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타인 생명 앗아가는 정신질환자 치료 받도록 ‘안심입원제도’ 마련해야” 칼럼. 동아일보

지난 세밑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던 중에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순직하고 말았다. 의료인뿐만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않은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끔찍한 폭력에 희생됐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불안에 떨곤 한다. 조현병이나 양극성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의 범죄율은 일반인에 비해 결코 높지 않다. 그러나 정신질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 특히 병이 시작된 급성기에는 자신을 위협하는 망상과 환각을 현실과 구별하지 못해 자신과 타인의 생명과 안전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정신질환자는 정신질환의 급성기 증상인 망상, 환각, 충동성, 공격성 등 심각한 증상 때문에, 그리고 자신이 병들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기에 반드시 받아야 할 치료를 받지 않겠다며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심각한 정신질환은 어쨌든 치료를 시작해야 증상이 개선되고, 어느 정도 회복된 후에야 자신이 병들었음을 이해하고 자발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따라서 정신질환자 본인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입원치료를 받도록 하는 ‘비자의 입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현재 세계 여러 나라가 적어도 급성기 정신질환자의 경우 비자의 입원이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미국, 호주, 영국 등 많은 선진국에 비자의 입원과 이를 관리하는 법률이 있고 이를 법원 또는 행정기관이 책임지고 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정신질환자도 엄연히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보장받아야 하며 사회에서 이웃과 어울려 살 권리가 있다. 자신이 원치 않는데도 입원을 시켜 사회에서 격리하고 원치 않는 치료를 명령하는 것은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환자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위해 비자의 입원 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아직 현실적인 뒷받침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과거의 정신보건법은 정신질환자의 입원을 가족과 의료인에게만 전적으로 맡겨 왔다. 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키는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윤리적, 법적 부담을 그 가족에게 짊어지게 한 것이다. 때로는 이런 관행을 악용한 가족이 환자의 재산을 노리고 강제입원을 시키는 사례도 있었다. 일부 의료인은 입원하지 않아도 될 환자를 입원시키고 방치하는 일도 있었다. 환자가 자신의 입원을 결정하는 사람 앞에서 입원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질문할 기회조차 보장되지 않았다. 2016년 헌법재판소는 입원 절차를 가족과 의료기관의 손에 맡기고 정작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는 방임하던 옛 정신보건법에 대해 헌법불합치라는 판결을 내렸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앞두고 공청회 한번 없이 개정된 현행 정신건강복지법도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 형식적 규제가 강화되고 서류심사만 많아졌다. 가족의 고통과 부담에 대한 배려가 없음은 물론이다. 비자의 입원 절차가 너무 어려워진 탓에 정작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하고 가족과 이웃의 애간장을 태운다. 이미 충분히 악화돼 체념하고 입원 치료를 받아들인 만성 환자만 병원에 머물고 있다. 여전히 환자는 자신의 입원 결정에 대하여 직접 말하지 못하고 입원과 퇴원은 가족과 의료기관, 그리고 일면식도 없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들의 손에 맡겨져 있다.

국민의 인권과 자유를 보장하는 책임은 국가에 있다.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위해 본인이 원치 않는 입원을 하려면, 공정한 독립적 심사기구가 있어야 한다. 또 환자 자신이 심사기구에 출석해서 직접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입원과 치료라는 중대한 결정의 윤리적 부담과 법적 책임을 가족과 의료인을 넘어서 국가가 져야 한다. 사회의 안전을 보장하고 개인의 인권과 존엄성을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법이 할 일이기에 비자의 입원은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비자의 입원은 환자의 인권과 자유를 제한한다는 단순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증 정신질환은 대단히 고통스러운 질병이다. 국가는 환자를 질병의 고통에서 구제하는 든든한 울타리를 만들어야 한다.

환자가 안심하고 시민이 안심하고 의료진이 안심하는 ‘안심입원제도’의 도입을 제안한다.

정찬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위원)

*정신질환자의 입원 문제에 대해 동아일보에 투고한 칼럼입니다.

기사 읽기: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231098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학교폭력위원회에 보내는 편지

이 글은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마음건강을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과 선생님, 학생과 부모님 모두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학교폭력 문제로 진료실을 찾는 학생과 부모, 교사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두가 학교폭력이라는 감당하기 힘든 트라우마 때문에 고통을 받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의 마음건강을 중심으로 편지 형식의 글을 적어서 언론 매체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마음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인쇄하여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제출 자료에 첨부하셔도 좋습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과 선생님, 학생과 부모님께,

학교폭력은 아이의 몸과 마음은 물론이요, 사회생활과 아이의 미래까지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습니다. 폭력을 당한 많은 아이들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 찾아옵니다.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는 우울증, 불안증, 공황발작, 공포, 불면증, 함구증, 대인기피, 악몽, 해리증상 등 스트레스 반응 때문에 고통받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혼자 있을 때도 가해학생이 욕설을 뱉는 환청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왜 진작 어른들께 말씀드리지 않았을까?’ ‘왜 그냥 참고만 있었을까?’ ‘그냥 참는 게 더 나았을까?’하는 죄책감과 후회가 머리를 어지럽힙니다.

부모 역시 마음이 아프고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어른이지만 처음 겪는 일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사랑하는 자녀의 일이기에 더욱 마음이 아프고 경황이 없습니다. 여기저기 도움을 청하고 싶지만,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분은 바로 선생님입니다. 다년간의 교직 경험으로 아이나 부모보다 훨씬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해법을 제시해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학교폭력이 일어난 학급의 선생님 또한 큰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과 두려움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으러 오는 일도 많습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본 경험이 없거나, 이전에 아주 힘든 사례를 맡은 선생님은 지레 겁을 먹습니다. 선생님도 우울증, 불안증, 불면증으로 마음의 고통을 겪습니다.

뒤바뀐 피해자와 가해자

학교폭력은 아이와 부모, 교사 모두의 마음을 힘들게 합니다. 이렇게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해결해주는 것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라는 시스템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실상을 보면 피해학생의 부모가 선생님과 만나면 은근히 ‘피해학생의 학교생활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까지 가기를 정말 원하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심한 처벌의 경우에 가해학생의 생활기록부에 남는다. 정말 그리되면 좋겠냐?’는 말도 듣습니다. 이 부분에서 부모는 교사와 학교를 불신하기 시작합니다. 피해자 측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번거로워지고 껄끄러워지니 이쯤에서 적당히 멈추라’라는 압력을 느끼는 것입니다.

일부 선생님은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이 싫고 골치 아픈 행정절차를 진행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낍니다. 게다가 피해학생의 성난 부모가 선생님과 학교를 비난하고 공격한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피해학생과 부모의 분노는 폭력에 대한 당연하고 정상적인 반응인데도 불구하고 어떤 선생님은 이런 부모가 두려워 방어적인 태도를 취해 오히려 가해학생 편을 들거나 그 입장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피해학생를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태입니다. 피해학생과 부모가 ‘가해학생이 합당한 처벌을 받기 원한다. 용서와 화해는 그다음 문제다’라고 올바른 말을 해도 어떤 선생님은 ‘가해학생이 아직 어려서 뭘 잘 몰라서 그랬다’ ‘아이들은 아직 배우는 중이니 실수를 한다’라면서 적당히 접는 것이 좋겠다는 암시를 합니다.

어느새 폭력을 당한 피해자 측은 너무 매정한 가해자 취급을 받고, 폭력을 가한 가해자 측은 눈물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리는 피해자 행세를 합니다. 가해학생의 부모는 쉴새 없이 피해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하고 찾아와서 용서와 화해를 해달라고 애원합니다. 가해학생의 부모는 ‘내 자식이 너무 힘들어한다. 제발 용서하라’며 슬픔과 혼란에 빠진 피해학생의 부모를 비난하고 괴롭힙니다. 집단폭력의 경우 다수의 부모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와 문자메시지는 피해학생 부모에게 견디기 힘든 폭력이고 트라우마입니다.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즉시 분리하는 것이 원칙이듯 양측의 부모들도 즉시 분리하고 차단해야 합니다. 피해학생 부모는 어느 누구도 가해학생 부모의 전화를 받거나 대면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피해학생의 부모도 보호받아야 합니다.

피해자다움의 강요

선생님은 피해자의 행동과 심리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어떤 선생님은 ‘피해학생이 학교에서 잘 놀고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가해학생과도 장난을 치고 논다’며 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말합니다.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못하다’는 말이죠. 이것은 폭력의 속성에 무지하고 피해학생의 마음에 공감하기를 포기한 끔찍한 언행입니다. 어떤 피해학생은 우울과 불안이 겉으로 다 드러납니다. 하지만, 어떤 피해학생은 전보다 더 밝게 놀고 발표도 많이 합니다. 이것은 깊은 우울과 불안을 감당할 수 없어서 오히려 반대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어린이의 미숙한 방어기제입니다. 아이와 조금만 깊이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곧 그 아이는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커다란 눈물을 뚝뚝 흘립니다. ‘너무 괴롭고 밤마다 나쁜 꿈을 꾼다’는 말을 그제서야 합니다.

피해학생이 건강한 모습으로 뛰어놀면 마음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려는 그 아이의 노력을 칭찬해주고 더욱 공감해주어야 합니다. 웃는 얼굴에 감추어진 아이의 마음은 여전히 상처투성이입니다. ‘피해학생 같이 안 보인다’ ‘다 괜찮아진 것 같다’는 선생님의 무책임한 말은 아이와 부모에게 너무나 큰 절망과 불신을 줍니다. 폭력 피해자를 대하는 가장 좋은 태도는 공손함과 정중함입니다. 선생님은 피해학생과 부모를 각별히 사려 깊고 진지하게 대해야 합니다. 선생님의 가벼운 언행은 아이와 부모의 트라우마를 더욱 악화시킵니다. 뭐라도 말을 해야 할 것 같다면, ‘어떻게 도와드릴까요?’라고 묻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모든 학교폭력이 이렇게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피해학생과 부모라면 많이 공감할 것입니다.

학교폭력 무관용 원칙

잘못된 방향으로 학교폭력 문제가 흘러가는 것은 원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을 근절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학교폭력 무관용 원칙’입니다. 학교폭력에는 절대로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공정함’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합당한 처분이 내려지기 전에 어른들이 요구하는 화해와 용서에 피해학생이 섣불리 동의하면, 가해학생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개를 치고 피해학생의 마음속에는 울분이 쌓입니다. 아이의 마음속에 쌓인 울분은 어른들이 만든 ‘불공정함’ 때문입니다. 공정하고 합당한 처벌 이후에 용서와 화해가 가능합니다. 강요된 용서와 화해는 피해학생에 대한 또 다른 폭력입니다. 이것은 피해학생의 마음에 온전히 공감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잘못된 인식 때문입니다. 어떤 학교폭력이든 어른 자신을 그 폭력의 피해자라고 상상해보세요. 그러면 아이에게 요구하는 용서와 화해가 얼마나 불공정하고 어이없는 짓인지 짐작이 갈 것입니다.

폭력을 방관하고 묵인하는 관용적 태도는 이제 설 자리를 잃게 되었습니다. 군대에서도 폭력이 사라지고, 회사 내 폭력도 신고 즉시 조치가 취해집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발전입니다. 학교만 하더라도 ‘체벌을 금지하면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학생 체벌 금지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나서 교사가 자행하던 체벌을 가장한 폭력은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학교는 점점 밝아지고 건강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모두 폭력에 대한 무관용 원칙 덕분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학교폭력입니다. 정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은 사소한 괴롭힘도 범죄라는 인식 하에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학교폭력이 은폐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응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사소한 폭력도 범죄며, 반드시 합당한 처벌을 받는다는 학교폭력 무관용 원칙이 지켜지면, 아이들은 경각심을 갖게 되고 학교폭력 예방효과도 나타날 것입니다. 혼란스러운 교사의 역할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은 수습할 것이 아니라 근절해야 할 것입니다.

그릇된 동정심

학교폭력을 처리할 때 왜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걸까요? 가해학생과 부모는 반성문과 사과문을 내고 불쌍한 표정으로 동정심에 호소합니다. 다른 어른들이 보기에는 당장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주고픈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그릇된 동정심은 가해학생의 교육에도 나쁜 영향을 끼칩니다. 가해학생은 ‘눈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는 요령이 아니라 ‘폭력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배워야 합니다. 그래야만 장래의 폭력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가해학생과 부모의 불쌍한 표정과 눈물만 보아서는 안 됩니다.

제출한 반성문과 사과문을 자세히 보면 그 영악함에 놀랍니다. ‘나는 장난으로 그런 건데 너에게 그렇게 상처가 되었다니 미안해’ ‘네가 싫다는 말을 하지 않아서 나쁜 행동인 줄 몰랐어’ ‘나는 그 말이 그렇게 나쁜 말인지 몰랐어. 네가 기분 나빴다니 미안해’라는 말로 교묘하게 자신의 폭력 책임을 축소하고 피해학생에게 책임을 떠넘깁니다. 사과문과 반성문이 아니라 핑계문과 변명문입니다. 아이들의 질투와 폭력성은 어른들의 것보다 훨씬 적나라합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상대가 가장 아파할 말과 행동을 알고 있습니다. 불리한 내용을 감춘 교묘한 핑계와 변명은 피해학생에게 2차 가해가 됩니다. 가해학생의 교묘한 변명이 아니라 피해학생의 트라우마가 모든 판단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교묘한 사과문과 반성문은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피해학생과 부모는 더욱 분개하고 가해학생 측은 요령껏 빠져나갈 궁리를 하며 사과하는 척, 반성하는 척 연기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집단폭력의 경우 가해학생들의 부모들이 채팅방을 열고 야합하여 말을 맞추고 사건을 조작하기도 합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입단속을 시키고 반성문과 사과문에 쓸 교묘한 말들을 가르칩니다. 부모들의 이기적인 행동은 가해학생들의 양심을 파괴하고 더 지독한 폭력성을 심어줍니다. 그릇된 동정심에서 나온 그릇된 행태는 아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망칩니다.

진실로 반성하는 가해학생은 진심을 담아, 자신의 잘못을 자세히 쓰고, 책임을 인정하고 처벌을 달게 받겠다는 내용을 써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입니다.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피해학생과 부모의 상처를 위로하고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올바른 중립성

선생님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처벌을 요구하는 피해학생 측과 용서를 구하는 가해학생 측 사이에서 고민합니다. 이때 올바로 알아야 할 것이 ‘중립성’의 개념입니다. 어떤 선생님은 ‘피해학생도 가해학생도 모두 내 학생이다’고 말하며 자신은 중립을 지키겠다고 합니다. 중립성을 오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립성을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사이에 정확히 중간에 서서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라는 물리적인 중립성으로 오해하면 안 됩니다. 올바른 중립성이란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태도’입니다. 중립성은 자기 자신의 선입견과 편견으로부터의 중립성을 말합니다.

선생님은 가장 상처받고 억울한 피해학생 곁에 서서 보호해주어야 합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위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피해학생도 돕고, 가해학생도 도와야 한다’는 잘못된 중립성이 아니라, 객관적인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피해학생을 돕고 가해학생에게는 합당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올바른 태도입니다. 학교폭력 사건의 중심은 철저히 피해학생의 트라우마라는 것을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편견과 선입견을 배제한 중립(neutrality)을 지키고, 피해학생의 트라우마에 중심(center)을 두세요.

어른들은 당연히 가해학생의 고통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합니다. 가해학생이 자신이 저지른 폭력에 대한 합당한 처분 때문에 겪는 고통은 그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필요한 고통입니다. 모든 고통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전혀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의 과보호가 도덕성이 결여된 아이를 만듭니다. 아이가 심각한 폭력을 저질러서 합당한 처분을 받은 경우에도 성적과 입시에 눈이 먼 부모는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처분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분노합니다. 성공만능주의에 물든 부모는 아이를 망칩니다. 가해학생의 부모 또한 큰 고통을 겪습니다. 하지만, 합당한 처분을 인정하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부모의 태도는 아이를 바른길로 인도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학교 교육의 중심은 입시가 아니라 성숙입니다.

트라우마의 이해

때로는 피해학생의 고통을 망각하고 어른을 중심으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집단폭력이 발생하자 선생님이 가해학생들과 피해학생을 한 테이블에 모아두고 진술서를 쓰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해학생들은 대충 몇 줄 쓰고 나갑니다. 피해학생은 어떨까요? 피해학생은 오랜 기간 집단폭력을 당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진술서에 쓸 말이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트라우마 반응 중 해리증상 때문에 정신이 멍하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최근에 겪었던 일이 부분 부분 잘 기억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속으로는 심각한 트라우마 반응이 진행됩니다. 우울, 불안, 공황발작, 놀람, 해리증상, 공포, 불면증, 야뇨증, 함구증, 대인기피, 등교거부, 죄책감, 분노, 기억상실, 악몽, 해리증상, 환각 등 고통스러운 트라우마 증상이 아이를 괴롭힐 수 있습니다. 트라우마 반응은 즉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한참 지나서 지연된 트라우마 반응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가 트라우마 상태라는 것을 인지하고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해주고 아이가 안정된 것을 확인한 후에 자세한 진술을 받아야 합니다. 이때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아이를 배려해야 합니다. 진술서를 쓰려면 끔찍한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데 그것이 아이에게는 다시 트라우마가 됩니다.

피해학생의 부모 또한 트라우마를 겪습니다. 학교에서 연락이 오고 가해학생의 부모들이 서둘러 전화를 걸어서 덮어놓고 사과를 받아달라고 합니다. 피해학생의 부모는 갑자기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에 놀람, 충격, 분노, 우울, 불안, 무력감 등의 온갖 감정에 압도당하고 이후로 며칠 동안 일부 기억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누가 옆에서 말을 걸어도 얼이 빠진 사람처럼 멍하게 있다가 놀라곤 합니다. 이런 상태는 갑자기 닥친 트라우마에 대한 당연한 반응입니다. 만약 증상이 심하거나 일상생활에 괴로움을 겪는다면 바로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선생님은 피해학생과 부모에게 폭력 사실은 물론이고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주어야 합니다. 아이와 부모는 자신이 겪고 있는 혼란스러운 정신상태가 트라우마 반응이라는 것을 모릅니다. 트라우마에 대해 알려주고 필요한 경우 꼭 상담과 치료를 받으라고 알려줄 사람은 바로 선생님입니다. 선생님 또한 갑자기 벌어진 일에 놀라고 당황합니다. 선생님이 부모와 면담하다가 덜덜 떨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합니다.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선생님의 마음건강이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습니다. 동료 선생님들이 지지와 위로, 도움을 주어 이 상황을 잘 해결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필요한 경우 선생님도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피해학생 중심의 해결

학교폭력을 처리할 때 아이의 고통을 외면하고 어른의 편리를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명심해주세요. 가장 괴로운 사람은 피해학생입니다. 모든 순간에 피해학생의 마음을 살피고 공감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까지 소집되는 학교폭력 사건은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큰 스트레스입니다. 거짓과 위선이 난무하고 변명과 핑계로 뒤범벅된 해결은 아이들의 마음에 폭력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원칙이 지켜지지 않거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결론이 부적절하다고 생각될 때, 피해학생 측은 사법체계에 도움을 청하게 되고, 길고 고통스러운 소송이 시작됩니다. 학교와 교사에게 실망하여 이미 화가 날 대로 난 피해학생 측의 공격적인 태도는 가해학생이나 교사에게 큰 부담을 주어 비극적이고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이런 참혹한 사태까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어른들이 할 일입니다. 그래서 원칙이 필요하고, 정해진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학교폭력 해결의 목표는 용서와 화해가 아닙니다. 피해학생의 고통을 외면하고 용서와 화해를 유도하는 것은 아이의 인권을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어른들의 폭력을 생각해보세요. 누구도 피해자에게 가해자를 용서하고 화해하라는 말을 함부로 꺼내지 못합니다. 피해학생과 부모는 겪지 않아도 될, 겪지 말아야 할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학업과 직업, 일상에 큰 지장을 받습니다. 폭력에 대한 올바른 해결은 피해자의 울분을 풀어주고 가해자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우선입니다. 합당한 처벌과 진심 어린 사과만이 트라우마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학교폭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보고 배웁니다. 피해학생의 부모는 침착하게 아이를 보호하고 공감해주어야 하며 가해학생의 부모는 아이가 합당한 처분을 받아들이고 반성하도록 해야 합니다. 선생님은 아이와 부모가 이런 과정을 잘 헤쳐 나가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리는 것을 꺼리지 말고 오히려 권장해야 합니다. 폭력에 대한 신고와 처벌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교육해야 합니다. 감추어진 폭력은 더욱 잔악해지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을 때 학교폭력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치유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폭력에 휘말린 우리 아이들의 마음건강을 지키는 길입니다.

정찬승 (국제공인 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국제분석심리학회 정회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위원회 상임위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이사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
보건복지부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연구원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http://www.maumdream.com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선생님, 학부모, 학생들을 위해 정신의학신문에 투고한 글입니다.

*아래 첨부파일을 다운로드 받아서 인쇄하면 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학교폭력위원회에 보내는 편지_인쇄용.PDF

치매 환자 가족의 스트레스 돌보기

서울성모병원, 서초구보건소, 서초구치매안심센터에서 주관한 “2019 치매안심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실천적 논의” 세미나에서 ‘치매 환자 가족의 스트레스 돌보기’ 제하로 강연했습니다.

일시: 2019년 2월 13일 수요일 12:00 – 17:30

장소: 서초구청 대강당

주관: 서울성모병원, 서초구보건소, 서초구치매안심센터

강의 자료 다운로드: 20190213_Dementia_Family Stress Care_Chan-Seung Chung

자해로부터 청소년과 청년을 지키자: 3. 자해 충동을 극복하는 방법

마음의 전염병, 자해로부터 청소년과 청년을 지키자

불쑥 올라오는 자해를 하고 싶다는 충동은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잠시라도 자해를 하지 않고 충동을 견디거나 해소한다면, 그 후로 자해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 훨씬 약해집니다. 자해 충동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아두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1. 대화하세요.

– 친구와 만나도 좋고, 전화를 걸어도 좋고, 대화할 사람이 없다면 상담사에게 전화를 해도 좋습니다.

2. 함께 있는 사람이 당신을 힘들게 한다면, 바로 그 자리를 벗어나세요.

3.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리세요.

– 자해 충동이 생기면 15분 동안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려보세요.

– 외출하기, 음악 듣기, 운동 등 무엇이든 해롭지 않은 활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4. 몸과 마음을 이완하고, 즐겁고 편안한 기억을 떠올려 보세요.

– 눈을 감고 기쁨을 주는 장소를 떠올려 보는 것도 좋습니다.

– 심호흡, 복식호흡, 명상, 요가도 큰 도움이 됩니다.

5. 감정을 표현하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세요.

– 꼭 붉은 피를 보고 싶다면, 붉은 펜으로 손목에 선을 긋는 방법도 있습니다.

6. 고통을 느끼고 싶다면, 해롭지 않은 고통을 찾아보세요.

– 아주 매운 음식 먹기, 얼음 움켜쥐기, 냉수로 샤워하기도 좋습니다.

7. 긍정적인 일에 마음을 집중하세요.

8. 감정을 써보세요.

– 일기 쓰기, 자신에게 편지 쓰기를 해보세요.

– 자신의 감정을 자세히 기록해서, 어떨 때 자해 충동이 생기는지, 어떻게 충동이 사라지는지 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9.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도움을 받으세요.

– 여러 가지 방법을 써봐도 자해 충동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망설이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만나세요.

10. 자신을 사랑하세요.

– 당신은 세상 그 무엇보다, 세상 그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입니다.

 

글 _ 정찬승 (융 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위원회 상임위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이사
보건복지부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연구원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 2018년 9월 20일 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회와 교육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가 공동 주관하여 개최한 급증하는 자해에 대한 이해 및 대책을 위한 특별 심포지엄 “자해 대유행, 대한민국 어떻게 할 것인가?”를 위해 작성한 원고입니다.

자해로부터 청소년과 청년을 지키자: 2. 자해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

마음의 전염병, 자해로부터 청소년과 청년을 지키자

I. 자해란

  • 자해란 스스로 자신에게 상처를 내거나 자신을 해롭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 자해를 시작하는 나이는 대개 12세에서 14세며, 20세가 되기 전 자해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 자해의 종류에는 손목과 팔 등의 피부 긋기, 문지르기, 긁기, 잘라내기, 부딪히기, 멍들게 하기, 스스로 자신을 때리기, 화상 입히기, 약물 과량 복용하기, 위험한 물건 삼키기 등이 있다. 주로 면도칼이나 커터칼 이외에도 가위, 펜 끝, 손톱, 유리 조각, 깨진 CD, 부러뜨린 칫솔 등 다양한 자해 도구를 사용하여, 손목, 팔, 허벅지, 어깨 등 여러 신체 부위에 경미한 상처를 낸다.

II. 자해를 하는 이유

자해를 하는 사람은 ‘스트레스가 심해서 자해를 한다.’고 말한다. 자해를 하는 청소년들의 주요 스트레스는 공부, 친구 관계, 가족관계다.

청소년들은 자해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 “자해는 내 고통스러운 감정을 해소해 준다.”

– “멍한 느낌이 들 때 자해를 하면 내가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 “내가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지 남에게 알리기 위해서 자해를 한다.”

– “부모님을 화나게 하기 위해 자해를 한다.”

– “죄책감이 들 때 자해를 한다.”

자해로 인한 만족감은 일시적이고, 모든 것을 악화시킨다. 자해는 병적이고 위험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므로,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배워나가야 한다.

III. 자해 행동의 징후

청소년이 다음과 같은 행동을 보일 때 자해를 하고 있을 수 있다.

– 계절과 맞지 않는 복장: 더운 날씨에도 긴팔옷을 입음

– 손목밴드를 계속 붙임

– 신체가 드러나는 학교 활동 참여를 꺼림

– 붕대를 자주 사용함

– 면도날 같은 적절하지 않은 용품 소지

– 피부 위에 설명되지 않는 화상, 자상, 상처 및 흔적이 있음

– 우울, 불안, 불면 등 심리적 증상이 악화 됨

자해 경험이 있는 학생의 60%는 다시 자해를 한다. 자해를 한 적이 있는 청소년의 경우, 부모와 교사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IV. 자해의 위험성

‘자살할 생각은 없고, 자해만 하고 싶다’는 청소년의 말. 과연 안전한가?

청소년의 뇌는 성장 중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하고 있으며,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자기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이 시기에 죽고 싶다는 의도가 없더라도 자해 행동을 반복하게 될 경우, 본인이 원하지 않는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이러한 위험성을 청소년 자신과 주위 사람들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며, 방치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경미하더라도 자해를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정신건강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V. 시급히 도움을 받아야 하는 위험한 경우

자해를 하는 사람들은 대개 남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 한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은밀한 비밀로 감추어 둔다. 아이가 자해하는 걸 알게 된 부모조차 정신건강의학과에 찾아가는 것을 꺼리기도 한다. 자해가 자살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는 매우 위험하며 시급히 도움을 받아야 한다.

– 위험한 도구를 사용한 자해

– 정기적으로, 규칙적으로 시도하는 자해

–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고 지내면서 자해하는 경우

– 정신질환을 가진 경우

 

글 _ 정찬승 (융 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위원회 상임위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이사
보건복지부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연구원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 2018년 9월 20일 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회와 교육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가 공동 주관하여 개최한 급증하는 자해에 대한 이해 및 대책을 위한 특별 심포지엄 “자해 대유행, 대한민국 어떻게 할 것인가?”를 위해 작성한 원고입니다.

자해로부터 청소년과 청년을 지키자: 1. 마음의 전염병 자해, 이제 우리가 나서서 치유하자

마음의 전염병, 자해로부터 청소년과 청년을 지키자

자해란 스스로 자신에게 상처를 내거나 자신을 해롭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온갖 도구와 방법으로 자신의 몸에 경미한 상처를 내거나 해를 끼치는 것이다. 청소년의 10~15%가 자해행동을 한 적이 있다고 보고했다.

특히 다른 국가에 비해 국내에서 두드러지게 주요 인터넷포털 사이트의 자해 관련 검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며, 자해 경험 게시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하나의 문화 증후군과 같이 전파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청소년이 자주 접속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자해 인증 사진과 영상이 무차별적으로 게재되면서 초등학생조차도 인터넷으로 자해도구나 방법을 쉽게 접할 수 있어 자해 행동이 확산되는 통로가 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염병처럼 무분별하게 번져가는 자해 행동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일종의 심리사회적 재난 상황으로 인식될 정도다. 자해 문제로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료를 받는 청소년과 청년의 수가 급증하고 있으며, 학교 상담실이나 지역사회의 청소년을 위한 기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 정신건강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정신건강전문가들은 자해 유행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자해 방법이나 사진, 영상을 담은 게시물을 인터넷에서 분별하고 차단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기구나 조직을 구성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린 바 있다.

자라나는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다. 청소년과 청년들의 자해 행동은 우리 사회 모두가 고민해야 할 심각한 문제다. 외면과 방관, 억압으로는 자기파괴적인 자해 행동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는 어둠 속에서 확산되는 자해 행동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해야할 지, 자해를 하는 사람과 그 가족을 도울 수 있는 효과 있고 검증된 치료적 접근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찰해야 한다. 마음의 고통 속에서 자신을 해하는 청소년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도움으로써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 가족, 학교, 전문가, 사회 및 국가는 자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모색해야 할 것이다.

글 _ 정찬승 (융 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위원회 상임위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이사
보건복지부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연구원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 2018년 9월 20일 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회와 교육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가 공동 주관하여 개최한 급증하는 자해에 대한 이해 및 대책을 위한 특별 심포지엄 “자해 대유행, 대한민국 어떻게 할 것인가?”를 위해 작성한 원고입니다.

 

트라우마 치유 분야 추천도서

빨간모자와 늑대의 트라우마 케어 : 과거의 상처를 넘어 지금의 나를 사랑하는 힘을 되찾자!
시라카와 니시 미야코 저, 프리렉, 2017년

일본의 정신과의사인 시라카와 니시 미야코는 동일본대지진 피해지역의 재난정신건강지원 등에서 풍부한 임상경험 쌓은 트라우마 전문가다. 트라우마에 대한 넓은 지식과 깊은 통찰을 ‘빨간모자와 늑대’ 민담 속 주인공들을 등장시켜 쉽고 흥미롭게 잘 전달한다. 일반인, 환자, 치료자, 상담가 등 모든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훌륭한 책이다.

트라우마 : 가정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주디스 허먼 저, 열린책들, 2012년

1997년 출간된 트라우마 분야의 명저다. 주디스 허먼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트라우마로 인한 ‘복합성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제안하고 널리 인정받았다. 트라우마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중요한 책이다.

멘붕 탈출법 : 십대를 위한 9가지 트라우마 회복스킬
이주현 저, 학지사, 2015년

이주현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쓴 매우 실용적인 트라우마 회복 지침서다. 저자는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헌신적으로 피해자와 유가족을 돌보았고, 국내외 여러 전문가와 긴밀하게 협업하여 우리 실정에 가장 적합한 지침서를 펴냈다. 십대뿐만이 아니라 일반인과 전문가 모두에게 권할만한 실용적인 책이다.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뉴스레터(2018년 3월호), 계간 미술치료(2018년 봄호)에 기고한 글의 일부를 수정했습니다.

글 _ 정찬승 (융 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위원회 상임위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이사
보건복지부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연구원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10월 21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추계학술대회 강연 “의료의 영역을 넘어서는 정신치료의 세계: 인격의 성숙”

2017년 10월 21일 토요일 경주에서 열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개최한 “상담을 원하는 국민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질 높은 상담을 받게 하기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의료의 영역을 넘어서는 정신치료의 세계: 인격의 성숙” 제하의 강연을 했습니다.

다음은 초록(Abstract)의 내용입니다.

의료의 영역을 넘어서는 정신치료의 세계: 인격의 성숙

현재 한국의 정신건강은 정신질환의 유병률과 자살률의 증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정신건강 증진의 일선에 서있는 최고의 전문가 집단인 정신건강의학과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정신치료에 대한 현행의 비현실적이고 획일적인 저수가 제도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형태를 왜곡시켜서 개인에 대한 충분한 진료와 상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시도는 무엇보다도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최우선 목표로 하여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정신치료를 연구, 수련, 실시하는 여러 학파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일대일로 깊이 있게 분석적 태도와 기법을 적용하여 치료하는 행위’에 대한 가치의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정신치료는 창안될 당시부터 철저히 두 개인 간의 계약에 기반해서 이루어져 왔다. 이 계약 과정 자체가 치료의 중요한 요소이며, 전체 과정에서 치료적인 인자로 작용한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므로, 정신치료를 집단적이고 획일적인 제도하에 두는 것은 학술적으로도, 치료적으로도 부적절하다.

인간 정신의 심층을 다루는 융 학파의 견지에서 분석대상은 ‘병’이나 ‘환자’가 아닌 한  개인의 존재, ‘그 사람 Person’이다. 분석은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특정 질병의 치료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분석을 받는 사람의 자기실현을 통해 보다 성숙한 정신성을 획득하는 데 목적을 둔다. 이는 분석이 정신병리의 범주 안에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분석을 받는 피분석자의 전체 인격을 대상으로 함을 의미한다.

분석은 의학적 치료를 넘어서 그 개인이 자신의 전체가 되도록 무의식을 의식에 동화시키는 작업이다. 이것은 전통적인 체계적 임상진단, 적응증, 금기, 예후 등의 의학적 접근방식을 버리고 철저히 분석대상 개인의 의식, 무의식에 맞추어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과정이다. 실제로 신의 본질을 탐구하는 종교인, 창조성을 찾고자 하는 예술가, 삶의 의미를 고민하는 젊은이,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노인들이 분석을 받고 있다. 이들을 환자로 지칭하거나 분석을 제도적 의료행위로 국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현행의 법과 제도는 불완전하며 끊임없는 개선이 요구된다. 획일적인 제도는 자율성을 강조하는 정신치료의 영역을 크게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 모든 정신치료에 있어서 고유한 존재로서의 개인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안정화 기법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에서 재난 상황에 대한 심리적 대처 방법을 소개해드립니다. 재난 뿐만 아니라 트라우마, 불안, 공황, 스트레스에서도 유용한 ‘안정화 기법’입니다.

안정화 기법

재난을 겪은 후에는 마음과 몸의 변화나 고통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스트레스 반응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증상이 심할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재난을 겪은 후에 스스로 해볼 수 있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 심호흡

“여러분이 긴장을 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후~’하고 한숨을 내쉬게 되지요. 그것이 바로 심호흡이에요. 심호흡은 숨을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후~’ 소리를 내면서 풍선을 불듯이 천천히 끝까지 내쉬는 거예요. 가슴에서 숨이 빠져나가는 느낌에 집중하면서 천천히 내쉬세요.”

  • 복식호흡

“복식호흡은 숨을 들이쉬면서 아랫배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게 하고, 숨을 내쉴 때 꺼지게 하는 거예요. 이때는 코로만 숨을 쉬세요. 천천히 깊게, 숨을 아랫배까지 내려보낸다고 상상해 보세요. 천천히 일정하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아랫배가 묵직해지는 느낌에 집중하세요.”

  • 착지법

“착지법은 땅에 발을 딛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지금 여기’로 돌아오는 거예요. 발바닥을 바닥에 붙이고, 발이 땅에 닿아있는 느낌에 집중하세요. 발뒤꿈치를 들었다가 ‘쿵’ 내려놓으세요. 그리고 발뒤꿈치에 지긋이 힘을 주면서 단단한 바닥을 느껴보세요.”

  • 나비 포옹법

“나비 포옹법은 갑자기 긴장이 되어 가슴이 두근대거나, 괴로운 장면이 떠오를 때, 그것이 빨리 지나가게끔 자신의 몸을 좌우로 두드려 주고 ‘셀프 토닥토닥’하면서 스스로 안심시켜 주는 방법이에요. 두 팔을 가슴 위에서 교차시킨 상태에서 양측 팔뚝에 양 손을 두고 나비가 날갯짓하듯이 좌우를 번갈아 살짝살짝 10~15번 정도 두드리면 돼요.”

 

안정화 기법

  • 위 내용은 현재 개발 중인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의 자료입니다. 널리 공유해주세요. 출처는 다음과 같이 밝히면 됩니다. “출처: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http://www.traumainfo.org)”
  •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http://www.traumainfo.org)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단의 연구과제로 재난 시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과 정보를 알리기 위한 홈페이지입니다.
  • 본 연구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의 지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HM15C1112)
    재난정신건강지원 정보콘텐츠 및 플랫폼 개발 연구

재난에서 노인의 마음 건강 지키기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에서 재난 상황에 대한 심리적 대처 방법을 소개해드립니다.

재난을 겪은 노인의 특징

노인은 오랜 경험과 지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도 씩씩하게 극복할 수 있지만, 체력이 떨어지고 경제력이 약할 경우 재난 스트레스를 더욱 크게 받기도 합니다. 재난을 겪은 노인은 일반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경향이 있습니다.

  • 신체적으로 약하므로 생활환경 변화의 영향을 받기 쉽습니다.
  • 노화에 따른 뇌의 변화로 인해 우울증이나 치매가 발병할 위험성이 커집니다.
  • 수십 년에 걸쳐 일군 생활 터전을 잃은 만큼 심리적 충격이 큽니다.
  • 복구와 회복에 대해 희망적인 전망을 갖기 힘듭니다.
  • 가족과 젊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생각에 고통을 호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운동 부족으로 마음과 몸의 기능 저하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괜찮으세요?”라고 물어도 “괜찮아, 괜찮아”라고 대답하는 분도 많습니다. 그래도 몸의 상태를 중심으로 대화를 시작하세요. 예를 들어, “어깨 아프지 않으세요?” “다리 아프지 않으세요?” “잠은 잘 주무세요?” “입맛은 어떠세요?”라고 구체적으로 물어보세요. 그러면 다양한 육체적 질병을 말하는 것을 시작으로 기분이나 기타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로 발전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재난을 겪은 노인의 정신건강의학 문제

노인의 경우 우울증에 걸려도 우울한 기분을 느끼거나 말하기보다는 신체 증상, 무기력, 의욕 저하가 눈에 띄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인이 우울증에 걸리면 기억력과 사고력이 저하되고, 언뜻 보면 치매처럼 보이는 “가성 치매”상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울증에 빠져있는 사람에게 “다 잘 될 거예요”라는 식으로 너무 쉽게 격려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고통스러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끼게 됩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가능하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하고, 예전의 즐거웠던 이야기를 하거나 가벼운 산책을 나가자고 하는 것 등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우울증은 적절히 치료받으면 회복할 수 있으므로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피를 하는 등 급격한 생활환경의 변화가 있으면 갑자기 환각이나 망상이 출현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시적인 착란 상태를 ‘섬망’이라고 합니다. 섬망 상태에서 흥분한 노인에게는 신중한 목소리로 천천히 여기가 어디인지를 말해주고 가족과 지인이 옆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섬망은 위험한 상태이므로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치매 환자를 위한 대처

재난 스트레스는 치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집이나 입소 시설을 떠나 대피한 경우, 치매 환자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큰 혼란을 경험합니다. 치매 환자의 혼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데에 아래와 같은 방법이 도움이 됩니다.

  • 지금 있는 장소, 날짜, 이후의 계획 등을 정확히 알려줍니다.
  • 위의 사항을 적어서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둡니다.
  • 대피소에서 지낸다면 사람의 출입이 적은 가급적 조용한 장소를 선택합니다.
  • 함께 산책을 하는 등 가급적 몸을 움직이는 기회를 많이 만듭니다.
  • 치매 노인이 배회할 때, 즉 아무 이유 없이 걸어 다닐 때, 무리해서 멈추려고 하지 말고 대화를 나누며 함께 걸어서 원래 있던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좋습니다.
  • 낮에는 아주 가벼운 짐을 옮기는 등의 간단한 일을 부탁합니다.

일반적으로 저녁부터 밤에 걸쳐 불안이 강해지기 때문에, 그 시간에 배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면 리듬이 안 좋아져 밤과 낮이 바뀌기도 합니다. 가능하면 가족 중 교대로 당번을 정해서 돌아가며 치매 환자를 돌보는 것이 좋습니다. 한 사람이 전담하면 피로가 쌓여 너무 힘들어집니다. 만일 배회를 하거나 길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이름, 연락처, 주소가 적힌 이름표나 물건을 몸에 지니도록 해야 합니다.

재난에서 노인의 마음 건강 지키기

  • 위 내용은 현재 개발 중인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에 기고한 자료입니다. 널리 공유해주세요. 출처는 다음과 같이 밝히면 됩니다. “출처: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http://www.traumainfo.org)”
  •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http://www.traumainfo.org)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단의 연구과제로 재난 시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과 정보를 알리기 위한 홈페이지입니다.
  • 본 연구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의 지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HM15C1112)
    재난정신건강지원 정보콘텐츠 및 플랫폼 개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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