안심센터에서 주관한 “2019 치매안심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실천적 논의” 세미나에서 ‘치매 환자 가족의 스트레스 돌보기’ 제하로 강연했습니다.

일시: 2019년 2월 13일 수요일 12:00 – 17:30

장소: 서초구청 대강당

주관: 서울성모병원, 서초구보건소, 서초구치매안심센터

강의 자료 다운로드: 20190213_Dementia_Family Stress Care_Chan-Seung Chung

자해로부터 청소년과 청년을 지키자: 3. 자해 충동을 극복하는 방법

마음의 전염병, 자해로부터 청소년과 청년을 지키자

불쑥 올라오는 자해를 하고 싶다는 충동은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잠시라도 자해를 하지 않고 충동을 견디거나 해소한다면, 그 후로 자해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 훨씬 약해집니다. 자해 충동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아두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1. 대화하세요.

– 친구와 만나도 좋고, 전화를 걸어도 좋고, 대화할 사람이 없다면 상담사에게 전화를 해도 좋습니다.

2. 함께 있는 사람이 당신을 힘들게 한다면, 바로 그 자리를 벗어나세요.

3.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리세요.

– 자해 충동이 생기면 15분 동안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려보세요.

– 외출하기, 음악 듣기, 운동 등 무엇이든 해롭지 않은 활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4. 몸과 마음을 이완하고, 즐겁고 편안한 기억을 떠올려 보세요.

– 눈을 감고 기쁨을 주는 장소를 떠올려 보는 것도 좋습니다.

– 심호흡, 복식호흡, 명상, 요가도 큰 도움이 됩니다.

5. 감정을 표현하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세요.

– 꼭 붉은 피를 보고 싶다면, 붉은 펜으로 손목에 선을 긋는 방법도 있습니다.

6. 고통을 느끼고 싶다면, 해롭지 않은 고통을 찾아보세요.

– 아주 매운 음식 먹기, 얼음 움켜쥐기, 냉수로 샤워하기도 좋습니다.

7. 긍정적인 일에 마음을 집중하세요.

8. 감정을 써보세요.

– 일기 쓰기, 자신에게 편지 쓰기를 해보세요.

– 자신의 감정을 자세히 기록해서, 어떨 때 자해 충동이 생기는지, 어떻게 충동이 사라지는지 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9.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도움을 받으세요.

– 여러 가지 방법을 써봐도 자해 충동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망설이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만나세요.

10. 자신을 사랑하세요.

– 당신은 세상 그 무엇보다, 세상 그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입니다.

 

글 _ 정찬승 (융 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위원회 상임위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이사
보건복지부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연구원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 2018년 9월 20일 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회와 교육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가 공동 주관하여 개최한 급증하는 자해에 대한 이해 및 대책을 위한 특별 심포지엄 “자해 대유행, 대한민국 어떻게 할 것인가?”를 위해 작성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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