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 등에서 앞서 시행하고 있는 사법입원제는 판사나 준사법행정기관에서 의료진과 학계의 자문을 거쳐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을 판단하는 제도입니다. 세부적으로는 ‘사법입원’과 ‘심판입원'(정신건강심판원)으로 나뉩니다.
정신병적 증상이 너무 심하거나 자해, 타해의 위험이 있을 때 본인은 입원을 원하지 않더라도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사회 안전을 지키기 위해 도입하는 것이 사법입원제입니다. 현재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는 가족 형태가 핵가족화하고 1인 가족, 심지어 국내에 환자 혼자만 머무는 경우도 많은 현실을 감안할 때 중증 정신질환자의 치료 부담을 더 이상 가족에 지울 수 없습니다.
다만 사법입원이라는 명칭이 너무 위압적이고 강제성의 이미지를 갖고 있으므로 국민안심입원제도 혹은 국민안심치료제도로 이름을 변경할 것을 제안합니다. 환자도 그 가족도 정부와 사법부의 권위를 믿고, 우리 사회도 이런 입원 제도가 정착함으로써 안전이 지켜진다는 안심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발전하는 사회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자신의 그림자를 보는 것입니다. 흉악범죄의 책임을 중증 정신질환자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보다 우리 사회가 갖는 맹점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담박인터뷰>
진행 – 전용우 선임기자
대담 –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회공헌특임이사
일시- 2023. 8. 11
중증정신질환자가 치료를 중단하거나 치료 시기를 놓치면 흉악범죄 사건을 일으킬 확률이 높아지는 것일까요.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2018년 임세원 교수 사망사건을 비롯해 최근 분당 서현역 ‘묻지마 칼부림’ 사건의 최원종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사례는 적잖은 상관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ㆍ타해 위험이 높은 중증질환자들을 입원시켜 치료를 강제한다면 극단적 폭력 사건을 예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르는 근거입니다.
2016년 개정된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환자가 스스로 입원을 희망하지 않는 경우 강제성을 띄는 이른바 ‘비자의’ 입원의 필수요건을 강화해 이마저 쉽지 않다는 게 의료계의 고민입니다. 법무부가 지난 4일 ‘사법입원제’ 도입 방안을 밝히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바로 환영의 입장을 공식화한 배경입니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 앞서 시행하고 있는 사법입원제는 판사나 준사법행정기관에서 의료진과 학계의 자문을 거쳐 환자의 입원을 판단하는 제도입니다. 세부적으로는 ‘사법입원’과 ‘심판입원'(정신건강심판원)으로 나뉩니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회공헌특임이사는 JTBC 담박인터뷰에서 “조현병 환자의 대부분은 적시적기에 치료를 받으면 공격성과 폭력의 위험이 현저하게 낮아진다”며 “본인은 입원을 원하지 않더라도 입원을 시행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도입하는 것이 사법입원제”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는 “가족 형태가 핵가족화하고 1인 가족, 심지어 국내에 환자 혼자만 머무는 경우도 많다”며 “중증질환자의 치료 부담을 더 이상 가족에 지울 수 없는 사회 구조의 변화”를 제도 도입의 핵심 이유로 꼽았습니다.
다만 “사법입원이라는 명칭이 너무 위압적이고 강제성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국민안심입원제 혹은 국민안심치료제로 이름을 변경해줄 것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차원에서 정부에 공식 제안하겠다”고 처음으로 밝혔습니다. “환자도 그 가족도 정부와 사법부의 권위를 믿고, 우리 사회도 이런 입원 제도가 정착함으로써 안전이 지켜진다는 안심을 기대할 수 있다”는 바람입니다. “발전하는 사회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자신의 그림자를 보는 것”이라고도 진단했습니다. 흉악범죄의 책임을 중증정신질환자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보다 우리 사회가 갖는 맹점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자는 제언입니다.
담박인터뷰
진행 – 전용우 선임기자
대담 –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회공헌특임이사 (마음드림의원원장)
일시- 2023. 8. 11
인터뷰 요약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제도는 선진국 가운데 우리나라 유일…폐지해야”
▷”우리나라 판사들 의학적 판단할 정도는 안돼…준비 열심히 해야”
▷”신경정신의학회, ‘사법입원’ 대신 ‘국민안심입원’ 정부에 명칭 변경 제안”
▷”환자와 가족, 국가기관 개입에 안심해야 입원 제도 정착하고 사회도 안전 유지”
인터뷰 전문
Q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사법입원제 도입에 찬성 입장을 밝혔는데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입니까
A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적시적기의 치료를 받지 못해 아주 일부 중증정신질환자들이 환각 등의 증상을 가지고 세상 사람들이 다 자기를 공격한다고 망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아주 일부에서 있거든요. 게다가 그런 경우에는 자기가 환자라는 인식이 결여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기는 정상이고 자기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공격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분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본인은 입원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입원이 필요하다 하는 ‘비자의 입원'(환자의 자의에 반하는 입원)이 필요하거든요. 이러한 비자의 입원을 시행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도입하는 것이 사법입원제입니다.”
Q 사법입원제, 현행 입원제도와 가장 큰 차이점은
A “강제입원이라는 말은 이제 사실상 더 이상 쓰고 있지는 않은데요. 이제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 (일반적으로) 보호의무자라는 건 환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치료를 시킬 의무가 있다고 하는 가족에게 이 환자의 보호와 치료의 의무 부담을 지우는 것입니다.”
Q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핵가족화 사회에서 실효성은
A “예전에 농경 사회 중심일 때 대가족 중심의 제도에서는 본인들 가족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처리해 나갈 그런 힘이 있었지만 지금 도시화되면서 핵가족화하고 1인 가족 심지어 국내에 환자 혼자만 머물게 되는 그러한 가족 형태도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 부담을 가족에게는 더 이상 지울 수 없는 사회 구조가 되고 말았습니다. 유엔에서도 이런 것을 철폐하도록 하고 있고 보호의무자에 의한 (강제)입원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가 현재 선진국 중에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Q 유럽과 미국 등 앞서 사법입원제를 도입한 나라에서 핵심은 결국 판사가 법을 적용해 입원을 결정하는 방식이잖아요. 판사의 의학적 판단 중요, 신뢰도 높일 방안은
A “준비를 열심히 해야 됩니다. 판사는 법률의 전문가입니다. 정신적인 문제에 대한 의학적인 소견이나 판단을 아직 이해할 정도로 그렇게 준비는 되어 있지 않죠. 여기에는 굉장한 제도적인 준비와 의학적인 지식 자문 이런 것들이 따라야 되고요. 사법입원만 뚝 떼서 그 제도만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입원을 시키고 나서 퇴원했을 때 이분이 사회에 다시 돌아가 잘 치료를 받고 재활을 할 수 있도록 병원과 여러 사회복지 시스템이 다 같이 준비가 되어야 합니다.“
Q 판사나 준사법행정기관에서 사법입원을 결정하는 것은 형벌을 내리는 것 같은 판정이다는 부정적 인식이 있을 것 같아요. 사법입원이라는 표현에서도요
A “입원 여부를 결정할 때 판정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 환자가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을 가지고 있는 환자에게 제공되는 입원 결정 자체가 판정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환자에게 내려지는 ‘비자의’ 입원이라는 조치가 인권을 어쩔 수 없이 제약하는 면이 있는데 이것이 위법하지 아니한가, 환자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최선의 결정인가를 검토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어떤 형벌이라든가 공권력에 의한 개인의 인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닙니다.“
Q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제안 사항은
A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는 사법입원 제도라는 것이 좀 너무 위압적이고 공권력에 의한 강제성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명칭을 정말 국민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좀 안심시킬 수 있도록 국민안심입원제 혹은 국민안심치료제로 변경할 것을 지금 검토 중입니다.”
Q 정부에 공식적인 제안을 하게 되는군요
A “환자도 국가기관이 개입함으로써 안심하고 자기를 맡길 수가 있고 그 가족도 정부의 권위를 믿고 자기의 소중한 가족을 맡길 수 있고 우리 사회도 이런 입원 제도가 정착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안전이 지켜진다는 그런 안심을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안심입원 제도라는 명칭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Q 나도 언젠가 잠재적인 정신질환자가 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A “법이 형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을 안정시키고 안심시키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것을 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Q 판사가 의료진 등 전문가 의견만큼이나 환자 당사자의 말을 더 들어야 하는 장치도 이 제도를 시행할 때 꼭 필요한 것 아닌가요
A “사법입원이나 정신건강심판원제도(심판입원)같은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제도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환자 말을 아주 깊이 있게 청취하는 것입니다. 환자도 그 자리에 나와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 ‘내가 어떤 것을 겪었는데 이것을 가지고 내가 왜 입원을 해야 되느냐 나는 입원하고 싶지 않다’ 그런 얼마든지 자기 의사를 표현해야 하고요.정신과 의사는 의학적인 소견을 말하고 또 법률 전문가는 법률적인 이해를 하고 그런 식으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 환자를 위해서 결정을 내려주는 것입니다.“
Q 우리 사회는 흉악 범죄가 발생하면 용의자 피의자의 정신 병력을 주목하는 경향성이 매우 짙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A “여기에서 중요하게 경계해야 될 부분이 있습니다. 정신병력의 특성을 밝혀냄으로써 이 범행이 일어난 것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범행은 범죄자 개인이 저지른 것이거든요. 어떤 정신질환을 가졌기 때문에 다른 정신질환자들도 이런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매우 높다 이러한 편견과 선입견 또는 낙인이 발생하는 것을 대단히 경계해야 됩니다.“
Q 모든 정신질환자에 대해 다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게 한다는 것이네요
A “특히 조현병 같은 경우에도 조현병 환자의 대부분이 이러한 공격성 어떤 폭력의 위험이 현저하게 낮거든요. 극히 일부에서 치료를 받지 않고 피해 망상이 대단히 심한 경우에 이런 폭력 사건이 간혹 일어나는데 이것을 전체 조현병 환자로 확대한다든지 전체 중증정신질환자로 확대한다든지 전체 정신적인 어떤 힘듦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확대해서 국민들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건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Q 흉악범죄자의 사회 향한 분노…어떻게 봐야하나
A “폭력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단순하게 20대 남성 혼자 살고 어떤 일을 하거나 직업이 없고 이렇게 카테고리를 정해서 분류하는 건 정말 좋지 않은 인식을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폭력의 문제라는 건 개인의 그런 요인들뿐만 아니라 그 개인이 최근에 겪었던 일, 성장 과정에서 겪었던 일 그리고 전반적인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사회적인 분위기, 사회적인 변화 이 모든 것이 관여를 해서 이런 폭력 난동 문제가 발생하게 되거든요. 때문에 한 개인에게 전부 폭력 발생의 탓을 돌려서 그 사람만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가 뭘 더 발전시키고 개선해 나가고 또 어두운 부분 소외된 부분을 더 돌아볼 수 있는 것인가 그것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정신질환자와 가족이 오롯이 지금 책임을 지고 헤쳐 나가야 될 숱한 난관이 있는데 그들에 대해 국가 공적 영역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줘야 된다는 거군요
A “발전하는 사회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자신의 그림자를 보는 것입니다. 내 안에 혹시 어두운 부분 맹점 보이지 않는 부분 소외된 부분은 무엇인가 그것을 돌아보고 소외된 부분 없이 정말 따뜻하게 보살피고 보듬는 것이 우리 사회의 성숙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