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극복은 명령 아닌 협력으로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재난정신건강위원회 홍보국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나라와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을 때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심리치유를 위한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불과 며칠 내로 수백 명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나섰고 진료 중인 환자들에게 양해를 구해 진료실 문을 닫고 단원고에 찾아가서 학생과 가족, 교직원의 트라우마 회복을 위해 상담을 이어 나갔다. 어디 의사들뿐이랴. 무수히 많은 시민과 단체, 전문가들이 자원봉사를 위해 사고 현장과 안산시 등 피해 지역으로 달려가서 서로를 도왔다.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참여는 피해자와 시민들에게 큰 힘이 됐고 회복으로 가는 길을 열어줬다.

2017년 포항 지진 때는 여진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료인과 상담가, 봉사자들이 현장과 지역으로 달려가서 지진의 피해와 트라우마를 극복하도록 도왔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미처 구비해놓지도 않은 지진 트라우마 회복 지침을 만들어 상담 현장에서 사용하도록 즉시 배포하고 상담가들을 훈련시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어떠한가. 초유의 감염병 재난 앞에서도 의료인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안위보다 환자의 생명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기피 현상이 심했던 대구로 수백 명의 의료인이 몰려가서 온 힘을 다해 진료했다. 우한시 교민들이 귀국해 격리시설에 입소했을 때 국가트라우마센터와 협력해서 심리적 안정과 회복을 도운 것도 정신건강 전문가들의 자발적 헌신이다. 연구와 강의가 곤란해진 상태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밤을 지새우며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감염병 심리사회방역지침을 제작해 준비 안 된 정부와 고통에 빠진 시민들을 위해 배포한 것도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다. 

세계 각국의 시민과 전문가는 재난을 당한 한국인들이 서로를 도우며 재난을 극복해나가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정(情)의 문화, 이웃의 아픔에 함께 아파하고 내 일처럼 나서서 도우려 하는 심성은 우리가 가진 무형의 자산이요 자랑거리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이 가진 전문성, 지식, 기술, 재능, 몸과 마음을 기꺼이 바쳐서 우리는 국난을 극복해 왔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덕분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내놓은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진심 어린 자원봉사를 강제 동원으로 변질시키려 하고 있다. 재난 관리를 위한 자재, 시설에 더해서 의료인 등 인력을 자원으로 격하해 비축, 지정, 관리 대상에 포함시켜 정부가 동원 명령을 내릴 법적 근거를 만들려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재난 극복을 저해할 것이 자명하며 사회의 안전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인권을 희생시킬 위험성이 다분하다.


의료인은 이미 충분히 헌신적으로 재난 극복을 위해 봉사해 왔다. 전문가와 의료인에게 필요한 것은 정부의 강제 명령이 아니라 협력과 지원이다. 사람을 자원 취급해 좌지우지하는 법안을 만들 것이 아니라 재난 극복을 위해 심신을 바친 봉사자와 전문가에게 적절히 보상하고 안전을 보장하고 피해와 후유증을 보상하는 지원 체계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민간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정부 관료의 행정적인 명령을 내릴 것이 아니라 민관 협력 위원회를 구성해 서로 돕는 시스템을 구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람이 먼저라고 주장하려면 사람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사람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물적 자원으로 취급하며 경시하는 것은 국가 권력의 갑질이다. 권력에 도취돼 공감 능력을 잃어버리는 것이 갑질의 시작이다. 이번 개정 법률안은 국가와 개인을 갑을 관계로 적시해 강제력을 행사하려는 갑질의 획책이다. 시민을 위한 봉사는 강제 동원이 아니라 자발적인 것이어야 한다. 사회의 안전과 개인의 존엄성이 함께 지켜질 때 우리는 재난을 극복할 수 있다. 국가는 시민과 전문가에게 명령을 내리려 하지 말고 협력을 청하라. 우리는 기꺼이 나설 준비가 돼 있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재난정신건강위원회 홍보국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기사 원문: 동아일보 9월 23일 칼럼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311018

정찬승 (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국제분석심리학회 정회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회 홍보국장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위원회 위원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사이버 폭력 피해자 마음건강지침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폭력도 실생활에서의 폭력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트라우마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온라인이건 실생활이건 폭력과 괴롭힘은 결코 용납될 수 없습니다. 누구도 당신의 인권과 존엄성을 해쳐서는 안 됩니다.

1. 알리세요

혼자서만 괴로워하지 말고 가족, 친구, 믿을 만한 사람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세요.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 너무나 큰 고통을 가져옵니다. 도움과 조언을 받기 위해서는 일단 주위 사람에게 알려야 합니다.

2. 표현하세요

사이버 폭력은 실제 폭력만큼이나 고통스럽습니다. 마음의 상처, 우울, 불안, 분노를 가까운 사람에게 표현하세요. 마음의 고통을 듣게 된 분들은 피해를 당한 분을 비난하고 지적하지 말고, 따뜻하게 위로하고 공감해주세요.

3. 자신을 지키세요

지금부터라도 개인정보와 개인 공간을 철저하게 보호하세요. 다수의 사람으로부터 폭력, 괴롭힘, 명예훼손을 당할 때는 큰 충격을 받아서 멍한 상태에 빠지기 쉽습니다. 자기를 보호하기에도 벅찬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가장 우선 할 일은 추가 피해가 없도록 자신의 개인정보와 인터넷의 개인 공간을 지켜내는 것입니다. 댓글 쓰기를 차단하고 게시물들을 보호하는 등 보호조치를 시작하세요.

4. 휘말리지 마세요

많은 사람이 비난, 욕설, 폭언의 메시지를 보낸다면 응답하지 마세요. 무분별하게 당신을 공격하는 사람들에게 해명한다고 해도 상대방은 납득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당신의 대답이 오히려 상대방을 자극해서 더 큰 공격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5. 준비하세요

온라인에 올라온 당신에 대한 모든 폭력, 비난, 명예훼손을 철저히 보관하세요.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마음의 고통이 커서 그 글들을 보기조차 힘들다면 주위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증거를 보관해서 앞으로 있을 가해자 처벌을 위해 준비하세요.

6. 도움을 받으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버 폭력을 해결해줄 전문 기관, 마음의 고통을 치유해줄 정신건강전문가들이 당신을 돕기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용기를 내서 도움을 요청하세요.

  • 사이버 폭력 대응 전문 기관

경찰청(각종 사이버 범죄, 국번 없이 182)
여성긴급상담전화 (디지털 성범죄, 성폭력, 성매매 등, 국번 없이 1366)
한국인터넷진흥원(개인정보침해, 국번 없이 118) 등

  • 사이버 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재난정신건강위원회와 정신보건위원회 보도자료 제작을 위해 작성한 원고입니다.

정찬승 (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국제분석심리학회 정회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회 홍보국장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위원회 위원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갑질의 정신분석 강연 영상

코로나 블루로 인한 서울시민의 우울과 자살예방을 위한 3차 Webinar 
발표일: 2020년 6월 9일
발표자: 정찬승
주최 :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서울시 COVID19 심리지원단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사례의 성별, 직업 등은 임의로 변경하였습니다.

2020년 6월 9일: “갑질의 정신분석: 권력 콤플렉스의 문제” 강연 (코로나 블루로 인한 서울시민의 우울과 자살예방을 위한 3차 Webinar)

I. 들어가는 말

소위 ‘갑질’이란 우위에 있는 자가 열위에 있는 자에게 부당한 권력을 악랄하게 행사하는 행태를 칭한다. 통상 계약의 당사자를 순서대로 갑(甲), 을(乙)로 지칭하여, 우위인 측을 갑이라 하고 상대방을 을이라 한다. 갑과 을이 계약을 맺음으로써 갑을관계가 형성되는데, 최근 들어서 갑을관계는 지위, 계급의 고하(高下)를 표현하게 되어서 현재는 대기업과 협력업체, 업주와 종업원, 상사와 부하직원, 고객과 서비스업 종사자, 교수와 제자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소위 ‘갑질’이란 갑을관계의 ‘갑’에, 좋지 않은 행위를 비하하는 접미사인 ‘질’을 결합한 말로서, 권력을 가진 자가 약자에게 행하는 부당행위를 지적하여 비난하는 유행어라고 볼 수 있다.

연일 뉴스와 인터넷 매체들을 통해 갑질의 사례가 전해져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으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는 ‘갑질을 당했다’는 사람들이 빈번히 마음의 고통을 호소하여 상담과 치료를 받고 있다. 개인의 마음의 고통은 시대의 문제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시대의 문제가 개인을 아프게 할 때, 마음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갑질’ 현상에 대해서 심리학적으로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실감하게 됐다. 갑질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고찰하려고 할 때, 그 시대의 다수의 구성원이 공감하고 공유하는 유행어에는 집단 의식(collective consciousness)이 반영되며, 또한 그 기저에는 각 개인의 개인적 무의식과 집단적 무의식이 관련되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필자는 소위 ‘갑질’로 불리는 사회현상에 대해 임상에서 경험한 사례들을 고려하여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 의식과 무의식의 차원에서 이해하여 갑질이 발생하는 원인과 그 부정적인 영향을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II. 갑질의 사례와 유형

임상경험을 통해 만나는 갑질의 사례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지속적으로 약자를 얕잡아 보고 힘과 권력을 이용해 부당한 행위를 반복하는 상습적인 갑질이다. 둘째는 평소 평등한 관계를 유지해 오던 사람이 특정한 상황에서 돌변하여 부당한 권력을 휘두르려 하는 우발적인 갑질이다.

1. 상습적 갑질

상습적으로 갑질을 하는 자는 대부분의 인간관계, 사회적 상황에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약자를 굴복시키고 조종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공격적이며 오만하고 거들먹거리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고 타인이 복종하고 굴복할 때 만족감을 느낀다.

사례 A

대기업 브랜드의 하청을 받아 십여 년간 제조공장을 운영하던 A 사장은 적극적이고 활기찬 사람이다. 그러나 본사의 담당 팀장이 매출 하락을 이유로 A 사장에게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A 사장이 자초지종을 물었으나 본사의 팀장은 무례한 태도와 인격적인 모욕을 서슴지 않았다. A 사장은 본사의 매출 하락에 따른 계약 해지에 대해 납득은 했으나 담당 팀장의 안하무인의 빈정거리는 태도에 큰 충격을 받았다. A 사장은 분노에 휩싸였으나 점차 불안, 우울, 무기력에 빠져들고 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죽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사례 B

새로 임용된 젊은 여자 교사인 B는 최근 심한 우울감에 빠져들었다. 가라앉은 기분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젖어서 출근을 해도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정상적인 업무를 할 수 없었다. 꿈꾸던 교직이 하나도 즐겁지 않았고, 집중력이 전혀 발휘되지 않았고, 문서 작성에서도 실수가 잦아져 더욱 난처해졌다. B는 남자 교장으로부터 ‘시집은 언제 갈 거냐? 시집이나 빨리 가라’ ‘여자는 이래서 안 된다’ ‘그거 하나 제대로 못 하나?’는 등의 모욕과 비난을 들어왔다.

사례 C

중년이 된 C는 때때로 심한 우울감을 느끼고 아무런 의욕이 없어지는 상태가 되곤 한다. 그럴 때면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와의 일이 떠오른다. 연구보다는 보직 등 권력에 관심이 많은 지도교수는 겉으로는 매우 신사적인 사람이었지만 내부에서는 권위적인 태도로 제자들을 착취했다. C는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학자로서의 미래를 꿈꾸며 힘든 과정을 견뎌냈다. 어느 날 지도교수와의 면담에서 지도교수로부터 모멸감을 주는 말투로 ‘천한 것들에게 잘해줘 봤자 은혜를 모른다.’는 말과 함께 학위를 줄 생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C는 그동안 이용만 당했다는 억울함과 어려운 형편에도 최선을 다했던 그간의 열정이 무너져내리는 충격을 받았다. 학자로서 성공할 수 있는 다른 길이 없었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에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우울감은 삶의 의욕을 꺾어버리곤 했다.

사례 D

공공단체의 팀장인 D는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진료실을 찾아왔다. D는 자신의 사생활도 없이 직장을 위해 헌신해온 매우 성실한 사람이다. 그러나, 1년 전 새로 부임한 상사는 비상식적인 업무지시와 인격적인 모욕, 협박, 막말과 욕설로 직원들을 몰아세웠다. D는 1년간 어떻게든 상사의 지시를 따르려고 했으나, 상사는 일관성 없는 태도로 고성과 욕설, 성적 모욕으로 직원들을 다그쳤다. 상사가 그렇게 한 이유는 직원들이 그 상사와 경쟁하는 위치에 있는 다른 임원에게 충성하고 자신을 우습게 여긴다는 것이었다. D는 더는 버틸 수가 없었고, 불안과 공황발작, 우울감에 시달리다가 자신이 젊음을 바쳐 성장시킨 그 기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D를 몰아붙인 상사 또한 불면과 불안의 문제를 갖고 있으며 음주 문제 또한 심각했다.

상습적 갑질의 유형에서는 지속적으로 갑질이 일어나기 때문에 피해를 당한 사람은 심리적으로 만성적인 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치료를 받기에 이르는 경우가 생긴다. 이때의 특징적인 임상양상 중 하나가 심한 무력감에 빠져서 상황을 개선시킬 의욕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상습적인 갑질을 가한 사람은 타인의 심적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이 현저히 낮은 점에서 반사회적 인격 특성을, 권력에 몰두하고 자기중심적인 점에서 자기애적 인격 특성을 고려할 만하다. 상습적으로 갑질을 하는 자는 자신의 행동이 문제가 있다는 반성적 인식이 결여되어 있어서 그 행위 자체에 대해 상담을 받으려고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갑질을 당한 사람이 저항하려고 하면 더욱 철저히 비하하고 짓밟으려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자신이 권력의 중심에 서지 못한 경우에는 불안과 우울, 불면 등의 증상을 겪고 치료를 받으러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있다.

2. 우발적 갑질

평소 평등한 인간관계를 맺어오던 사람이, 특정한 상황에서 폭발적으로 힘을 남용하려 하여, 본인과 상대 모두 예상 밖의 상황에 당황하게 된다. 갑질을 하는 상황에서 감정조절이 되지 않아 본인도 불안과 공포에 압도되어 몸을 떠는 등의 신체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사례 E

상사로부터 심한 모욕과 비난을 들어온 E는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치료를 받고 있다. E는 퇴사 후 다른 직장에 취업하게 됐다.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한 E는 부하직원들의 태도가 불손하고 자신을 우습게 여기는 것 같아서 몹시 불편했다. E는 자신이 이전 직장에서 상사에게 당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최대한 부하직원들을 인격적으로 대해주려고 노력했으나, 마음이 점점 불편해졌다. 어느 날 E는 부하직원들의 무례한 태도에 마구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며 비난했고 거칠게 몰아붙였다. 퇴근 후에도 E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고 부하직원들에 대한 분한 마음과 더불어 자신이 그토록 분개해온 이전 상사가 한 짓을 자신이 똑같이 저지른 것 같아 더욱 절망적인 생각이 들었다.

우발적 갑질의 유형에서는 돌발적으로 갑질이 발생한다. 대개 일회성인 경우에 그쳐서 갑질을 한 사람도, 당한 사람도 진료나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는 드물다. 임상현장에서 관찰할 수 있는 사례는 기존의 정신분석을 받던 사례가 경험하는 것인데, 가해자는 평소에 타인과 평등한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해왔고, 다소 내향적인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평소 조용하고 소심했던 사람이 갑자기 권력을 잡게 되거나 자신의 지위가 위협받는다는 생각이 들 경우 폭발적으로 분노하고 주위 사람들을 억압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주위로부터는 ‘그 사람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 ‘원래 그렇지 않은 사람인데…’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본인도 놀라고 흥분해서 후회하거나 부끄러워하는 등 내적 갈등을 겪는다. 갑질을 당한 사람은 돌변한 상대방의 태도에 당혹감을 느끼고 신뢰가 무너지고 실망하게 된다.

III. 갑질의 분석심리학적 이해

– 권력 콤플렉스

상습적이든 우발적이든 갑질을 당한 사람은 압도적인 권력의 공격에 무너져 이후로 의욕과 희망을 잃게 된다. 갑질을 한 사람도 뭔가에 홀린 듯이 화를 쏟아내고 소리를 지른 후 자괴감과 우울, 불안에 빠지는 일이 흔하다. 이것은 모두 자아와 이질적인 어떤 무의식적인 심리적 내용, 즉 콤플렉스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모든 인간은 무의식에 권력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갑질을 하는 사람은 무의식적인 권력 콤플렉스와 자아를 동일시하거나 권력 콤플렉스에 의해 사로잡힌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객관적인 상황 판단을 하기보다는 권력에 의해 모든 것을 판단한다. 특히 권력에 집중할수록 타인과 자신의 감정에 대한 인지가 현저히 떨어진다. 이는 건강한 자아기능을 손상시키고 신경증적인 상태에 처하게 된다. 칼 구스타프 융이 지적한 대로 권력에 대한 집착은 본인이 표현하거나 인식하기를 꺼리고 있는 지독한 열등의식의 과보상인 경우가 많다. 갑질을 하는 자는 그 무의식에 자신도 모르는 심각한 열등의식이 도사리고 있어서 이를 부정하고자 겉으로는 더욱 안하무인의 폭군 행세를 한다. 

– 그림자의 투사

갑질의 상황에서 갑과 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둘 다 자신을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을 자주 본다. 갑은 을이 무능하고 게으르고 무책임하다고 비난하며, 을은 갑이 독재적이고 오만하고 폭력적이라고 비난한다. 둘 다 자신이 혐오하는 것을 상대방에게서 보고 비난한다. 이것은 자신의 무의식에 억압된 열등한 인격인 그림자상을 상대방에게 투사하는 현상이다. 투사는 혐오스러운 인격이나 부도덕함이 자신에게는 없고 남에게만 있다고 생각하는 자기방어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그림자가 자신의 무의식에 있다는 것을 의식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갑은 자신의 감추어진 열등의식을 직시하고 인정해야 하며, 을은 자기 내면에서 발휘되지 못한 채 버려져 있던 권력욕을 발견하고 실현시켜야 한다. 

– 갑질의 목적의미

과연 갑질의 등장이 나쁘기만 한 것인가? 갑질은 앞에서 살펴보았든 ‘힘’을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을 비하하는 유행어다. 우리는 갑질이라는 유행어를 통해서 현재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을 인식할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상호 간에 그림자 투사를 통해서 각자의 내면에 억압되어 있는 그림자를 인식할 기회가 생겼다.

주목해야 할 것은 갑질의 피해자인 을은 분노에 떨면서도 한없는 무력감에 빠져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의욕을 잃은 상태가 지속된다는 점이다. 실제 정신분석을 하면 초기에는 갑질을 당한 사람의 꿈에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트라우마 재경험 증상에 해당하는 반복적으로 갑질을 당하는 상황이 등장한다. 갑질은 피해자의 마음에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긴다. 그러나, 정신분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공격적이고 가학적이기만 했던 꿈속의 갑이 손을 내밀어 화해와 협력을 청해 오는 경우가 있다. 이를 계기로 피분석자는 기력을 회복하고 삶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이는 자신의 무의식의 그림자와 권력 콤플렉스를 의식화하는 작업과 관계가 있다. 이것은 소심하고 무력한 자에게 자신의 무의식의 힘을 의식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병적 세계관의 개선

갑질은 기본적으로 독재자나 폭군과 같은 권력의 오남용이다. 권력의 우위에 있는 자는 당연히 이런 갑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열세에 있는 자는 자신이 당해야만 할 뿐 다른 방법은 없다는 무력감에 젖어 있다. 여기에는 지위고하에 대한 뿌리 깊은 계급의식이 내재해 있다. 집단이 구분하는 계급만 보일 뿐 각각의 개인의 고유한 존재는 보이지 않는다. 또한, 한국 근현대사의 일제강점과 한국전쟁, 군부독재라는 오랜 수난이 한국인의 마음속에 남긴 악영향이 있다. 정신적 가치와 인간 존중의 전통은 땅에 떨어지고 오로지 권력만을 추구하는 행태가 사회 곳곳을 병들게 했다.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는 평등의식이 결여되었을 때 갑질이 나온다. 현대의 갑질은 무엇보다도 돈과 관계가 깊다. 돈은 권력의 다른 이름이다. 현대의 배금주의적인 문화의 개선이 시급히 요구된다. 

호프만슈탈의 희곡 예더만(Jedermann, 1911)은 오만한 부자 예더만이 불시에 찾아온 죽음의 신에 끌려가게 되자 돈과 권력에 취해 수치심을 모르고 살아온 인생을 반성하는 줄거리다. 예더만이 그토록 자신만만하게 주무르던 ‘재물’에게 죽음의 길로 동행해달라고 청하자 재물이 던지는 냉소는 현대인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재물이 예더만에게)
바보 같으니라고. 자넨 초라한 얼간이, 지독한 바보야. 
예더만, 생각해 봐. 
난 이 세상에 남아 있지만 자넨 어디에 남는가?
내가 자네 마음속에 찔러 넣어둔 것이 있어. 
자넨 그걸 위해 일했지. 
그건 사치와 겉치레, 자만과 허풍, 
그리고 저주스러운 음탕함이지. 
이 모든 것들을 내가 자네에게 불어넣었지. 
자네가 지금껏 고집을 꺾지 않고 
사지를 다 뻗은 채 땅바닥에 지쳐 나동그라지지 않고 
여전히 목을 쳐들고 있게 해준 것은, 
오로지 돈과 재산 덕분이지. 
자네의 모든 용기는 바로 이곳에서 솟아오르는 거야. 
보게, 돈이 다시 돈궤 속으로 떨어져 가는군. 
이것으로 자네 행복은 끝장이야. 
이제 곧 자네 의식도 사라져 버릴 거야. 
두 번 다시 나를 만나는 일은 없을 거야. 
이 속세에 있는 동안만 자네에게 나를 빌려주었던 거야. 
그러니 나는 자네가 가는 길을 함께 가지는 않아. 
가지 않고 이곳에 남아, 자네가 외톨이로 
완전히 벌거숭이가 되어 고난에 빠지도록 내버려 둘 테야. 
자네가 손을 내밀어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 
이를 갈고, 이를 드러내도 아무런 소용이 없어. 
자넨 어머니의 배 속에서 나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벌거숭이가 되어서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거야. 
(Hugo Von Hofmannsthal 저, 곽복록 역, 호프만스탈, 예더만, 지식공작소 중 일부 수정 인용)

– 갑과 을을 넘어서

갑질은 사회적 문제로서 올바른 평등의식을 심어주는 교육을 통해 우선 해결해야 한다. 계급의식을 버리고, 약자를 배려하며, 각 개인의 개성과 존엄성을 존중하는 교육, 힘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힘은 남을 착취하고 억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생을 개척하고 이웃을 돕기 위한 것임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갑질에 대한 사회적 반성과 제도적 근절 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갑질을 멸시하고 금기시하는 집단적 대책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는 갑질 문제를 기회로 삼아 모든 사람의 심성에 깃들어 있는 무의식의 힘, 권력 콤플렉스를 발견하고 그것을 건강하게 의식화해야 한다. 

고유한 개인으로서의 인간은 갑과 을이라는 이분법으로 구분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페르소나에 불과한 갑 또는 을에 자신을 전적으로 동일시할 경우 심각한 신경증이 발생한다. 많은 한국인이 자신을 을로서 피해자라고 생각하여 갑질이라는 유행어가 탄생했지만, 피해의식에 사로잡히면 모든 인간관계를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구도로 왜곡하게 된다.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갑과 을이 공존한다. 이를 인식하여 자신의 힘과 권력을 건강하게 발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누군가가 마음의 치료를 받고자 할 때 그는 단지 ‘갑질’ 등 하나의 문제만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 전체를 가지고 치료자 앞에 마주 앉는다. 갑질은 하나의 계기일 뿐이다. 부모와의 갈등, 워커홀릭으로 자신을 잃어버린 생활, 뿌리 깊은 열등감, 과거 상실의 반복 등 모든 개인적 과거사와 함께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하는 인생의 문제가 펼쳐진다. 

그런 사람을 갑과 을 중에 하나로 규정하는 것은 그 사람의 내적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이다. 치료자는 그의 무의식에 접근하여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의식의 범위를 확장시켜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도록 해주어야 한다. 을의 마음속에 갑이, 갑의 마음속에 을이 숨어 있음을 발견하는 것은 무척 고통스럽고 피하고 싶은 일이지만, 그림자를 외면하고 타인에게서만 그것을 찾으려고 하는 이상 우리는 상호비방과 증오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림자를 직면하고 의식화할 때 그는 갑과 을의 종속관계를 뛰어넘어 독립적인 온전한 인격체가 될 수 있다.

코로나 블루로 인한 서울시민의 우울과 자살예방을 위한 3차 Webinar 
발표일: 2020년 6월 9일
발표자: 정찬승
주최 :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서울시 COVID19 심리지원단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사례의 성별, 직업 등은 임의로 변경하였습니다.
코로나 블루로 인한 서울시민의 우울과 자살예방을 위한 3차 Webinar 에서 발표한 원고입니다. (주최: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서울시COVID19심리지원단)
과거 정신강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을 수정, 보완했습니다. 

정찬승 (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국제분석심리학회 정회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회 홍보국장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위원회 위원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생명 위협하는 ‘인포데믹’… 건강한 판단력 갖춰야” 동아일보 칼럼

정찬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0초 동안 숨을 참을 수 있으면 코로나19가 아니다” “무슨 약을 먹으면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된 거짓 정보를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런 잘못된 정보를 맹신하고 행동에 옮겨서 사망한 사례도 있다. 거짓 정보는 사람들을 기만해 판단력을 흐리게 할 뿐만 아니라 생명을 위협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제네바 본부는 7일부터 이틀에 걸쳐서 정보전염병에 대한 전문가 자문 회의를 개최했다. ‘인포데믹(infodemic·정보전염병)’이란 전염병이 창궐한 시기에 믿을 만한 정보와 지침을 찾기 힘들 정도로 온갖 정보가 쏟아지는 현상을 표현하기 위해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을 합해서 만든 말이다.

재난이 발생하면 유언비어를 포함한 온갖 정보가 사람들을 미혹한다. 최근에는 언론과 소셜미디어의 발달 때문에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로 정보 쓰나미가 일어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시의적절한 주제 선정에 호응해 전 세계에서 1300여 명의 전문가들이 세미나에 참석했다. 물론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제네바로 날아간 것이 아니라 각자 자신의 연구실과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참석해서 열띤 강연과 토론을 펼쳤다. 발표자들은 전 세계의 거짓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분석하는 눈부신 기술을 선보였고 이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올바른 정보를 배포하는 전략을 제안했다.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기구는 각 나라의 정부, 전문가, 언론이 협력해 정보전염병에 대응하는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거짓 정보를 적극적으로 물리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완전히 박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과학기술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전문가와 기관만을 위한 대책이 나올 뿐이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거짓 정보가 아니라 바로 사람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는 국민을 위한 감염병 마음건강 지침에서 “믿을 만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만 얻으라”고 강조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건강한 판단력을 갖춰 스스로 거짓 정보를 물리치고 올바른 정보를 도움이 되는 만큼 얻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사람의 마음을 병들게 해 건강을 위협하는 정보전염병을 질병이라고 규정한다. 모든 사람은 질병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정부, 전문가, 언론은 올바른 건강정보를 보급하고 거짓 정보를 낱낱이 밝혀서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고 거짓 정보와 정보 홍수에 취약한 그룹을 위한 맞춤형 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히 노인과 아이가 정보전염병에 취약하다. 잘못된 건강정보는 면역력이 약한 노인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재난 상황에서 어른들이 당황하면 어린이와 청소년이 무시당하기 쉽다. 왜곡된 정보는 아직 판단력이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의 건강한 세계관 형성을 방해한다.

세계보건기구 전문가 자문회의 토론장에서 필자는 올바른 건강정보를 얻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라고 선언할 것을 제안했다.

건강정보에 관한 인권 선언문을 발표하는 것이 정보전염병 위기 상황에서 해법을 마련하는 기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보는 이제 삶을 지탱하는 필수 자원이 됐다. 모든 사람이 올바른 건강정보를 얻고 잘못된 정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정부, 언론, 그리고 전문가 집단은 국민의 건강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정확한 정보를 보급하고 거짓 정보를 검증할 의무가 있다. 모든 사람은 건강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얻어서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지킬 권리가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1946년부터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라고 정의해 왔다. 우리는 이제 건강을 정의함에 있어서 정보 측면으로 안녕한 상태가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생명을 지키는 정보 건강이 필요하다.

정찬승 (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국제분석심리학회 정회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회 홍보국장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위원회 위원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연구원 역임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2020년 4월 22일 동아일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421/100740129/1

2020년 2월 10일: 심리방역에 대한 생방송 대담

MBC 생방송 오늘 아침 대담
2020년 2월 10일 월요일

사스 사태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환자, 격리자는 물론이고 그분들을 돕는 의료인 등 지원팀의 심리적 스트레스가 매우 크고 불안, 우울, 불면증, 공황장애 등 트라우마 반응까지 겪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감염병에 의한 신체 질병만이 아니라 마음의 고통까지 얻는 것입니다. 감염병 치료와 더불어 적극적으로 심리지원을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일반인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불안과 우울에 빠질 수 있으니 그 분들에게 심리적인 교육과 도움을 주는 것이 결국에는 감염병을 극복하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감염병에 대한 불안은 정상적인 스트레스 반응이며, 정도가 심하고 고통스러울 때는 정신건강전문가의 상담을 받으면 도움이 됩니다.

한 마디로 심리방역은 감염병으로 인한 마음의 고통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포와 불확실성에 차분하게 대응하고 환자와 격리자를 낙인 찍지 않는 것입니다.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않고, 정확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만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환자와 격리자, 지원팀을 멀리하고 꺼려하지 말고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병원에서 퇴원하고 입소시설에서 퇴소한 환자와 격리자를 따뜻하게 환영해주세요. 격리를 마친 분들은 정부와 의료진이 보장하는 바이러스가 전혀 검출되지 않은 안전한 사람들입니다. 지원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현장 지원을 마치고 직장으로 복귀한 분들을 따뜻하게 환대해주세요.

정찬승 (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국제분석심리학회 정회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회 홍보국장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연구원 역임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감염병 유행 시 격리된 분을 위한 정신건강지침 (감염병 유행 시 정신건강지침_3)

격리는 가족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예방 활동입니다. 격리는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로 반드시 지켜져야 하지만, 환자와 가족에게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이겨내고 자신의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해진 격리 기간이 지나면 이전처럼 자유로운 활동을 하게 된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1. 믿을 만한 정보에 집중하세요.

질병관리본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집중하세요. 건강상태 체크를 포함한 권고조치들을 충실히 따르세요. 감염병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고자 여러 가지 정보를 검색하지만, 유언비어 잘못된 정보는 스트레스를 가중하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합니다. 믿을 만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만 얻는 것이 좋습니다.

  1. 힘든 감정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격리 기간에 걱정, 불안, 우울, 외로움, 불면증, 죄책감이 찾아올 있습니다. 이것은 격리 기간 중에 생길 있는 정상적인 스트레스 반응입니다. 심한 불안은 건강염려증으로 이어질 있습니다. 긍정적인 자세를 갖고 부정적인 감정을 이겨냅시다. 힘들 때는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1. 가족과 친구, 동료와 소통을 지속하세요.

격리 기간에는 외로움, 소외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매일 전화, 화상 전화, 메일 등을 이용해서 가족과 친구, 동료와 소통하세요. 자신의 힘든 감정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도 좋습니다.

  1. 규칙적인 생활을 하세요.

생활 리듬이 흐트러지면 불면증이 찾아오고 불안과 우울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계획을 세우고 일정한 시간에 식사, 휴식, 가벼운 실내 운동을 해보세요. 특히 일정한 시간에 잠을 자고 깨는 것이 정신건강을 지키는 데에 매우 중요합니다.

  1. 즐거운 활동을 찾아보세요.

기분전환을 위해서 즐거운 활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노래하기, 악기 연주, 그림 그리기, 가벼운 실내 운동, 게임, 독서, 글쓰기 무엇이든 좋습니다. 취미가 없었다면 격리 기간 중에 자신의 취미를 발견해 보세요.

  1. 감염병 예방에 앞장선다는 자부심을 가지세요.

격리는 자신과 타인을 위한 가장 중요한 감염병 예방 활동입니다. 결코 낙인이나 부정적인 인식을 두려워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분이 격리 생활을 하는 것에 국가와 시민들은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격리 기간 후에도 당당하고 자신 있게 일상에 복귀하세요.

  • 위 내용은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를 구축하며 제작한 자료입니다. 널리 공유해주세요. 출처는 다음과 같이 밝히면 됩니다. “출처: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http://www.traumainfo.org)”
  •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http://www.traumainfo.org)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단의 연구과제로 재난 시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과 정보를 알리기 위한 홈페이지입니다.
  • 본 연구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의 지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HM15C1112)
  • 재난정신건강지원 정보콘텐츠 및 플랫폼 개발 연구

글쓴이: 정찬승 (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국제분석심리학회 정회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연구원 역임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감염병 유행 시 아이를 돌보는 어른을 위한 정신건강지침 (감염병 유행 시 정신건강지침_2)

감염병 유행 시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어른처럼 불안, 공포, 건강염려증, 우울, 불면증을 겪기도 하고, 어린이와 청소년에서 특징적인 스트레스 반응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야뇨증이나 손가락 빨기, 낯선 이에 대한 공포, 공격성, 어른에게 매달리기, 짜증, 과잉행동, 감염병에 대한 반복적인 이야기나 반복놀이, 먹고 자는 습관의 변화, 설명하기 어려운 통증 등을 호소하는 어린이도 있습니다. 초등학생은 등교를 거부하거나 친구와 잘 어울리지 못하고 학업에 잘 집중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아기처럼 퇴행하는 애착행동이 증가하고 두려움과 공격성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사춘기 직전의 어린이나 청소년은 주변의 도움이나 대화를 거부하는 태도, 반항, 공격성, 이유 없는 통증, 위험한 행동, 집중 곤란 및 학업의 어려움으로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와 선생님은 어른과 다소 다른 어린이와 청소년의 스트레스 반응을 이해하고 공감해주어야 합니다. 특히 어린아이는 감염병에 대하여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의 수준에 맞추어 설명해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을 배려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스트레스를 더욱 극복할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1. 자녀와 공감하는 대화를 나누세요.

최근 감염병에 대해서 자녀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 물어보세요.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할 있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자녀가 걱정을 많이 한다면 이유를 묻고 자녀가 품고 있는 공포나 걱정, 잘못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러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것이 당연하며, 아이가 겁먹지 않고 안심할 수 있도록 궁금한 질문에 답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자녀가 이해할 수 있는 눈높이에서 침착하고 간단명료하게 설명을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부모가 정확한 답을 모른다면, 당황하여 얼버무리거나 대답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자녀에게 믿을만한 정보의 출처를 알려주고 함께 정보를 찾아보거나, 잘 모른다고 솔직하게 대답하는 것이 오히려 아이들을 안심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이들의 질문과 궁금증을 성실하게 들어주고 공감하는 태도로 반응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1. 자녀에게 건강한 모델이 되어주세요.

일상적인 삶의 패턴을 유지합니다. 건강한 식습관과 충분한 수면, 운동이나 이완훈련 등 자신을 잘 돌보는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아이들도 이를 보고 따르게 해주십시오. 손 씻기와 같은 감염병 예방에 필요한 일반적인 지침을 찾고 실천하는 것을 가르쳐주세요.

  1. 자녀들이 언론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을 제한하세요.

감염병과 관련된 각종 매스미디어에 반복해서 노출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인터넷에 퍼진 자극적이고 부정확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보면 불필요한 불안을 느끼며 학업이나 교우관계에도 어려움이 야기될 있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서 퍼지는 유언비어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올바른 정보로 바로잡아주어야 합니다. 부모와 같이 뉴스를 보면서, 뉴스의 내용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습니다. 감염병에 대한 공포를 부추기는 유언비어를 구분하고 언론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알려주면 어린이와 청소년의 건강한 세계관 형성에도 도움이 됩니다.

  1. 격리된 아동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격리된 아동, 혹은 주변에 확진된 가족이나 친구가 있는 자녀의 경우에는 부모나 교사, 주변 어른의 특별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격리 중인 아이는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서 격리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격리 조치에 대해 정확하면서도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설명해 주고,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전화 등을 이용해서 선생님이나 친구와 접촉을 유지할 있도록 해주고, 일상생활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지도해줍니다. 정상적인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격리가 끝난 어린이와 청소년을 가족과 친구, 학교가 따뜻하게 환영해주세요.

심한 불안, 짜증, 행동 문제 등을 지속적으로 보일 경우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세요.

  • 위 내용은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를 구축하며 제작한 자료입니다. 널리 공유해주세요. 출처는 다음과 같이 밝히면 됩니다. “출처: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http://www.traumainfo.org)”
  •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http://www.traumainfo.org)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단의 연구과제로 재난 시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과 정보를 알리기 위한 홈페이지입니다.
  • 본 연구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의 지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HM15C1112)
  • 재난정신건강지원 정보콘텐츠 및 플랫폼 개발 연구

글쓴이: 정찬승 (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국제분석심리학회 정회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연구원 역임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감염병 유행 시 일반인을 위한 정신건강지침 (감염병 유행 시 정신건강지침_1)

사람들은 오랜 세월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감염병에 큰 두려움을 느껴 왔습니다. 감염병이 유행할 때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불안과 공포가 커지고 감염병 발생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는 데 집착하게 됩니다.
  • 건강에 대한 염려가 커집니다.
  • 의심이 많아져서 주위 사람들을 경계하게 됩니다.
  •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무기력해집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의 마음속에는 스스로를 치유하는 힘이 있습니다. 또한 적절한 도움을 받으면 더욱 쉽게 이겨낼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언제나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있습니다.

  1. 믿을 만한 정보에 집중하세요.

스트레스 상황에서 사람들은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여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가중하고 올바른 판단을 방해할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선별해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제공하는 지침과 정보가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1. 불안과 공포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신종 감염병에 대한 일반적인 수준의 불안감과 약간의 스트레스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감정반응입니다. 격리된 환자 및 이들과 가까운 가족, 지인, 그리고 이를 매스컴을 통해서 경험하는 일반 국민들은 여러 가지 불안과 공포를 경험하고, 좌절감, 무력감, 절망감, 건강염려증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힘들 때는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1.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을 털어놓으세요.

감염병이 유행하는 상황에서 불안과 짜증, 분노 등 다양한 감정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일부는 이러한 감정을 달래기 위해서 술이나 약물에 의존하기도 합니다. 만약 감염병에 대한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면, 이를 주위 사람들에게 털어놓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어 안심하게 됩니다. 많이 힘들어하는 사람을 위해서, 주변에서는 인내심을 갖고 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1.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세요.

스트레스를 받고 이에 압도당하면 피로감, 두통, 가슴 통증, 어지러움, 소화불량, 호흡곤란 등의 다양한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스트레스 반응을 완화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들입니다.

평소의 생활패턴을 회복하세요. 내 삶을 내가 조절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 밤에 6~8시간 동안 충분한 수면을 취하세요.

– 적당량의 건강한 식사를 하세요.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세요. 가벼운 운동, 걷기, 심호흡, 스트레칭, 기도, 명상이 긴장을 이완하는 도움이 됩니다.

술과 카페인 섭취를 제한하세요.

  1.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세요.

아이들도 감염병에 대한 온갖 정보와 소문에 노출됩니다. 더구나 인터넷상의 정보에 민감한 아이들이 과도한 불안, 두려움이나 스트레스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반항하거나 너무 의존하거나 이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스트레스 때문입니다. 야단치지 말고 이해해 주세요. 어린아이는 감염병에 대하여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수준에 맞추어 침착하고 안정된 태도로 설명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을 배려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스트레스를 더욱 잘 극복할 수 있습니다.

  1. 격리된 환자와 가족의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덜어주세요.

격리는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로 반드시 지켜져야 하지만, 환자와 가족에게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당사자 및 가까운 사람과 솔직하게 걱정과 불안, 두려움을 나누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격리된 상황에서는 전화나 화상 통화를 통해서 가족과 친구들과 연락을 하여 고립감을 줄이고 감염병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여 불안감을 다독이는 것이 좋습니다. 격리는 가족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예방 활동입니다. 자발적이고 성실한 격리에 대해서 자신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경우에 따라서는 공동체 전체가 감사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 격리 기간 동안 힘이 것입니다.

  1. 의료인과 방역요원을 응원해 주세요.

의료인과 방역요원은 감염병의 위험을 무릅쓰고 국민들의 건강과 회복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감염병의 최전선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의료인과 방역요원,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세요.

  • 위 내용은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를 구축하며 제작한 자료입니다. 널리 공유해주세요. 출처는 다음과 같이 밝히면 됩니다. “출처: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http://www.traumainfo.org)”
  •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http://www.traumainfo.org)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단의 연구과제로 재난 시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과 정보를 알리기 위한 홈페이지입니다.
  • 본 연구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의 지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HM15C1112)
  • 재난정신건강지원 정보콘텐츠 및 플랫폼 개발 연구

글쓴이: 정찬승 (융학파 분석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국제분석심리학회 정회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연구원 역임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마음드림의원 원장

임세원 교수님을 추모합니다

고 임세원 회원의 의사자 지정 불승인에 대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입장

❍ 보건복지부 의사상자심의위원회가 고 임세원 교수의 의사자 지정을 승인하지 않았다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보도와 관련하여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전합니다.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동료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한 고인의 숭고한 뜻이 의사자 지정을 통해 기억되고 함께 지속적으로 추모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 자신을 희생하고 동료를 살린 임세원 교수는 반드시 의사자로 지정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의사들에게 어떻게 살라고 이야기해야 합니까?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는 상황이 생기면 동료를 무시하고 본인의 생명만을 우선 챙기라고 해야 할까요? 승객을 버려두고 혼자서만 탈출하는 침몰선의 선장처럼 자신만 탈출하라고 해야 할까요? 희생을 인정받기 위해, 의사로서 칼을 든 피의자와 목숨을 건 몸싸움을 해야만 희생과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 2018년 12월 31일 한해의 마지막 날 가방에 칼을 숨긴 피의자가 예고 없이 병원을 찾아왔습니다. 유가족이 제공한 법원 기록에 따르면 피의자는 병원, 기업, 국가가 자신의 뇌에 소형폭탄 칩을 심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고 이와 관련된 여러 사람을 해치겠다는 표현을 했습니다.

❍ 2019년 1월 2일 서울 종로경찰서는 “임 교수가 진료실 문 앞 간호사에게 ‘도망치라!’고 말하고 본인은 반대편으로 도피했다”며 “가다가 간호사가 피했는지 확인하려는 듯한 모습으로 서서 간호사를 바라봤고, 피의자가 다가오자 다시 도피를 시작했다. 간호사를 대피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볼 수 있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라고 설명했다고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습니다. 임세원 교수의 죽음을 무릅쓴 숭고한 희생에 감동한 수많은 국민, 동료 의료인, 언론인, 국회의원 등이 여러 언론 매체와 인터넷 매체에서 고인의 의사자 지정을 촉구했습니다.

❍ 고 임세원 교수는 자신을 찾아온 환자분들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이며 ‘이것이 나의 일이다’라고 다짐하며 환자분들과 힘겨운 치유의 여정을 함께 한다는 글을 남긴 바 있습니다. 임 교수는 자신의 진료를 ‘전력투구’에 비유할 정도로 막중한 책임감을 가졌습니다. 임 교수의 책임감은 그의 마지막 진료까지 이어졌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에 예약 없이 불쑥 찾아온 환자를 돌려보내지 않고 의사로서 책임을 다했습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유가족을 통해 받은 법원 자료 등에 따르면, 오후 5시 39분에 피의자가 진료를 받기 시작했고 불과 3분 만에 임세원 교수가 간호사에게 신호를 보냅니다. 1분 후 신변에 위협을 느낀 임 교수가 옆방으로 이동했고 이때 외래 간호사가 진료실 문을 열자 임 교수가 ‘도망가’라고 소리치며 외래 간호사의 반대 방향으로 뛰어나갑니다. 바로 뒤따라 나온 피의자는 좌측의 외래 간호사에게 칼을 휘둘렀고 불과 50센티 정도의 차이로 칼을 피하게 됩니다. 이때 임 교수는 간호사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뒤를 돌아보며 발길을 멈추었고 간호사 스테이션을 향해 “빨리 피해! 112에 신고해!”라고 소리칩니다. 이 외침에 피의자는 임 교수 쪽으로 방향을 돌려 추격하기 시작하고 이후 참혹한 비극이 벌어졌습니다. 불과 10초 후 보안요원이 도착하였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습니다.

❍ 의사자란 직무 외의 행위로써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사람으로 정의합니다. 구조행위는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급박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행위를 말합니다.

❍ 피의자에게 흉기로 위협받는 밀폐된 방은 이미 진료 현장이라 부를 수 없는 범죄 현장입니다. 임세원 교수는 흉기로 생명을 위협당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자신의 생명보다 간호사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임세원 교수는 1) 방을 나오면서 간호사가 있는 쪽으로 피하지 않고 반대편으로 피했고 2) 본인의 안전을 우선 생각하여 계속 뛰지 않고, 멈추어 뒤를 돌아보아 위험에 처한 간호사의 안전을 확인했고 3) 멈추어 다른 간호사에게 ‘빨리 피해! 112에 신고해!’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 소리는 피의자가 간호사를 해치는 행동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고 다시 임 교수를 쫓게 한 신호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생명을 지키려는 달음질을 멈추어 뒤를 돌아보고 동료에게 대피하고 구조를 요청하라고 소리친 행동이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신속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의사상자심의위원회는 고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생명을 위협받는 순간 타인의 안전을 지키려 한 이 찰나의 행동이 생사를 갈랐습니다. 보안요원의 출동 시간을 고려할 때 뒤돌아보지 않고 계속 피했다면, 적어도 본인은 안전했을 것이지만, 다른 사람이 희생당했을 수 있습니다.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 위기상황에 있었던 동료 간호사는 의사자 신청을 위한 진술서에서 “만약 저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 피하셨더라면 이런 끔찍한 상황을 모면하셨을 텐데, 본인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주변 동료를 살피시다 사고를 당하셨으므로 의사자로서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당시 사건 현장에서 도움을 받았던 다른 동료 직원들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 고 임세원 교수의 ‘생명을 지키는 의료인’으로서의 책임감과 그에 따른 의로운 행동은 많은 동료 의료인, 예비 의료인 그리고 국민들의 마음에 슬픔을 넘어 희망과 신뢰의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또한 임 교수를 잃고 누구보다 큰 고통을 겪고 있던 유가족들은 경찰을 통해 임 교수의 숭고한 희생을 알게 된 후, 참혹하고 비통한 상황에서도 환자에 대한 고인의 사랑을 이어받아 ‘안전한 진료환경’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쉽게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달라는 메시지로 고인의 유지로 밝히고 조의금으로 들어온 1억 원을 기부하는 등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주셨습니다. 임세원 교수의 의사자 지정을 위해 부인께서 전한 메시지를 다시 한번 전합니다.

“저희 가족이 남편을, 아빠를 황망히 잃게 되었으나, 그래도 남편이 그 무서운 상황에서도 간호사나 다른 사람들을 살리려 한 의로운 죽음이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지지 않고 의사자로 지정이 되면 저희 가족, 특히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힘이 될 듯합니다.”

❍  고 임세원 교수의 발인 날 고인의 어머님께서는 “우리 세원이, 바르게 살아줘서 고마워!”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하셨습니다. 다시 한번 CCTV에 녹화된 희생 영상을 봐야 했던 저희의 마음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웠습니다. 한편 누구보다 이 영상을 보기 힘들었을 유족들이 어떤 마음인지 감히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의사자 인정 여부가 사회적 논란이 될까 유족도 염려하신 줄 압니다.  마지막 찰나의 순간까지 바르게 살기 위해 애쓴 고인을 우리가 의사자로 기억하고 오래오래 추모할 수 있기를, 그 희생이 각박한 우리 사회에 등불이 될 수 있기를, 그리고 이를 통해 유가족분들의 고통과 아픔을 사회가 위로할 소중한 기회가 마련되기를 기원하며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습니다.

  • 이 글은 임세원 교수를 추모하고, 보건당국이 그 숭고한 희생의 의미를 인정하기를 촉구하기 위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발표한 입장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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